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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Oct 12. 2020

시어머니에 대한 단상

환한 얼굴로 일어나셔요, 얼른요~

카페                                                                                                                                                                   시어머니ㅡ

2년 전 100년?만의 무더운 여름에 지쳐 쓰러지시고, 병원에 입원하셨다. 집으로 오셨으나 혼자 몸을 감당못해 요양원으로  가시고 그 후 침대에 누워 계신다.  치매 판정도 받으셔서 아들들과 큰며느리. 큰손자 정도만 알아보시고 나머지는 아웃이다.


결혼하겠다고 처음 인사하러 갔을 때 마루에서 활짝 웃으시던 얼굴이 좋아서, 지금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상은 함박꽃이다 그 후 30여년 동안 딸 없고 아들만 넷인 시어머니는 며느리들이 '딸 없다고 당신을 구박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둘째인 나는 '시누이가 되는 딸이 없어서 다행이다. 시어머니가 둘이면 큰일 날뻔했다'고 했더니 형님은 '딸이 있었으면 며느리 마음을 알았을 텐데'라고 하셨다. 큰며느리는 그릇이 다른가 보다~

아들 덕을 못 보셨다고 딸 둘인 제게 '아들 필요 없다'고  아들 낳으란 말씀을 안 하셨다. 아들 낳으라고 계속 말씀하셨으면 괴로웠을 텐데 '감사하다'. 


결혼했던 1985년 12월 <소금 바른 구운 김>이 처음 나왔을 때인데 ' 너 같이 게으른? 애 좋으라고 이런 거 나왔다고'ㅡ너무 황당하게 난 의문의 1패를 했다. 시어머니께서 나를 며칠 보지도 않았던 때라 '뭔 얘긴가 잘못들었나' 했다. 

큰집에서 명절 때 남은 음식 나눠주시길래 '감사히 먹겠다' 했더니 '공짜 좋아한다'고ㅡ의문의 2패 

그 다음 해는 '안 가져가겠다' 했더니 욕'심 없어 못 산다'고 ㅡ의문의 3패, 그럴 때마다 남편과 한 달 말 섞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들 넷보다 머리가 더 좋으신 시어머니를 보고 누군가 시어머니가 돈복은 다 가져가셨나 보다고 ~~  귀가 얇으셔서 물질은 많이 날아가고, 좋은 것 못해 보고, 맛있는 것 못 드시고, 그래도 집안에서 제일 먼저 미국은 혼자 가신 용감한 시어머니 


상담실에서 내담자 기다리며 있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생각나며 그리워진다. 지난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일 때 잠깐 얼굴 뵈었지만, 화상 통화는 내 차례까지 안 오고, 기억도 못 하시는 것 같다.

새벽 기도 갈 때 우연히 만났던 ,  광장에 운동하시러 가던 그때가 어머님이 청춘이셨네. 그 씩씩하신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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