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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Oct 11. 2020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에 대한 소회

마음속의 청춘

토요일 ‘놀면 뭐 하니’의 ‘환불 원정대’에서 <이효리와 김종민>이하는 이야기가 작은 감동을 주었다.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섭니?’ ‘응’ ‘죽음이 무서운 첫 번째 이유가 뭐니’ ‘죽으면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으니까.^^ ’‘나는 결혼 전에는 안 무서웠는데 남편만 남아 있으면 걱정이 되어서’‘잘 지내실 것 같은데’ ‘ 네가 알아?’‘농담’ ~....


싫은 것을 하라면 ‘좋은 것만 할 수 없으니 하라면 한다’. 때리면 ‘더 맞을 것 같아 그냥 간다’ 싫은 파란 옷을 입으라 하면 ‘나를 믿기보다 스타일리스트를 더 믿는다’ 등으로 질문에 대한 김종민 대답을 들으며 이효리가 ‘현명하게 산다.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하는 것을 들으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연예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구나. 현실에서도 저렇게 지혜롭게 살아야 하는데...‘상대에게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이기려고 머리를 굴리고’가 아닌 ‘부드러운 것이 길게 가는 것이구나’로~~

몇 번을 그 장면만 돌리고 보고, 돌리고 보고, 외울 것처럼 그러나 나는 내용보다 두 사람의 편해 보이는 표정이 너무 좋았다.


여러 번 돌려본 것이 언제던가. 최근에는 ‘사랑의 불시착’이었지만 원조는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다. 2004년 11월에서 2005년 1월까지 했던 16부작인 드라마는 40대를 보내고 50대가 되면서, 마음의 불이 완전히 꺼졌다고 생각한 나에게 다시 불씨를 살려주었다. 당시는 이제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울적하였다. 그리고 그때는 미국을 가보지 못한 상태였고, 특히 하버드대학에 대한 나만의, 바라볼 수 없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학을 갈 수는 없지만, 하버드 도서관을, 캠퍼스를 대리 만족하고 싶은 마음(실제로는 LA에 있는 UCLA 등지에서 촬영함)에 너무 열심히 보았다. 도서관에서 담요?를 덮고 밤새우고 공부하는 상큼했던 김태희와 싱그러웠던 청년 김래원은 한국에서 이제 청춘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시들어가는 내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었다. 미국 캠퍼스 풍경과 김태희 미모가 다한 드라마라고 했지만 지금도 당시를 떠 올리면 마음이 설렌다.


젊고 풋풋한 청춘 남녀가 어렵지만 마음껏 공부? 사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서로를 비타민이라 여기고 사랑했던, 김태희가 죽는 것으로 끝을 맺으려 했다는데 시청자들의 항의로 해피엔딩이 되었다고 한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고 반복적으로 보던, 그러나 잊고 지냈던 드라마가 순간적으로 연결이 된다는 것은 60대 중반인 나이와 상관없이 아직도 아쉬운 나만의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추억 속의 나는 아직도 교복 입은 학생이고, 높았던 대학교 건물에서 보던 밤에 보았던 빨간 십자가, 도서관을 나올 때 지나치던 라일락 향기도 아직 코에 남아 있다. 


이효리와 김종민이 고등학교 때 ‘공부 안 했니’에 ‘응, 너는 했니?’ ‘아! 안 했지.’ ‘나도!’ 하면서 ‘너는 일했고, 나는 놀았어’ 하며 웃을 때 둘은 고등학생이었다. 같이 웃으며 보던 나도 그 순간은 고등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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