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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Oct 16. 2020

매니큐어, 패디큐어

여자의 마음

사람들이 목 주름과 손을 보면 나이가 보인다고 한다. 목주름을 위로 당겨서 주름을 없애고 그런데 손 주름을 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눈가 주름은 차치하고라도, 목 주름은 안보이니까 넘어가고, 그러나 손등의 주름은 못생긴 손을 등 뒤에 걸을 때 허리 받침으로 사용했다. 나이가 든 할아버지처럼, 아줌마로 티를 내고 다녔다.  

    

또 내가 어렸을 적에 신체 중에서 드러내지 않는 기억나는 것 중에서 발이 으뜸인 것 같다. 다른 집을 방문할 때 맨발로 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발이 이쁘지 않은 나는 맨발인 것에 누구보다 민감했다. 나는 한 여름에도 맨발로 다닌 적이 없었다

     

꽁꽁 싸매는 기분으로 양말을 신었다. 20대에 여름 수련회를 갔었는데 남녀 청춘들 중 <발 이쁜 사람 뽑는 콘테스트>가 있었다. 모래사장 위를 둥그렇게 돌아가면서 심사위원 앞에 가면 발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난 바지를 살짝 위로 올리는 것으로 순간을 모면하기도 했다.  

    

십여 년 전부터 아니 더 오래전부터 유행했는지 모른다. 언젠가 여름에 교회 20대 후반 주일학교 교사가 맨발에 페티큐어를 하고 왔다.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는 것도 신경 쓰였는데 네일숍에서 이쁘게 페디큐어를 하고 오니 그것은 비싼 옷을 두른 몸처럼 느껴졌다. ‘에라 모르겠다’ 여름에는 양말 신는 아이들도 없고, 비싼 돈 주고 한 것을, 양말 신는다고 감추면 페티큐어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던 내가 5~6년 전에 큰 딸이 여름휴가 가지전에 네일 숍을 가자고 하여 젤 매니큐어를 했다. 물에 손 넣는 일을 하면서 웬 매니큐어 했는데, 머리 감을 때도 손에 비닐장갑 끼고 했었다 혹시 붙은 게 떨어지나 싶어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촌스럽게 행동했다. 

    

손이 이쁘게 꾸며지니, 이쁘지 않은 손이 대접받는 듯 우아한 여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짧은 손가락과 뭉툭한 손과 손톱이 관리를 하니 이쁘게 보였고, 나도 모르게 우아한듯한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가짐이 되었다.  

   

코로나로 멀리 여행을 못 가도 여름이 되니 손에 또 젤 매니큐어를 하자고 한다 두세 번 해 봤다고 몇 년 전처럼 촌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때는 죄인 같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고, 발을 손질 받는 내가 어색했다. 처음 해보는 쑥스러운 듯, 맨발을 다른 사람 앞에 내놓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젠 힐링으로, 대접받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변했다. 내가.

      

화려한 색으로는 아직 어색해서 못하고, 펄들은 핑크를 하면서 한 달 후 보수하고, 오늘 손톱을 마무리해서 겉을 띄어 냈는데 손톱이 그동안 길어서 머리 감기도, 컴퓨터 문자 쓰기도, 핸드폰에서 톡 보내기도 힘들었다. 오타가 많이 나서 걸리는 시간이 배로 들었다. 손과 발을 영양제로 관리받고 집에 오는데 화려했던 페티큐어도 안녕으로 깔끔한 모습이고, 손 또한 예전의 모습으로 그러나 관리받아 뭉툭하지는 않은 수수한? 손으로 돌아왔다.     


세월이 변하니 트렌드 따라가느라 손과 발에 거금을 투자하고 몇 번 해 봤다고 관리받으며, 졸기도 하고, 여유가 생긴 거겠지, 전 같으면 긴장하고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이었을 텐데.  

    

상담 하러 와서 생각보다 거친 내 손을 보고 내담자 중 노골적으로 놀람을 드러낸 사람도 있었다. 내 인생의 흔적이 드러난 손이 부끄럽지는 않다. 그리고 바꿀 수 있는 손도 아니다. 그냥 나와 함께 살아 온 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사슴이 물에 비친 자기 뿔이 멋있다고, 빈약한 다리가 흉하다고 생각했으나 그 다리로 도망가다가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 사냥꾼에게 잡혔다는 동화가 생각난다. 그래서 새삼 고마운 손과 발에게 앞으로도 같이 잘 가자. 


대접받는 우아?한 여사에서 옆집 아줌마로 다시 돌아왔다. 못생긴 손과 발이 아닌 사랑스로운 손과 발을 돈 투자해서 잠시나마 아름다웠던 추억은 잠시,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현실에서 열심히 손 사용하고, 두 발로 열심히 걸어 건강관리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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