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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Oct 13. 2021

배움에 대한 열정은 무한대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고용센터에 구직활동하러 오시는 분들의 사연이 아니더라도 우리 각자는 세월만큼 살아온 나이테가 인생의 연륜을 말해 준다. 젊은 사람들도 많지만 나이 드신 분들도 많다. 3년 근무하면서 1000여 명을 만났는데 얼굴, 이름은 생각나지 않아도, 배움에 관한 열정으로 감동했던 일은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고학력, 특히 외국에서 박사하고 오신 연세 드신 분도 있었다. ‘나 이렇게 많이 배웠는데 왜 이렇게 대접하냐’며 불평, 불만이신 분이 있었다. 그분은 주관이 너무 뚜렷하셔서 주변 분과의 대인관계가 힘드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내 박사도 있으셨는데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원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하신 분도 있었다. 그분은 도전정신이 강해서 순탄한 길이 아닌, 새 길로만 가니 힘드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제일 먼저 기억나는 분은 50대 후반인데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만 마치고, 직장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 회사가 폐업하여 그만두게 두면서 구직활동을 하시는 분이 계셨다. 현재는 생활이 그리 어렵지 않으셨는데 상담 중에 공부에 뜻이 있음을 비추며, 못다 한 배움에 대한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하셨다. 중학교를 졸업했는데도, 세월이 너무 오래되었다며 학원에서 중학교 과정을 다시 시작하였다. 첫 수업을 하고 오시고 너무 놀랐다. 공부하러 오신 분들이 하나같이 멋쟁이고 패물도 많이 하고 있었다. 연세도 있으신 분들이고 많이 배운 것처럼 느껴진 분들과 같은 장소에서 중학교 과정을 배우니 기분이 묘했다. 그 후 그분은 취업 되시고도 계속 공부하여 고등학교 졸업 자격까지 따고, 4년제는 안 되고 전문대 사회복지분야로 입학했다고 문자가 왔다. 그때 시작 나이가 58세였으니 3년 정도 지난 후 이루어진 일이다. 학원 들렸다 센터 오면서 혼자서 공부할 때 옆에서 으쌰 으쌰 응원, 격려해 주니 힘이 난다고 한다.


두 번째 30대 초 여성분이었는데 자격증 시험마다 떨어져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힘들어했었다. 6개월 동안 컴퓨터 자격증 몇 개를 공부 진도에 맞춰 계획 세워 자격증을 취득했다. 가족이 자기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기뻐하던 것이 기억난다. 회사에 기간제로 들어갔다가 정규직 되었다고 연락이 왔었다. 자신이 공부할 때 옆에서 체크해 준 사람은 초등학교 이후 처음이었다고 했다.


세 번째 40대 초등학교만 졸업하신 분인데 요양보호사 시험에 자신 없다고 응하지 않겠다는 분이 계셨다. 에너지가 있고, 추진력이 있고 열심이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옆에서 용기 내라고,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 드린 분은 제가 고용센터 그만두고 기쁜 소식을 전해왔었다. 저학력이라고 위축되고, 기억력도 나쁘다고 생각하며 사신 분이 국가자격증인 요양보호사가 되니 얼마나 기쁘고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기고 신이 났겠는가


네 번째 외모도 멋쟁이시고 초등학교 졸업을 못하신 분인데 기술자였다. 당시 초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를 주변 몰래 하고 있었는데 그해 8월 합격, 다음 해 중학교도 합격, 그 후 고등학교 졸업 자격까지 취득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같이 기쁨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연락한 것이다. 아무도 자신이 초등학교도 졸업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마음의 부담이 컸다고 한다. 얼마나 후련하고 속이 시원했겠는가. 고등학교 졸업까지 이루었으니. 그런데 그분은 딸과 함께 유치원 운영으로 대학도 유아교육 쪽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섯 번째 30대 초인 여성으로 미술 석사 전공으로 로스쿨 시도도 해 봤으나 맞지 않고, 대안학교 교사도 했는데 결국 상담 심리 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상담사의 진로와 자격증에 관한 것을 알려주면서 청소년 상담사 추천을 한 기억이 있다.


가장 빨랐던 결과는 가정주부인데 석 달 만에 직업 상담사 1차 되고 혼자서 2차 실기 합격했던 아기 엄마는 내가 부러워했을 정도로 자신 관리에 으뜸이었다. 경기도 <홈런>을 소개해 주어 돈도 별로 안 들이고(1차는 무료) 2차는 사설학원에서 개인적으로 도움받았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기 키우면서 의지로 최단기간에  자격증 취득한 분이다. 내가 세 번 만에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 취득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난 분이다.


마지막으로 같이 근무하던 상담사가 그만두면서 내게 리퍼 된 40대 초 미혼 남자인데 당시 마음 잡지 못하던 중 ‘관세사’ 공부를 망설이기에 ‘시작해 보자’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격려와 응원뿐이다. 먼저 1차 3개월 만에 합격하고 2차를 공부하면서 기운과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와서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며 지친 마음에 용기를 얻고 갔다. 2차 결과 후 감사하다며 합격의 기쁨을 나누러 인사하러 왔다. 그 후 지금까지 추석 때 잘 지내냐고 안부 문자가 온다. ‘결혼했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가족과 잘 지내냐’는 마음으로 궁금증을 대신한다. 이분도 인간 승리다. 관세사가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들은 겉모습과 속이 균형을 이루면 좋겠지만, 배워야 할 상황에 환경이 여의치 못해 시기를 놓친 분들이 의외로 많다.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마음에 위축감이 들고, 속이 허했던 분들은 배움에 항상 배가 고팠다


내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기에, 그 절실함을 안다. 그래서 공부에 뜻이 있다는 분에게는 진심과 성실로 응원 격려했던 것 같다. 공부 진도 계획서도 같이 짜보기도 하면서, 마음 읽어주기도 하면서, 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힘이 좋은 결과로 살맛 나는 세상이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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