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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Feb 17. 2022

< 한잔 더 마시니, 폭음>

영화 <어나더 라운드>

새벽에 찬 바람이 불더니 오늘 기온이 영하 10도. <알토 방> 친구 모임은 작년에 용인 갔을 때 추워서 멀미에 배탈까지 힘들었다. 한 달 전 약속인데  하필이면 제일 춥다는 것이 신기하다. 용인 갈 때 아파서 못 간 친구가 미안하다고 영화와 밥 사기로 한 것이다. 근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밥은 친구가, 영화는 내가, 다른 친구가 후식 커피를 사기로 했다. 길치인 나는 남편과 딸이 보내준 '톡' 지리도는 상관없이 과정보가 혼돈을 주어 길을 오히려 헤매게 만들었다.

     

영화는 딸이 예약을 해주어 미리 뽑느라고 일찍 출발했으나 다른 방향으로 갔던 바람에 겨우 시간에 맞췄다. 광화문에 졸업 50년 만에 왔더니 너무나 달라져 시골 촌놈이 명동에 온 것 같았다. 5장 예약해 놓은 것을 뽑아한 장씩 들고 큐알을 찍으면 노란 스티커를 붙여 주었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한잔 더 마시다’ 뜻인데 원제목은 ‘Druk’ 폭음이다. <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축제다.> 영화 포스터 및 전단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상 수상작 덴마크 영화이다. 같은 학교의 교사인 4명의 친구가 권태로운 일상을 극복하기 위해 알코올 농도를 0.05%를 유지하는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 영화다. 그러나 0.05%를 잘 유지하다가 ‘딱 한잔만!’ 하다가 삶에 위기와 불행이 오나 정신 차리고 극복한다는 해피엔딩 영화다.

      

오랫동안 교사를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권태로움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니 학생들도 교사를 신뢰 못하는 경우가 오게 된다. 덴마크도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하는데 교사가 불성실하게 잘 못 가르쳐서 졸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약간의 술은 기분을 업 시켜서 좋은 영향을 주지만 더욱 실험을 해 보고 싶어 폭음으로 되어 가정이 깨질 정도 직전에 멈춘다. 권태를 술을 이용하여 벗어나려는 마음은 내가 지쳤을 때 맥주나 막걸리 한잔이 그리운 거와 같을 것이다.

     

동창들과 같이 본 교사에 관한 영화는 고교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모교 근처에서 영화를 보고, 달라진 환경이 너무 생소하여,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 희끗한 머리, 70을 바라보는 다섯 명의 모습이 너무 낯설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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