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재 Feb 26. 2022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매주 금요일이면 상담실에서 각자 상담을 한다. 노쇼가 나면 일찍 끝나 터덜거리고 혼자 간다.


야간상담은 대개 18~21시 까지 인데 17시부터 시작할 때도 있다 시간이 맞지 않는 내담자의 편의를 위해서다. 그러니 집에서 4시 정도 나오면 저녁이 어중간해서 떡, 빵, 토스트. 과일을 조그만 통에 넣어와 하나씩 나눠 먹는다. 나보다 솜씨 좋은 옆방 샘은 부침개도, 주먹밥도 , 찰떡도 가져와서 탁자에 놓고 가기도 한다. 특히 가래떡 구워온 것은 환상적이다. 상담 쉬는 시간이 맞으면 서로 고맙다 인사하고 집에 갈 때는 같이 간다. 옆 동네인데 그 샘은 버스 타고, 난 전철 타고 간다. 난 지하철 이용으로 차비가 무료고, 그 샘은 버스 타고 가면 집 근처에 딱 내려 준단다

   

4년 정도 야간 담당으로 같이 상담을 했는데 상담사 1급 시험 준비를 위해 센터를 그만둔다고 했다. 그동안 낮에는 어린이집 근무를 하고 밤에는 야간상담을 했던 것이다. 어린이집도 그만두었다. 같이 야간 상담을 소소하게, 즐겁게 했던 시간이었는데 훅~ 날아가 버렸다 오늘도 시간이 안 맞아 못 볼뻔했는데 노쇼 덕에  7시 상담까지 여유가 있다.  

   

몇 년 전에는 남자 선생님이 있었는데 이제 교육받을 시기는 끝난 것 같다며, 더 나은 곳을 가기 위해 옮긴다는 것이다. 직장 다니면서 정년이 되어 그만둔 후, 상담 공부를  하신 분인데 그동안 아내가 상담 공부 시작했는데 이미 자리를 잡았 다고 한다. 퇴직하고 상담 현장에서 활동하셨는데 여자 상담사가 더 유리했던 고용센터 상담사도 잘 안되고 해서 많이 힘들어했는데, 개인상담 센터로 옮겨서 조금 대우가 좋아졌다고 한다. 당시 내가 고용센터 다녀서 힘들었을 때인데 적잖은 급여를 받는 것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직장동료들은 퇴직 후 활동하지 않는데 본인은 활동하고 있으니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좋아했다. 지금은 자리 잡고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또 다른 사람을 금요 파트너로 맞이 해야 하며 정 붙여야 될 것 같다. 더 잘되기 위해 떠나는 사람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나는 여기서 주저앉아있을 것인가.  다행히 3년 전 코로나로 인해 상담이 중단될 때  다른 센터에 도전하여 다른 곳도 상담하고 있다. 70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언제까지 상담을 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배우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삶도 만만치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연 (因緣)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