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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Dec 21. 2022

88세 사촌 오빠

보고픈 100세 고모

며칠 전 토요일, 살아생전에 사촌들이 모여 얼굴을 알고 지내고자 하는 사촌 오빠의 염원이 이뤄지는 두 번째 모임. 3형제 중 둘째인 오빠는 큰형의 삶을 보며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한다.


큰형은 대학교 때 미국 가서  교수가 되었지만 가정을 갖고도 부부가 같이 살지 못했다. 아이들은 미국에서 잘 컸지만  떨어져 살아서 가정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돈이 있어도 여행도 별로 다니지 못하고 부유함에도 부를 누리지 못하고... 암 걸린 친구 병문안 가다가 비행기에서 돌아가셨다. 


그래서 장례식에서 형의 죽음 앞에서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내 아들들은 외롭게 살게 말아야겠다, 나는 아들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오늘 들은 이야기이다. 오빠왈족보를 만들어서 우리까지만은 올려놓겠다. 나이가 많기에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한다


남동생 손자녀와 우리 가족, 오빠부부, 세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 웬만한 장소물색이 힘들 정도로 16명 모임이 어려웠다. 88세부터 5세가 함께 하는 모임. 세대별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동생 손녀가 사람사이를 미소를 방긋 띠며 다니고, 무릎에 앉혀달라고 하여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주었다.


산만한 분위기에 처음 만나는 얼굴(오빠 셋째 아들)도 있고, 1시에 만나서 4시까지의 모임. 나름대로 보람 있는 시간이었지만 날씨는 얼마나 추운지 너무 추워서 헤어질 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집에 오느라고 바빴다. 


사촌오빠가 결혼할 당시 나 중3 때.. 36세가 88세가 되고,  52년이 흘렀다. 오빠 첫째 아들, 조카가 50세. 50대의 외사촌 오빠가 생긴 딸들은 처음에는 당황해했다. 회사 상사보다도 나이가 많다며 입 가리고 당황해했다. 


딸이 오늘모임은 회식 연장선 느낌이라고 한다. 그래도 혈연은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지. 나도 딸들에게 오빠를 주지 못 했으니 외사촌오빠라도 뒷배가 되어주면 고맙겠다. 사후 딸 둘만 남겨놓기 불안했는데 보다 좀 든든함이 되어 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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