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최우수상 수상
낙장불입(落張不入)이다.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하고 새로운 트렌드로 ESG가 선포된 이상, 정부와 기업 모두 패를 무를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다.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말도 어색할 만큼, 이미 경영진들은 ESG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활동과 담화들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제적인 트렌드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부와 기업, 미디어와 금융가에서 ESG없이는 미래전략을 논하지 않는다. 이는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회피하지 않고, 지나칠 수 있던 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환기시키는 등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ESG를 논하는 현실에 대비했을 때 미래지향적이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제도권에 올린 새로운 방식의 경영 형태가 반드시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위적으로 옳은 변화일지라도, 현장에 변화가 적용되는 일은 단순하지 못하다. 이는 기업들에게 부담이 됨과 동시에 실체적인 변화에서 오는 ‘반작용’에 대한 안배가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6.3%에서 2030년 40%로 대폭 상향했다. 제조업 중심의 국내 기업들에게 곧 다가오게 될 무역장벽인 ‘탄소 국경세’와 같은 글로벌 ESG규제에 대비하는 움직임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반드시 기업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일을 정부에서 도맡아야 할 의무는 없다. 단, 정책방향을 친환경과 ESG생태계 조성에 맞추고 그에 따른 행보를 이어가는 만큼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제시하고 혼란을 방지하는 비전있는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당위적인 ‘책무’가 있다.
상기한 정부가 제시한 목표와 ESG경영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반현실에 주목해야한다. 특히나 친환경 변화 부분은 빠른 시일 내에 탄소중립 상태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불가능에 가깝다. 변화가 빠르면, 빠른 속도에서 오는 반작용이 거대할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이 중단될 경우, 국내의 절반에 가까운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다. 비단 내연기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국내 공정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문제다. 유럽연합은 탄소중립을 위한 공정 전환을 위한 준비를 위해 ‘그린딜 예산’을 편성하여 운용해왔고 그 중 15%에 달하는 190조 원이 배정되었다.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기후 관련 투자금액의 40%를 공정전환 예산으로 책정했다.
국내의 경우는 아직 관련 투자는 물론, 가이드라인 자체도 명확하지 못하다. 이미 달리는 열차지만, 그 동력원의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과 불분명성으로 미래의 변화에 대한 이물감과 부담스러움이 국내의 대변환을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정부의 발표들은 화살표로 먼 곳을 찍고 제대로 된 형식과 내용을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미 금융권과 소비자들은 ESG체제로의 변화를 촉구하고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전반에서 이를 따라가기가 벅찬 상황이다. 이형희 환경재단 이사는 사설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실행할 수 있는 기술과 자금이 부족한 대다수의 중소기업을 위한 공정 전환 정책에 정부와 사회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미래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은 당위성과 명분, 그리고 인류를 위한 진보의 한 걸음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탄소중립 선언을 끝마친 상태다. ESG를 꿈꾸는 모두를 위해, 그리고 기업들의 성공적인 ESG체제 안착을 위해서 정부는 명확한 ‘동력원’을 제시하는 비전있는 행정부의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튼튼한 기반을 갖춘 땅에서, 뿌리깊은 나무가 탄생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