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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테나 Dec 21. 2016

아이러니한 삶의 마법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드라마 도깨비 내러티브 분석

그 아이만이 날 죽게 할 수 있는데,
그 아이가 자꾸 날 살게 해!
웃기지?


939살을 살면서 '자신을 무(無)로 돌아가게 해줄 널리 이로운 신부'를 찾아다니던 도깨비 김신! 마침내 찾은 도깨비 신부가 검을 뽑아 주겠다고 하자 당황하며 저승사자의 찻집을 찾아가 마음속 말을 내뱉는다. 그토록 원했던 죽음을 맞이 할 수 있게 됐는데, 막상 죽음의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의 의지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첫사랑이라니...

신의 지독한 장난 같은 아이러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이처럼, 아이러니한 핵심 갈등에 있다. 이 세상, 누구나 원하는 가장 행복한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 도깨비 김신은 죽음을 맞이하며 사랑하는 은탁과 이별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이 주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소설, 드라마, 영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 만났을 때, 우리는 실제 삶의 아이러니를 떠올리며 삶의 비밀 한 자락을 엿보는 듯한 력과 재미를 느낀다.


 할리우드 스토리 컨설턴트 '리사 크론'은 '모든 스토리의 목적은 우리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해석하고 예상해서, 현실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저서: 글쓰기 특강/ 처음북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람들은 가끔 이야기 매채들(소설, 드라마, 영화)을 감정적 유희만을 위한 오락거리로 치부해 버리곤 하지만, 신화와 전설 속에 인간 내면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듯이, 역사이야기 속에 지난 시대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듯이, 잘 지어진 이야기에는 인간과 사회를 통찰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윤리적 가치와 삶에 지혜를 즐겁게 배울 수 있기에, 이야기를 좋아고, 이야기를 즐긴다.



 그동안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즐거움과 사랑, 설렘의 성격은 강한 반면, 슬픔이나 분노, 미움 등의 감정의 깊이가 깊지 않아서 다소 가볍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라고 함) 에선, 아이러니한 운명적 상황을 극의 핵심 갈등으로 가져오면서 인간사의 칠정!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慾)의 풍성함이 드러나, 전작들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무게감과 균형감을 갖추며 펼쳐지고 있다.

판타지 드라마로서 도깨비와 저승사자, 삼신할머니 등, 신과 인간이 함께 사는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그들의 풍성한 감정선과 아이러니한 갈등 구조가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은유, 또는 삶의 가치와 인생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래서 김은숙 작가 특유의 로맨틱 멜로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이 드라마의 매력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깨비>의 갈등구조는 매우 다층적 구조를 갖고 있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많은 추측과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 지금 현재의 김신과 지은탁이 가진 아이러니한 사랑을 핵심으로, 김신의 과거에서 비롯한 천년의 분노, 자신을 죽게 한 왕과, 자신을 지지해 죽임을 당했던 왕비의 환생한 존재가 밝혀지면서 김신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옥가락지에 인연이나, 씬 배치를 볼 때, 저승사자와 써니가 전생의 왕과 왕비인 듯한데, 그들이 김신과 과거에 어떤 속 깊은 사연이 있었는지 밝혀지며, 현재의 갈등을 키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첫 회부터 티격태격 싫어하면서도, 속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관계가 되어버린 김신과 저승사자의 어울림이 좋았기에, 갈등의 깊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된다.


김은숙 작가의 내공은 작품 전체에 자리한 갈등구조의 매력뿐 아니라 감각적인 에피소드의 전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특히 작은 에피소드에도 반전과 아이러니를 담아내고 있는데, 병원에서 죽을 사람을 기다리던 저승사자가 데려간 사람은, 죽을 고비에 있는 환자가 아니라 과로사 한, 의사라든가, 이모네 가족에게 벌을 내릴 때 금덩어리를 줘서 덕화가 궁금해하는 에피소드 등은 드라마를 더욱 재치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 낸다.


거기에 김은숙 작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랑 발랄한 대사들은, 시청자들에게 <도깨비> 마법의 강력한 주문이 되어, 무한 회상하며 웃음 지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삶에 통찰과 긍정적 가치를 전달해 주는 대사들은, 우리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최근, 김은숙 작가의 대사들은 더욱 축약된 형태로 리듬감 있게 발산되고 있는데, 중간중간 사용되는 도치된 어법들과, 순간적인 생각의 비약을 드러내는 대사들이 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 대사를 주고받는 흐름도 반대적 어법을 사용하면서 극에 정서적 반전과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가 진짜 캐나다고,
아저씨 능력이 이 정도면,
저 결심했어요! 맘먹었어요, 제가!
저 시집 갈게요! 아저씨한테...
난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거 같거든요!
... 사랑해요!

그건, 제가 못 푸는 문제였거든요.

아니, 넌 아주 잘 풀었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아~ 그런 문제였구나!

...
나는 수차례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보통 사람들은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번 더 도와 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 놓은 것처럼...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어떤 존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사랑받고 있어요! 진짜로...

그럼 이제 나 예뻐지게 해주면 안 될까?

네!
그건 안 되겠어요!

그래 잘 생각.... 어?

...
아저씨 너무 불쌍하다!

언행일치를 좀 해주면... 안 되겠니?

슬퍼서 일단 울기는 하는데요,
자꾸 맨입으로 그러시면 어떡해요?
아저씨 예뻐지시기엔 너무
노력을 안 하는 것 같단 생각은 안 하세요?


 6회 마지막 키스씬은 김신과 은탁의 사랑이 점점 깊어져 갈 것과, 더불어 아이러니한 극적 갈등이 더욱 커져 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칼을 볼 수는 있지만 뽑을 수 없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수히 많은 동화 속에 나온 것처럼 키스로 대변되는 진정한 사랑뿐이다. 그러므로 아직은, 둘의 사랑이 무르익지 않고 불완전하기에, 은탁이 검을 뽑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김신과 은탁이 알콩달콩 사랑을 진실되게 가꿔가게 되면서 둘의 사랑과 아픔도 커지고, 은탁의 손에 검을 잡을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가 서로를 순수하고 완벽하게 사랑하는 순간, 아마도 은탁은 진짜 '도깨비 신부'가 되어 김신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며, 검을 뽑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 놓지 못하불안감 하나는, 유난히 무게감 가득 느껴지는 <도깨비>의 아이러니한 극적 갈등을 작가가 어떻게 해결하며 끝낼 것인가? 의 문제이다.  유난히 해피앤딩에 집착하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또 윤회사상과 신들이 전면에 나서는 판타지 장르라는 점과, 눈물과 웃음을 골고루 터트리고 있는 드라마 분위기를 생각해 볼 때, 해피앤딩될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아이러니한 갈등 구조를 갖춘 이야기들은 웃프거나 슬픈 앤딩으로 끝을 맺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갈등구조를 가진 <도깨비>는 기존의 틀을 다시 한번 뛰어넘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 있게 된다.


김은숙 작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연성 약한 해피 앤딩의 약점에서 벗어나, <도깨비>에서 보여준 놀라운 갈등 전개 방식처럼, 발전된 개연성을 갖추고, 판타지 세계의 질서를 지키면서도, 작가의 놀라운 통찰력이 빛나는 앤딩을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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