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잘 하는 방법 4.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한 적이 있다.
방 천장에 줄 2가닥이 멀찍이 떨어져 길게 늘어져 있어요. 사람들에게, 양팔로는 잡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두 줄을, 가위를 이용해서 잡아 묶어 보라고 했어요. 그럼 95% 사람들은 한 손에 줄을 잡고, 한 손엔 가위를 잡고 그 가위를 움직여 줄을 잡으려 합니다. 그러다 줄은 가위에 잘리고, 더 짧아져 묶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가위와 줄이라는 도구를 보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위를 잡고 자르는 움직임에 익숙해서 그런 방법으로 줄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의 산책을 하면, 줄 끝에 가위를 매달아 진자운동을 시켜 줄을 잡아 묶는 해결책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김경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실험은 사람들이 평상시 익숙한 대로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을 보여주며, 낯선 공간의 새로운 경험이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어 사람을 지혜롭고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김경일 교수의 설명처럼, 우리는 많은 생각의 틀에 갇혀 생활한다. 그것이 익숙함 일 수도 있고, 규칙을 따르는 것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선입관이나 편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생각이 틀에 갇혀 있으면, 문제 해결의 지혜를 발견하기도 힘들고, 신선한 것들의 즐거움과 아름다움도 느낄 수 없으며, 다양한 발전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그것이 새로운 시각이 되었든, 새로운 가치가 되었든 발견하려 애쓰며,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나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항상 창의성과 재미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 왔다. 어떻게 하면 보다 신선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창의적 생각의 전환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으로 찾은 방법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위의 심리학 실험에서도, 사람들은 가위를 줄 자르는 도구로서만 인식했다. 그것은 너무나 뻔하다! 하지만, 가위를 길이와 무게를 가진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인식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위를 줄에 매달아 길이를 늘리고, 무게를 이용해 추로서 진자운동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은 가위의 역할 기능에서 벗어나, 줄에 길이를 길게 만들 수 있는 물체라는 문제 해결의 핵심을 찾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평상시 많은 일들을 별생각 없이 본 대로, 배운 대로, 움직이거나 행동한다. 하지만 가끔, 어떤 필요에 의해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 때, 우리가 그냥 지나치고 있던 어떤 것들의 본질적 의미와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경우들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가 몰랐던 가치와 숨은 의미가 새롭게 발견되고 이해되는 것이다. 그러니, 알고 있다고 해서,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핵심이 무엇인지 다시 들여다 보고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들이 보지 못했던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구태의연함이 있다면, 핵심 원리뿐 아니라 한 단계 더 들어가, 문제의 원인과 그 원인에 원인까지 생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글을 쓰다 보면, 유난히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헛갈리는 글을 스스로 쓰고 있다고 느껴질 때! 난 글쓰기를 멈춘다. 그리고 핵심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의식과 글의 흐름이 맞는지 검토해 보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점을 찾고, 그 문제가 왜 생겼을까? 원인에 원인을 생각해 가다 보면, 상충되거나 말이 안 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 그때 다시 관점을 새운다. 내가 진짜 쓰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내가 쓰고자 하는 방향과 조건을 대입하고, 한 단계 더 들어간 진짜 의미를 찾아본다. 그럼, 같은 듯 하지만 새로운, 나만의 주제가 찾아지게 된다. 그 예가 앞 글 <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 >에 나오는 Y라는 여학생의 사례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잘 쓰인 뻔한 글들만 쓰던 Y가, 나와의 토론을 거친 후, 진짜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여, 친구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새로운 관점을 드러내는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어쩌면, 새롭지 않게 느껴지고, 진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글이 구체적이지 않고, 깊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해결 방법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글을 쓰고자 하는 내 생각의 핵심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발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노력뿐이다.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은 정물화 그림을 가르치시며, 빛은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처음 가르쳐 주셨다. 그림을 다 그린 후 아이들의 그림을 하나씩 보던 나는, 아이들이 앉아있는 위치에 따라, 같은 과일과 꽃인데도 형태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색감과, 톤, 분위기마저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이것은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른 관점과 입장을 갖고, 기억마저도 달라지며,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종종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말이지만, 우리가 물이 반쯤 담긴 머그컵 하나를 설명하더라도 윗면에서 보면, 동그란 원형 안에 찰랑이는 물과 조금 튀어나온 손잡이를 설명할 수도 있고, 옆 면에서 보면, 윗변이 넓은 사다리꼴의 모양과 컵의 무늬를 설명할 수도 있으며,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다리꼴 옆에 반원형 손잡이가 두툼하게 튀어나온 모습을 설명할 수도 있다. 또,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고, 물이 반이나 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보는 관점과 입장을 바꾸면 그것은 새로운 시선이 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1877년에 발표된 애나 슈얼의 소설 <블랙 뷰티>가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말로 관점을 바꾸어, 동물보호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치며 지금까지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것은 새로운 관점의 전환이 갖는 훌륭한 글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가끔, 꽉 막혀 있는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시켜주고 싶을 때, 아이들과 하는 게임이 있다. 그것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2가지 사물의 공통점 찾기 게임이다. 예를 들면 '화장지'와 '고래'의 공통점 찾기! 같은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저마다 "흰색이 있어요" "길어요" "물로 들어가요" "잡을 수 있어요!" "무늬 있는 것도 있어요" "이름이 많아요" 등... 생각지도 못한 공통점들을 찾아낸다. 그런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의 생각은 매우 재미난 것들로 넘쳐나서, 글을 쓸 때도, 스스로, 신선한 표현과 관점들이 나오는 경우들이 꽤 있다. 많은 학자들에 따르면, 창의력은 낯선 것들을 결합시키는 능력이라고 한다. 그 낯선 결합을 통해 우리 삶에 의미 있는 무엇을 찾아내고 만들어 냈을 때 우리가 그것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낯선 생각들을 결합시키는 것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고, 우리의 생각을 보다 넓고, 깊게 확장시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결합시키는 놀이처럼,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이해되지 않는 조건이라 해도, 주제와 여러 가지를 결합시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한다면, 전 보다 발전된 문제 해결력과 새로운 관점과 가치를 찾아내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새로운 관점과 가치를 전달하는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은, 글에 대한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이라 할 수도 있고, 보다 깊고 넓게 생각을 확장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방법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다 훌륭한 관점을 제시하는 신선한 글을 쓰게 될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 다만, 뭔가 막힌 듯,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 또는 너무 뻔한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노력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논술 글쓰기 비결> 매거진은 1번 글부터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