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재미와 매력 분석.
우리는 얼마 전, 촛불 민심을 통해, 국정농단이라는 대한민국 운영 체제의 총체적 부실을 바로잡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농단 세력을 호위하던 민정수석을 웃으며 대화만 나누다 풀어줬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혐의 입증에 실패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고 말았다. 거기에 검찰 수뇌부가 돈봉투 만찬까지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 검찰에 대한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안길호 PD는 인터뷰에서 "촘촘한 이야기와 큰 메시지를 통해 통쾌함을 선사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실적 권력의 부정부패를 바로잡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국민 정서에, 울림을 줄 수 있는 드라마 속 정의의 심판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더욱 기대가 된다.
거기다, 지금까지 방영된 6회분의 드라마 짜임새를 볼 때, 신인 작가의 드라마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치밀한 준비와 탄탄한 내공이 돋보이는 대본은, 섬세하고 치열한 갈등을 펼쳐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잘 짜인 추리 드라마! 이수연 작가의 <비밀의 숲>이 가진 매력들을 살펴보자.
이 드라마는 2,3명의 주연급이 존재하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5명의 주연급이 등장한다. - 물론 단 1명의 핵심 주연은 황시목 검사이다.- 내공이 부족한 작가들의 경우, 주연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산만해지거나, 주제의식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수연 작가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구조 속에, 5명의 인물들이 모자라거나 처지지 않게, 서로를 치고받으며 내러티브를 발전시켜 나가는 완숙한 실력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스폰서 박무성 살인 사건을 파헤치며, 검찰 내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으려는 황시목 검사와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자, 정경유착의 핵심 인물인 차장검사, 그리고 그 배후 세력들의 대립을 암시하며 단순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인물들의 숨은 비밀이 드러나며 갈등 양상은 좀 복잡해진다. 여타의 드라마에서 처럼, 정의로운 편과 나쁜 편이 단순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라, 인물 개개인의 캐릭터와 숨겨진 사연이 드러나면서 같은 편이라 생각되는 관계 속에서도 상황적인 대립과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황시목과 가장 대척점에 놓여 있는 듯했던 차장검사는, 자신의 수족으로 움직이던 같은 편 서검사를, 황시목과 손잡고 제거하려 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서검사는 차장검사에게 응징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건을 꾸미기도 한다. 또 검찰 내부에서 유일하게 황시목 편으로 생각되던 영검사가, 죽은 박무성을 가장 마지막에 만난 용의자로 대두되는가 하면, 황시목의 유일한 공조수사 파트너인 한여진 경위는 가끔씩 황시목을 용의자로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 5명의 주연들은, 동지면서, 서로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의심하고, 때론 공격도 하면서, 그들 각자의 위치와 목적에 따라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이 치열하고 복잡한 인물 관계에서 비롯한 긴장감이, 시청자들을 드라마에서 한시도 눈 돌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핵심 주인공인 황시목은 8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부패한 권력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이득을 챙기며 살아남는지를 봐온 머리 좋은 검사이다. 그래서 검찰 내부에 썩은 자리를 도려내는 것이 옳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주장을 온몸으로 발산하며 대놓고 저항하는 영웅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조직의 상명하복에 순응하고, 상사의 비꼬고 놀리는 제스처에도 모르는 척, 능숙히 대처하는 베테랑 직장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다가 한 번씩 결정적 순간에 드러나는, 진실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추리력과 도전적인 언변은 황시목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부각시킨다. 어쩌면, 뇌수술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캐릭터로서의 특별함보다도, 황시목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이런 성격이 아닐까 싶다.
황시목과 관련해서, '이 드라마, 심상치 않다'라고 느꼈던 첫 장면은, 사건 보고를 하는 황시목에게 차장검사가 '박사장 집엔 왜 갔었냐'라고 묻는 장면이었다. 자가당착에 빠진 황시목의 논리를 비웃던 차장검사는 "속 쓰릴 텐데, 가서 해장국이나 한 그릇 해!" 하며 2만 원을 찔러 넣어 주고, 황시목은 아무렇지 않게 "맛있게 먹겠습니다!"하며 그 돈을 받는다. 1편에서 가장 핵심적 장면이 되는 이 씬은, 박사장 살인 사건의 의미와 방향성을 설명해 줄 뿐 아니라, 차장검사와 시목의 팽팽한 기싸움을 통한 두 사람의 관계성, 그리고 시목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탁월한 씬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얼마든지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강인한 내면을 가진 황시목이란 캐릭터를 살려내면서도 변화무쌍한 대사 전개를 통해, 이야기 구조의 방향성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내공이 돋보이는 씬인 것이다.
또, 두 번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한여진 경위는 정 많은 형사로서, 아들의 죽음으로 의지 할 곳이 없어진 박무성의 모친을 자신의 집에 모실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논리적 증거를 향한 치열한 분석에선 냉철함을 발휘하는 이중적 성격을 보여준다. 그래서 때때로, 황시목 검사까지 사건 용의자로 의심을 하기도 하고, 할머니를 찾아온 손자를 떠보는 질문들을 하며 용의자 탐색에 치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황시목과 적대 관계로 비쳤던 차장검사는, 서검사와 함께 부패한 정경유착의 핵심 인물로 보이는 초반 구도와는 다르게, 매우 인간적인 모습들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기존의 악인들과는 달리, 황시목의 뛰어난 실력을 인정하기도 하고, 스승인 영장관과 그의 딸 영검사를 보호하려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며, 때론 부인을 사랑하는 따뜻한 남편의 모습까지 보여,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주목받은 사람은 황시목이 용의자로 의심하던 차장검사였다. 박무성에게 약점 잡힌 스폰서 검사였던 차장검사가 시목의 수사를 어떻게 방해하고 옥죄어 올지 기대하는 사이, 오히려 뇌수술을 한 황시목의 과거가 밝혀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생각과는 다르게 발전해 나간다.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오히려 자신의 심복인 서검사를 쳐내고 시목과 손잡으려는 차장검사. 그리고 뒤이어, 죽은 박사장을 마지막으로 만난 새로운 용의자 영검사와 뇌물 누명으로 불명예 퇴진한 영검사의 부친, 영장관 사연까지 드러나며 이야기는 뿌리 깊은 검찰 권력의 부패함을 보여주게 된다. 그때 다시 발생하는 2차 사건! 이번엔 본격적으로 사건의 목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검사라는 용의자가 대두되며 사건이 더욱 복잡하게 꼬여간다.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하나 씩 드러나는 등장인물의 사연이 있는 반전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청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끌어당긴다. 극적 구조를 잘 만든다는 어떤 작가의 드라마가, 반전을 위한 반전, 똑같은 패턴의 매너리즘에 빠진 반전이라면, 이수연 작가의 드라마 속 반전은 인물의 성격과 비밀을 치밀하게 계산한 드라마 구조에 꼭 필요한 반전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의 심리적 상황과, 배경 설계가 이야기 구조 속에서 단단한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반전의 다양성뿐 아니라, 개연성까지 확보하는 극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대사 잘 쓰기로 유명한 작가들의 재기 발랄한 어휘와 유머러스한 비유에 의한 대사빨의 재미가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부딪치며 만들어지는 그 흐름이 매우 강렬하고 신선한 것이다. 특히 주인공 황시목과 차장검사가 나누는 모든 대화들은 드라마 내러티브의 중요한 정리 포인트가 되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또, 5회에서 서검사가 차장 검사와 2차 피해 여성의 살인미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선, 서검사의 의미심장한 면모를 엿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흥미롭다. 서검사가 용의자로 확실히 각인된 6회를 끝까지 본 이후, 5회의 그 씬을 다시 보면, 서검사의 심리적 흐름과 묘한 표정의 의미가 더욱 섬뜩하게 이해되며 생생히 다가온다.
이수연 작가는 대사를 통해 인물의 섬세한 심리적 흐름과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줄 알며,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방법을 정확히 아는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그녀가 설계한 드라마 속 대화의 흐름은 참으로 변화무쌍해서, 처음 시작한 내용과 발전돼가는 양상은 사뭇 달라지기 일수이며, 서로의 공격과 방어가 마치 창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상황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 정서가 매우 치열하다. 또, 그것은 주인공들의 대화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중요한 장면들마다 드러나는 인물의 섬세한 감정 변화는 놀라울 정도이다.
만일 다시 보기를 할 수 있다면, 앞에서 언급한 1회의 박사장 살인사건을 차장검사에게 보고하는 씬, 2회의 서검사를 내몰고, 부장검사 자리를 주겠다는 차장검사와 시목의 마지막 대화 씬, 4회의 영장관 병실을 찾은 시목과 영장관의 대화 씬, 5회의 시목이 용의자로 의심받자 차장검사가 시목의 방으로 와서 한 판 벌이는 서류 따귀 씬, 6회의 서검사에게 피해자 주소를 알려준 룸살롱 마담과 한여진, 황시목의 대화 씬 등을, 다시 보길 바란다. 이야기 흐름을 생각하고 보면, 인물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미묘한 정서까지 정확히 묘사된 드라마 대본이 그대로 읽히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과 부단히 노력한 연출가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장면에서 다양한 배우들이 그 모든 장면들을 섬세하게 연기해 내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뛰어난 대본의 힘이 크다!
참고로, 5회 서류 따귀 씬을 살펴보자. 대사는 중간중간 축약했다.
차장 : (흥분 가시지 않은 채)
칼, 니가 휘둘렀니? 니가 여자 찔렀어?
시목 : (조심스럽게) 아닙니다.
... 제가 만졌습니다.
차장 : 너, 나 날개 다는 거 막으려고
뒤로 동맹 맺었니?
시목 : 죄송하지만, 저하고 동맹을 원하는
상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만,
차장 : (버럭) 누구 앞이라고 말장난이야?
... (시목을 툭툭 치며)
우리 지검이 너 하나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어
시목 : 모든 증거가 완벽히 저네요!
그런데 왜 의심 안 하시는 겁니까?
(똑바로 보며 냉정하게 표정 변한다)
혹시 진범을 알아서입니까?
권민아, 차장님입니까?
차장 : (감정 누르며)
사람이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똥오줌은 구분해야지, 응?
...
시목 : 제게 팩트를 주시죠!
차장 : 아무 일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어!
... 박사장 이미 그때 망조였어...
니가 너 혼자 잘난 맛에 사는 건 아는데,
황시목! 난 너보다 위야!
시목 : 박무성의 죽음으로
수입원이 끊긴 박민아가
차장님을 다이렉트로 협박했겠죠
...
차장 : (차분하게) 박사장 그 앨 벨이라 불렀어.
박사장이 벨을 나를 위해서만 울렸을까?
...
차장 : (신념에 찬 목소리로) 우린 검사야!
뇌물을 받기도 하고,
접대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
죽도록 책만 파다가 갑자기 권력을 쥐고
명예를 얻고, 물불 못가리고
날뛰기도 하지만, 우린 검사야!
나한텐 믿음이 있어.
수호자와 범죄자. 법복과 수인복!
우린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단죄해야 할
부류들과는 다르다는 믿음.
아무리 느슨해져도
절대 타인을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
시목 : (신중하게 듣다가 움찔하는 표정!)
차장 : 그런데 나보고 뭐가 어쩌고 어째?
시목 : (차가운 표정으로) 답이 아닙니다.
* 차장검사, 서류더미로 시목 뺨 후려친다. *
차장 : (배속 깊숙이서 올라오는 목소리로)
안 죽였어!
시목 : (문 밖 신경 쓰며, 깍듯하게 90도 절)
실례 범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이 씬은, 차장이 시목을 공격하며 시작한다. 흉기에서 현직 검사의 지문이 발견되고, 검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증인까지 나온 마당에, 검찰 전체에 튈 오명과 자신의 명예를 신경 쓰던 차장검사의 사실 취조 공격이다. 그러더니 어느새 시목은, 모든 게 다 자신을 가리키는데, 왜 의심하지 않냐며, 차장검사에 대한 역공을 시작한다. 여자의 협박을 받아, 죽이려 했던 거 아니냐고 시목이 차장을 다그치며 재차 공격하자, 차장은 검사로서의 신념 이야기를 하며 시목의 공격을 단단히 막아 낸다. 그럼에도 밀리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시목의 냉정한 대답! "답이 아닙니다!" 이에 격분한 차장검사는 대화의 종지부를 찍는 강렬한 공격 한방! 서류로 시목의 따귀를 날린다. 그리고, 차장 검사의 "안 죽였어!"라는 토로에, 시목은 패배를 인정하는 듯, 깍듯하게 사과한다
두 인물의 치고받는 말속에, 공격과 방어, 빠른 패배의 인정까지, 마치 게임 속 싸움 장면을 보는 듯, 강렬한 캐릭터가 긴장감 넘치게 부딪친다. 거기에, 밖에서 이들의 대화를 엿듣는 영검사와, 이를 눈치채는 시목의 입장까지 더해져, 복잡한 심리적 흐름과 함께 긴장감이 고조된다. 절정에 다다른 흐름 속에 서류로 따귀를 날리는 결정적 한 방의 마무리까지, 마치 기승전결의 드라마 한 편을 다 본듯한, 강렬한 대화 장면이다.
주인공 황시목은, 박사장이 살해되기 전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영검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영검사를 용의자로 주목한다. 영검사의 플랫슈즈, 여직원과 비슷한 키, 많은 서류뭉치를 옮기는 테스트를 통해 영검사에 대한 의심을 거둔다. 또, 우연히 만난 동창생이 명함을 꺼내려다 마는 행동 만으로도 실직했음을 짐작하기도 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2차 사건 현장에 왜 나타났었는지 슬쩍 떠보기도 하며 갑자기 나타난 친구에 대한 검증을 하기도 한다. 밤에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서검사에게서 풍기는 여자 향수 냄새와, 마스크, 선글라스의 흔적은, 서검사가 얼굴을 가린 채 누군가를 만난 것이라 추측하며 서검사의 용의점을 찾아내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처럼 <비밀의 숲> 속에는 핵심이 되는 거대한 사건에 대한 단서 찾기와 추리의 과정 말고도, 작가가 평범한 일상 속에 예민하게 설계해 놓은 무수히 많은 추리의 과정과 검증의 단계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소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은 노력과 생각이 필요한 작업으로, 작가의 그 치밀한 노력을 통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 작고 소소한 실마리들이 모여, 중요한 단서들이 발견되고, 그 단서들은 검증의 단계를 거쳐 시청자들을 중심 사건의 메인 플롯으로 이끈다. 한마디로, <비밀의 숲>의 이야기 구성이 단순하지 않은 것은, 작가가 하위 단계에서 중위 단계, 상위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한 치밀한 구성 덕분이며, 그 덕분에 우리는 풍성한 이야기의 재미와, 혼돈 속에 질서를 찾아가는 추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이 과정의 다른 포인트 중 하나는,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분위기 묘사 장면들이다. 서검사가 2차 피해자의 병원을 몰래 찾아가는 장면의 H.H(hand-held) 카메라 워킹이라든가, 차장검사가 부인을 묘하게 신경 쓰는 장면에서 보이는 부인의 뒷모습을 강조하는 화면들은 사건의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과 함께, 뭔가 감추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묘한 정서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런 장면들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정서를 조율하기도 하며, 드라마의 핵심 근거를 감추고, 드러내는 기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화면들은 주로, 심리적 흐름이 중요한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도 그런 점들이 매우 적절히 녹아 있기에, 정서적인 흥미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아마도 이수연 작가가 설계한 <비밀의 숲> 범인 찾기 게임에 동참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황시목이 발견하는 수많은 단서들과, 그가 의문점을 품는 더 많은 생각들, 그리고 그가 알지 못하는 드라마 속 많은 상황들을 통해,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생각하고, 토론하고, 예상하며 충분히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밀의 숲>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는, 현실에서 절대 만족할 수 없었던, 부패한 권력이 응징되고, 올바른 정의가 바로 서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이토록 섬세하고, 이토록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 주말 저녁마다 흥미진진한 추리 게임에 동참할 수 있게 해 준 이수연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 당신이, 이 드라마와 씨름하며 보냈을 좌절의 시간과, 극복을 위해 노력했을 더 많은 시간에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