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테나 Jan 03. 2018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따뜻하고 친절한 시선!

<원더> 영화 리뷰

 흔히들, 학교는 아이들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곳이라고들 한다. 지금 아이들은 유치원을 거쳐 학교를 들어가는 게 일반화되어 있지만, 여전히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 학교라는 점에서, 반론의 여지는 없을 듯하다. 가정이나 유치원에서 주로 보살핌 받던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고, 보다 엄격해진 규칙과 질서 속에, 남들과 잘 지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챙기고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이에게나, 그 부모에게나 생활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고,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한 단계의 성장을 의미하게 된다.


 주인공 '어기'도 학교 입학이라는 큰 변화 앞에 서있는 5학년 신입생이다. 태어날 때부터 안면 기형을 갖고 있던 어기는 어머니와 홈스쿨로 공부를 해왔지만, 때가 됐다는 엄마의 권유로 학교에 처음 입학하게 된다. 어기는 낯선 학교 생활에서 친구한테 상처도 받지만, 꿋꿋하게 잘 이겨내며 성장해 간다. 하지만 <원더> 재밌는 점은, 주인공 어기의 사회 적응 드라마에만 이야기가 한정되지 않는 점이다. 특별한 어기 덕분에 가족의 관심을 덜 받으며 자란 누나 '비아'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어기가 학교에서 사귄 첫 친구 '잭'의 이야기와, 어기와 친누나처럼 지냈던 비아의 단짝 친구인 '미란다' 이야기까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어기 주변 아이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며, 그들의 고민과 시행착오, 그리고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기의 부모 '이사벨'과 '네이트'

 그리고, 그들의 성장 속에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주는 관심과 배려의 친절한 시선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시선은, 따뜻하게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어기의 부모님들이다. 특히 어기의 엄마 이사벨은 어기가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잘 해 낼 수 있다며 어기를 조심스럽게 세상 밖으로 이끈다. 또, 친구처럼 놀아주는 재미있는 아버지 네이트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넌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 덤비면 받아버려"라며 어기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누나, 비아 또한 "돋보이게 태어난 사람은 섞이기 힘든 거야"라며 어기에게 힘을 보탠다.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인지, 어기는 똑똑하고 재미있으며, 어설픈 놀림에 휘둘리지 않고, 친구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알며,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멋진 아이로 성장해 간다.


어기 누나 '비아'와 남자 친구 '저스틴'

 또, 특별한 동생 어기 덕분에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느낌을 받던 누나 '비아' 또한, 잘 성장해 갈 수 있었던 데에는 "널 가장 사랑한다"라고 말해주시던 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마음을 알아주던 단짝 친구 미란다가 있었고, 미란다가 잠시 비아 곁을 떠났을 때는, 관심을 갖고 응원하며 지켜봐 주는 남자 친구 '저스틴'의 따뜻한 시선이 있었기에, 비아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연극 여주인공에 도전하며 에너지 충만한 삶을 되찾게 된다.


어기의 첫 친구 '잭 윌'

 그 밖에도, 어기에게 처음으로 친절하게 다가섰던 '잭'에게는 따뜻한 배려심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어머니가 있었다. 자신은 착하지 않다며 삐딱하게 구는 잭에게 끝까지 넌 착한 아이라고,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는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잭은 진심으로 어기에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로 자랐을 것이다.


 또, 학교 연극의 여주인공이면서도, 가족의 응원을 받지 못해 슬픔에 빠져 있던 '미란다'는 "가족 같은, 비아 부모님이 널 응원해주실 거야!"라는 저스틴의 위로의 말을 듣고, 비아네 가족과 보낸 따뜻한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미란다는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멀어졌던, 단짝 친구 비아와 그 가족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되찾기 위해, 비아에게 여주인공 역할을 양보함으로써,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


이처럼, <원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황하고, 가슴 아파하지만, 친절한 누군가의 따뜻한 격려와 진심 어린 사랑과 위로를 통해 힘을 얻고, 보다 나은 선택을 하며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어기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의 모습은 이러한 영화적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기가 처음 학교에 방문한 날, 어기와 눈높이를 맞추며 유머러스하게 어기를 맞아준 교장선생님은, 어기를 위해 친구 몇 명을 미리 소개해 주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배려를 보여 준다. 또, 줄리안이 어기를 놀린 행동에 대한 처벌을 이야기할 때조차, 교장선생님은 안하무인인 줄리안의 부모님에 대한 친절함을 잃지 않으며,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으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며, 공동체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을 지키고자 하는 이상적인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어기의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늘 질문해야 한다"며,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땐, 친절함을 선택하라",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하라"는 가르침으로 아이들에게 친절과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기 초가 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명언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담임 선생님의 모습에서도 인성과 사회성을 중시하는 교육관을 알 수 있지만, 가장 인상적으로 담임 선생님의 교육적 가치관이 드러나는 장면은 어기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 장면이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교사가 즉각 개입해서 해결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고루 들어 보고,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으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는, 아이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려는 교사의 사려 깊은 배려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며 성장해 가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세상에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게 하는 용기와, 작은 실패와 문제들로 상처받았을 때, 일어설 수 있게 해 주는 따뜻한 시선의 관심과 사랑, 위로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시종일관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하며,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친절히 대해준다면,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며 스스로 성장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어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어느 면에선 특별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담임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관심과 위로를 보내줄 수 있으면 된다. 영화 마지막에 어기의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이 말은, 아마도 감독이 영화 전체를 통해 간절히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영화 전체의 주제의식을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잭이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에 상처받은 어기가 잭을 피하면서 또다시 외톨이로 생활하고 있을 때, 그동안 어기를 지켜봐 왔던 '썸머'가 어기에게 다가온다.

안녕? 난 썸머(여름)야!
 네 이름이 어기(8월)니까,
내 이름이랑 잘 어울려!
넌 왜 여기 앉는 거야?
 너도 교장선생님한테
내게 잘해주라고 얘기 들었어?
아니, 그런 얘기 들은 적 없어!
그런데 왜?
난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으니까!



우리도 썸머처럼,
용기 있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