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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Sep 08. 2016

5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 웰컴 투 헬

인도/델리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
그리고 동생의 경험을 위해서


남동생과 손잡고 떠난 인도 이야기


겁나게 편했던 배낭,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미러리스 카메라.
동생은 뉴델리 공항에서. 아직까진 표정이 밝다.


01. 떠나볼까나




오랜만에 비행기를 탄 동생은 (사실 그렇게 오랜만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밖을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이륙할 때 설렘과 두려움 그 사이의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마냥 설레었다. 그리워하는 그곳에 다시 간다는 것 자체가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동생과 함께 간다는 게 믿기지 않아 자꾸만 옆에 앉은 동생을 쳐다보기도 했다. 여행 가는 거, 새로운 거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라 순순히 따라와 준 게 고마웠다.





우리의 여행을 응원하는 듯 하늘도 예쁘다.
인도는 생각보다 먼 곳이었다. 약 2400킬로를 날아가면 다시 그곳에 간다는 거지.
낮에 출발해 밤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타이항공은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이용했던 항공사이다. 그때 만족했던 기억에 더욱 저렴한 티켓을 뒤로하고 일부러 타이항공을 선택했다. 기내식이 정말 맛있다. 여러 항공사를 이용해봤지만 Top 3안에 드는, 지인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항공사이다.


동생도 연신 맛있다며 잘 먹었다. 그래. 잘 먹어야 한다. 인도에서 살아남으려면.



02. 어서 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드디어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늦으면 공항 노숙을 할 생각이었지만 10시 정도밖에 되지 않아 나가보기로 했다. 둘이니까 두려울 게 없다. 일단 프리페이드 택시 부스를 찾아 티켓을 사고 택시를 탄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동생도 사전조사를 한 게 있어서 티켓을 다 줘버리면 안 된다고 걱정을 한다.

공항을 나와 얼마 안 갔는데 으슥한 곳에서 멈추더니 택시기사가 내린다. 우리 둘은 바짝 긴장하고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누군가에게 열쇠를 건네더니 운전자가 바뀐다. 생각해보니 5년 전 캘커타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가는 내내 호텔은 예약을 했느냐느니, 자기가 좋은 호텔을 많이 안다느니... 열심히 영업을 한다

"인도 많이 와봤어. 호텔도 예약했고. 빠하르 간즈에 잘 내려만 줘"

다행히 뉴델리 중심가, 여행자들의 거리 빠하르 간즈에 잘 도착했다.
밤이라 숙소 흥정이 잘 안된다. 방도 많이 안 남은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그렇게 구석지지 않은 곳에 깨끗한 방을 찾았다. 꼭대기 층이라 상상초월로 더웠다. 낮시간 동안 달궈져 있던 열을 그대로 느끼면서 잔다.



더위에 소음에 짜증이 날대로 난 동생은 화장실 불이 켜졌다 안 켜졌다 한다며 짜증을 낸다. 그래도 옥탑방까지 몇 번을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면서 고쳐준 직원이 고맙다. 사실 고쳐주러 와서는 접촉 불량이라며 대충 만져만 주고 정작 전구는 안 갈아줘서 동생을 더 화나게 하긴 했지만 말이다.
엄청난 더위와 습도, 그리고 끊이지 않는 경적소리까지. 귀마개까지 끼고 자던 동생은 도저히 못 자겠다며 자다가 일어나 앉는다. 에어컨이 없는 방이라 창문을 열어놓고 자니 바깥 소음이 그대로 다 들린다. 나도 처음에 적응하는 게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짐을 내려놓고 잠시 나가 망고주스를 한 컵 사마신 후 들어가며 사진을 찍었다. 밤에는 불빛 때문인지 그렇게 으슥해 보이지 않았는데 아침에 보니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아 보인다.



03. 그래도 나쁘지 않아.


애매한 시차 덕에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 둘은 (사실 더워서 잘 수도 없었다) 짜이를 마시러 밖으로 나왔다. 아침에 길거리에서 파는 짜이가 얼마나 먹고 싶었나 모른다. 아직 길거리 음식을 경계 중인 동생은 안 마시려 했지만 결국 같이 과일주스를 사 먹었다.



릭샤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릭샤꾼들은 지방에서 돈을 벌러 올라온 가장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끼리 모여사는 곳이 있는데,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릭샤를 이동하는 집으로 이용한다. 이른 새벽에 나가야 볼 수 있는 장면인데 참 마음이 아프다.



바로 앞에 있는 뉴델리역에서 기차표를 끊고 일과를 시작하려고 했다. 바로 앞에 있는 기차역으로 가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데 여기부터가 난관이다. 신호등도 없고 '보행자 우선'정신 같은 건 당연히 없다. 규칙도 없고 질서도 없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들만의 질서가 존재한다). 어릴 때처럼 동생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건너가니

 "아, 누나!! 위험해!!!!" 하고 내 팔을 끌어당긴다.

"여기선 이렇게 건너야 돼. 안 그러면 하루 종일 못 건너."

처음엔 무서워하더니 나중엔 더 재밌어한다.

"누나! 저 사람들 갈 때 붙어가자!ㅋㅋ"




04. 꾸뜹 미나르


신시가지인 코넛플레이스에 잠깐 갔다가 버스를 타고 꾸뜹 미나르로 이동한다.
5년 전 캘커타에서 다 낡아빠진 버스를 5루피 주고 탔던 기억이 나는데 이 버스는 25루피나 받는다. 수도라 그런가? 뭐 아무튼, 좋은 버스 시원하게 타고 가니까 좋긴 하다.



델리에서 꼭 봐야 하는 꾸뜹 미나르. 일요일이라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현지인의 몇 배인 250루피의 입장료를 내지만 대신 입장권 살 때 줄을 덜 선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인과 외국인은 줄을 따로 서기 때문에 줄이 적은 대로 가면 거의 외국인 줄이다.

꾸뜹 미나르는 델리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유적군이라고 한다. 노예 왕조였던 꾸뜹이 힌두교에 대항해 이슬람 세력의 승전을 기원하며 세웠다고 한다. 미나르가 탑이라는 뜻인데 꾸뜹이 세운 탑이 꾸뜹 미나르이며 이 일대를 꾸뜹 미나르 유적군이라고 부른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어있다. 여러 명의 왕이 100년에 걸쳐서 건설을 했다고 하는데 이런 건축물을 볼 때마다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낀다.



정말 섬세하다. 연필로 그리라고 해도 못 그릴 것 같은 자세한 무늬를 저렇게 새겨 넣은 걸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광활한 유적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너무 뜨거워서 잠시 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 돌마저도 너무 뜨거워서 엉덩이를 겨우 걸쳤다.



다 보고 돌아오는 길은 지하철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나도 처음 타보는 인도 지하철. 역까지는 오토릭샤로 이동했다. 인도 지하철은 보안상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규칙 따위 잘 지키지 않는 인도인들도 이런 건 엄격하게 지키는 것 같다.



다시 돌아온 뉴델리역. 빠하르 간즈.
나는 하루하루 가는 게 너무 아쉬운데, 동생은 앞으로의 한 달이 막막해 보인다.
그래도 좋다.
다시 와서 좋고 동생이랑 와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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