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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Sep 13. 2016

델리의 음식점들

인도/델리

                                                                                      

인도 음식은 호불호가 갈린다. 
향신료가 너무 강해서 싫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나처럼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 사람들은 이색적인 맛에 반해버리곤 한다. 
다행히 동생도 인도 음식에 거부감을 갖지 않아 음식으로 힘들어하진 않았다. 아기 때부터 밥을 좋아했던 정일병(집에서 부르는 동생 별명)은 카레에 밥을 시켜주면 그만이었고, 나는 난을 시켜 찍어 먹었다. 인도에서 먹은 음식은 거의 비슷비슷했지만 델리는 수도라서 특이하거나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음식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01. Tadka (빠하르간즈)



빠하르간즈에서 길을 따라 쭉 들어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있었던 것 같은 기억.
유명하다길래 가봤다. 정통 인도 요리집이라기보단 퓨전 음식들이 난무하는 투어리스트 레스토랑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시금치 카레와 난을 시켰다. 정일병은 

"시금치!?!?"

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며 시켰다. 한국에서 인도 음식점을 가도 시금치 카레를 꼭 시킨다. 
인도 이름으론 '팔락 파니르' 라고 하는데 '파니르'치즈가 들어간 시금치 카레다. 나중에 인도에서 쿠킹클래스를 듣는데 메뉴에 무조건 포함시켜달라고 부탁했었다. 

이때를 시작으로 카레집을 가면 무조건 하나는 팔락파니르가 고정 메뉴였다. 같은 인도지만 우리나라 김치찌개가 가게마다 다르듯 팔락파니르도 다 다른 맛을 낸다.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정일병이 질리도록 먹었었다.



같이 시킨 샌드위치와 감자튀김.
결국 다 먹지 못 했다. 맛이 없었다. 역시 현지에선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한다.


02. 이름 모를 루프탑 레스토랑 (빠하르간즈)



다음날 갔던 레스토랑. 
이렇게 생긴 건 다 관광객 대상인 음식점인지라 왠지 식당보단 '레스토랑'이라고 불러주는 게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루프탑에 있던 곳이라 모래바람을 맞으며 카레를 먹었다. 북적거리는 길거리를 내려다보니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게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점일 뿐인데 그 속에서 우리는 아등바등 살고 있다는 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름 한적한 때였던 것 같다. 밥 먹으면서 들리는 경적소리는 덤이다. 

(사실 인도에서 이 소리 안 들리는 게 이상하겠지만)



다른 카레를 기다리면서 찍었던 것 같다.
밥을 하나만 시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얼굴만 한 그릇에 고봉으로 담아준 볶음밥. 맛은 별로였다. 맛이라기보다 상태가 별로였다. 햇반을 데워준 느낌이랄까...


03. 라씨



빠하르간즈 끝 쪽에 위치한 라씨집. 이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실 인도는 어딜 가나 라씨집이 많다. 
인도에서 가장 그리웠던 것 중 하나. 라씨. 물갈이하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

인도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걸 참 좋아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웃어준다. 사진 속의 사람도 사진기를 들으니 계속 쳐다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라씨에 들어가는 커드를 이렇게 놓고 파는데 파리들이 날라와서 앉았다가 가도 아무렇지가 않다. 
여기는 인도니까.



커드가 많이 들어갈수록 걸쭉하니 맛있다. 저 위에 살짝 굳은 부분을 라씨 위에 얹어주는데, 마치 케이크 위에 올라간 화이트 초콜릿을 먹는 것 같다. 앞에 달라붙어 많이 달라고 졸랐더니 듬뿍 얹어주는 인심 좋은 인도 사람들.



당시 환율이 1루피에 20원 정도로 쳤으니까 한 잔에 400~500원 정도였다. 
이렇게 맛있는데! 
원 없이 실컷 마셨다. 


04. 핫 밀크



빠하르간즈 초입에 있는 골목에는 따뜻한 우유를 판다.
따뜻한 커드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뭉글뭉글 데워주는 우유를 아침에 한 잔 마시면 몸이 녹는다.



라씨집 가면 항상 옆에 커드가 쌓여있는데 이걸 보면 내 마음이 다 든든하다.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05. 길거리 치킨



빠하르간즈 중간 즈음 골목으로 들어가면 치킨을 파는 집이 있다.
탄두리랑은 또 다른 튀긴 치킨이다. 낮에는 문을 안 열고 밤이 돼야 여는 것 같다. 부위별로 판매하는데 내장도 있다. 먹을 수 있는 곳이 따로 있지는 않고 먹고 간다 하면 옆에 의자를 놓아준다. 각종 소스와 양파를 함께 주는데 간단하게 요기하기 좋았다.





06. 티베트 음식 (티베탄 콜로니)


빠하르간즈에서 조금 나가면 티베탄 콜로니가 있다.
티베탄 콜로니라고 말하면 릭샤꾼들이 잘 모르니 그 근처에 있는 만주까띨라로 가자고 한 후 육교를 건너가면 된다. 역사적으로는 독립국가였으나 1950년대 중국 공산군에게 강제 점령을 당해 지금은 주권을 상실한 티베트인들이 망명 와 사는 곳이다. 



인도와는 많이 다른 풍경. 정말 다른 나라 같다. 
음식도 맛있고 싸고 무엇보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 점심을 먹으러 한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된다. 인도에서 정전이야 뭐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긴 한데 생각해보니 식당 냉장고가 걱정이다. 사람들이 정전 때문에 고기의 상태가 걱정이라곤 하는데 먹고 탈 나진 않았으니 괜찮은 것 같다.






07. Wenger's (코넛플레이스)


뉴델리의 신시가지 코넛플레이스에 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숍, 햄버거 가게 등이 즐비해있다. 그중에 유명하다는 빵집이 있다. 빵순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가 보았다.


종류가 참 다양한데 다 팔릴까 싶다. 왠지 관광객들이 다 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몇 개를 골라 스타벅스에서 오랜만에 그린티 프라푸치노와 함께 빵을 먹으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길거리에 초코파이도 팔고...



인도 음식이 대체적으로 입맛에 맞지만 항상 조심해야 한다.
요즘엔 워낙 관광객 입맛에 맞춘 음식점이 많아서 향신료도 강하지 않은 데가 더 많다. 종류도 피자 파스타까지 다양하게 있고 한식당도 간간이 있었다.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고생하는 경우는 이제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점이어도 물은 절대로 병으로 나오는 생수를 마셔야 한다. 나도 길거리 음식은 신나게 사 먹었지만 절대 수돗물을 먹지 않는다는 철칙은 지켰다. 비위생적인 물을 마셔서 걸리는 병이 생각보다 많다. 그만큼 물이 위험하다는 것.
나도 처음 인도에 갔을 때 물을 잘못 먹어서 고생했던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목마르고 덥다고 식당에 앉자마자 주는 물을 마셔버렸던 것이다. 며칠 동안 밤낮으로 힘들어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배가 아파지는 것 같다.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되 절대로 절대로 물은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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