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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Sep 17. 2016

핑크시티, 자이푸르로

인도/자이푸르

                                                                                                                                                                                                                                                                                                                  

01. 인도의 기차, 나쁘지 않아

정신없는 델리를 벗어나기 위해 새벽 6시 30분 기차를 타고 자이푸르로 향했다. 
설국열차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인도 기차는 서비스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그중에 오늘 우리가 탄 건 cc(에어컨이 있는 의자 칸)였는데 아침에 타서 그런지 모닝티도 주고 아침밥도 주더니 밥을 다 먹고 나니 후식으로 또 티를 준다.


봉지를 한 움큼 주길래 과자인가 했더니 짜이티를 만들어 먹는 재료들이다. 태백을 넣고 기다리니 빨간 주전자를 갖다 준다. 사람마다 하나씩 줬다가 물을 따르고 나면 수거해간다. 보통은 역무원이 주전자를 갖고 다니며 따라주는 시스템인데 특이하지만 실용적인 서비스인 것 같다. 짜이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사실 인도에서 처음으로 짜이에 중독된 건 기차간에서 먹은 날이었다. 


2009년 7월 
캘커타 근교의 대학도시 샨띠니께딴 (이름을 기억하다니!)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마신 저 짜이가 어찌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그때 머물렀던 숙소에서 매일 아침 식사와 함께 짜이가 나와서 한잔 더 달라고 식당까지 내려가서 아침을 먹었었다.



당시 기차간은 이런 모습이었다. 지금이랑 많이 다르지 않다.



곧이어 밥이 나왔다. 깔끔하게 포장된 도시락에 나온 요리는 veg와 non-veg 두 가지였는데 동생은 그냥 끄덕했다가 veg를 받았다. 채식 커틀릿인데 빵에 버터를 바르고 커틀릿을 끼운 후 케쳡을 뿌리면 먹을만했다. 요구르트인 줄 알았던 버터밀크도 같이 줬다. 우리 옆에는 서양인 부부가 앉아있었는데 이걸 먹고 'disgusting!!'을 연발하길래 그래도 좀 심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맛을 보았다. 
 우유에 '마살라'라는 향신료를 넣을 생각을 했다니, 대단히 인도스럽다. 마치 카레 우유...? 고수 향이 나는 우유라고 해야 할까...? 형용이 안된다. 동생도 나도 끝까지 먹지 못하고 포기했다.





02. 핑크시티 자이푸르

얼마 안가 자이푸르에 도착했다. 배낭을 메고 다니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이게 캐리어였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힘들다.
호텔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여기저기 들어가 봤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괜찮다고 했던 곳들이나 여행서에 나온 곳들은 문을 닫은 곳도 있고 가격에 비해 시설이 안 좋은 곳이 많았다. 혹시나 해서 옆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 봤는데 널찍하고 시원한 방을 나쁘지 않은 가격에 흥정했다.



사실 이렇게 넓은 침대가 있는 방에서 이 가격에 묵는다는 게 다른 나라에선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겠지.
무조건 싸다고 해서 우리 기준으로 값을 매기고 인심을 베푸는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공정여행이라는 것은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여행이라고 하는데, 그 나라의 문화와 수준을 존중하는 것도 거기에 포함이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그곳을 방문함으로 인해서 그들 생활에 불균형이나 부조화가 생긴다면 아무리 수입을 내게 해준다고 해도 결코 이로움을 주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이동하는 길에 있는 '라씨왈라'에 갔다. 어딜 가든 원조 옆에는 같은 집이 몇 개씩 붙어있다. 이 집이 원조라던데 그래서인지 장사도 제일 잘 되는 것 같고 가장 먼저 재료를 소진하고 문을 닫는다.
전통라씨집에서는 라씨를 저런 토기 컵에 준다. 먹고 나면 재활용하지 않고 깨서 버리는데 처음엔 아까웠지만 플라스틱 컵보단 친환경적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식사는 라씨 왈라 옆에 붙어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했다.


가장 왼쪽의 라씨 왈라가 원조라고는 하는데... 사실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03. 하와마할


라씨를 한 잔 마시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사이클 릭샤를 타고 바람의 궁전을 찾아갔다. 사이클 릭샤를 처음 타본 동생은 가냘픈 다리로 우리 둘을 끌고 가는 릭샤꾼의 뒷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나는 처음 인도를 방문했을 때 사이클 릭샤를 탈 기회가 많이 없었다. 몇 번 타보긴 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마음이 더 짠했다. 이렇게 매일을 사람을 뒤에 싣고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냘플 수가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저런 몸에서 이런 힘이 나올까... 참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순간이었다. 50루피에 흥정을 했지만 마음이 많이 아팠는지 동생은 100루피를 주자고 했다. 뒤에 타고 가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다음부턴 사이클 릭샤를 타지 말자고 했던 동생은 조금 지나니 그래도 우리가 타주는 게 이분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냐며 타야겠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핑크시티. 예전에 영국의 왕자가 방문할 때 환영의 의미로 건물들을 분홍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우리는 통합권을 구입해서 하와마할, 암베르성, 알버트홀, 잔타르 만타르를 이틀 동안 볼 수 있다. 가격은 400루피였다. 지금은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Hawa Mahal)의 뜻이 바람의 궁전이다. 바람이 들어오면 궁전 내부 전체를 시원하게 바람을 퍼뜨리는 원리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구멍을 다 주의 깊게 살펴봤는데 특별한 점은 모르겠더라.


구멍이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04.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

통합권이 있어서 와봤는데, 다음엔 공부 좀 더 하고 와야겠다 싶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 첨성대도 제대로 모르는데 외국의 첨성대라고 해서 특별하게 다가올 것도 없었다.




05. 시티 팰리스


시티 팰리스를 와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이 항아리. 

핑크시티로 영국의 환심을 산 당시의 왕이 영국의 초대를 받았다. 

문제는 해외로 나가면 카스트의 신성함을 잃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갠지스강의 물을 저 항아리에 담아 가서 마시려고 만들었다고 한다. 

8천 리터가 넘는 물이 담긴다고 하는데 그런 발상을 한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래서 세계 유명한 창의적인 인재들 중에 인도인이 많은 건가 싶기도 하고.





자이푸르는 크지 않아서 웬만한 데는 다 걸어 다닐 수 있다. 물론 걷는 걸 즐기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만난 릭샤. 릭샤의 모양이 다 다른데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겠다고 꾸민 건지, 저렇게 돼있는 걸 구매한 건지가 궁금하다. 저렇게 꾸민 거라면 저 릭샤는 한번 타보고 싶다. 뭔가 자신의 일에도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사는 릭샤꾼이 몰아줄 것 같다. 
이런 소소한 것에 눈에 들어오고 거기서 또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고 깨달음을 얻는 곳, 그래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해주는 곳, 
내가 좋아하는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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