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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Sep 22. 2016

어디서나 최고는 최고를 누린다

[인도/자이푸르]

자이푸르 이틀차.
동생이 기대했던 암베르 성으로 향했다. 이곳은 자이푸르에서 약 11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하와마할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참 좋은 게, 아직 인도에는 '차장'이 있다. 인도에 처음 갔을 때 우리보다 먼저 와있던 한국인 언니가 버스 타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삐끼'한테 물어보면 된다 그래서 그 후로 아무 생각 없이 '삐끼'라고 불렀지만 엄연한 '차장'이다. 해당 버스가 어디 행 버스인지 계속해서 알려주고, 요금을 걷고 우리 같은 외국인한테는 여기가 그곳이라고 알려도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하와마할에서 앙베르 성에 갈 때는 5번이나 29번 버스를 타면 된다. 개인적으로 인도 버스를 굉장히 좋아한다. 뭔가 모르게 정겹다. 도시에 따라 버스의 급도 천차만별이라, 델리에서는 우리나라와 별다를 것 없는 에어컨이 빵빵한 버스를 탔지만 다른데 선 창문에 유리도 없어 비가 들이치는 버스를 타기도 한다. 

오랜만에 캘커타에서 자주 탔던 가다 멈출 것 같이 생긴 버스를 타고 암베르성으로 향한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학생들이 우르르 타더니 단체로 책을 편다. 시험기간인가 보다. 처음엔 책을 보는 듯하더니, 친구들이 하나둘씩 탈 때마다 열심히 떠들기 바쁘다. 학교가 점점 가까워지니 갑자기 조용해지며 집중하여 책을 보기 시작한다. 그 장면이 어찌나 웃기던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01. 암베르성

암베르성은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세 가지다. 지프차, 코끼리, 걸어서.
물론 우리는 걸어서 갔다. 걸어서도 금방이다. 코끼리는 패키지로 온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았다. 사실 여기가 코끼리를 탈 수 있는 몇 군데 안되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하니 꼭 타보고 싶은 사람은 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사진을 찍으려고 옆에 서니 살짝 위협적이다. 생각보다 크다. 이래서 코끼리한테 밟히면 죽는구나 싶었다.
지나다니는 코끼리가 어찌나 똥을 싸대는지 모른다. 근데 다행인 건 뒤를 쫓아다니면서 바로바로 치우는 사람이 있다. 

인도에서 보기 드물게 관리가 잘 된 정원이었다. 멀리서 보기만 하고 들어가 보진 않았다. 


이 날 따라 유난히 스페인 사람들이 많았다.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는데 돌아보고 사진 찍고 이동하는데 안 따라가는 걸 보니 이것도 어느 나라나 똑같구나 싶었다 ㅎㅎ
위에서 코끼리 행렬을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아직은 코끼리를 타는 것보다 내 발로 걸어 올라오는 게 좋다. 나중엔 인도를 배낭여행이 아닌, 정말 럭셔리한 여행으로 방문하고 싶다. 궁에서 숙박하고 코끼리도 타고 낙타도 타고 인도의 극과 극을 느껴보고 싶다. 그때를 위해 아껴둬야지.



성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어느 나라나 수장이 살았던 곳은 늘 화려하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되지만 이 부분도 빛을 받으면 정말 화려하게 반짝인다. 나라의 개발 정도나 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궁이나 성은 늘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어쩄든 최고는 어디서든 최고를 누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성도 약 150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여기도 정말 관리가 잘 되는 정원. 우리가 둘러볼 때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다듬고 있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인도에서 소위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존재하는 계급 때문일까. 카스트 제도가 폐지되었다고는 하지만 인도 사회에서 완벽하게 뿌리 뽑히진 못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저들은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 관리를 하던 아주머니. 우리를 보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찍어 보여주니 예쁘다고. 
한 장 뽑아서 드리면 좋았을 텐데... 여행하다 보면 폴라로이드가 아쉬울 때가 있다. 물론 내가 산 카메라는 단종 돼서 필름조차 구할 수 없지만. (잠자고 있는 폴라로이드가 생각난다..ㅠㅠ)

아침에 일찍 와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다. 성 안이 미로 같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한적한 곳도 있기 때문에 여자 혼자 가면 조금 위험할 수 있으니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혼자 여행하는 게 절대 위험하지 않지만, 방심하는 순간 위험해진다.



돌아보다가 마주친 기념품 가게.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수입의 일부를 지역 사람들을 위해 쓴다고 한다. 개발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런 문구에 의구심이 먼저 들어버리긴 했지만.

신기한 건 주인아저씨가 우리와 버스를 함께 타고 왔던 사람이었다. 출근길이었나 보다. ㅎㅎ


기념품으로 가져갈 코끼리를 하나 집어왔더니 이 쇼핑백에 넣어준다. 왠지 이 포장 값이 더 들 것 같다. 예뻐서 잘 챙겨가 '인도스러운 기념품'을 간절히 원했던 동기에게 히말라야 화장품과 과자, 티 등을 넣어 선물했다. 여행에서 생기는 모든 것은 기념품이 될 수 있다.


02. 자이가르성


암베르 성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자이가르성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안 올라오는 곳이라 가는 길에 우리밖에 없었다. 중간쯤 올라가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지프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쪼리 신고도 올라갔으니 그렇게 험한 길이 아니라 웬만하면 다 걸어갈 수 있다. 

시티 팰리스 티켓이 있으면 여기도 무료로 볼 수 있다. 티켓을 300루피나 주고 들어갔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으니 여기라도 봐야겠다며 간 곳이다. 여기도 특별하게 볼거리가 있다기보다는 경치가 좋다.



올라가는 길에 멧돼지도 튀어나오고 원숭이도 튀어나온다. 조심해야 한다.



꽤 높아서 올라오면 아래가 다 내려다 보일 정도로 시원하다. 오랜만에 등산하고 정상에 선 느낌이랄까.
동생과 둘이 신발 벗어놓고 쉬고 사진 찍고 놀았다. 우리밖에 없어서 편하게 발 뻗고 쉬다가 내려왔다.
사실 쉬는데 허기가 져서 내려가자고 했다. 내려오는 길이 어찌나 멀던지 둘 다 배가 고파서 못 내려올 뻔했다.




03. 우체국


다시 하와마할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집으로 엽서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으로 향했다.



겉은 참 깔끔한데 속은 보통 인도 건물과 다를 게 없다. 현지인들이 줄을 엄청 서있는데 그 사이에 서있으니 어찌나 쳐다보는지 뚫어질 뻔했다. 조금 서있으니 누군가 '저쪽으로 가면 더 빠르다'고 한다. 왜지? 하고 가봤더니 정말 줄이 없다. 해외로 보내는 우편은 그곳에서 받는 모양이다. 나오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밝게 웃으며 엄청 좋아한다.  

여행을 할 때마다 내가 사는 기념품이 있는데 그 도시의 티셔츠와 열쇠고리, 그리고 엽서다. 엽서는 내가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을 것에 여유분을 사서 집으로 한 장씩 보낸다.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에게 내 느낌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서 가족여행이 아닌 이상 늘 집으로 엽서를 보낸다. 인도에서 보내면 엽서가 나와 함께 도착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ㅎㅎ

자이푸르에서 제일 좋았던 건 암베르성이었다. 
사실 라자스탄을 다 돌만한 여유가 없다면 자이푸르를 과감히 빼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들이 소도시인 푸쉬카르를 많이 빼는데 개인적으로는 도시의 사이즈가 아닌 분위기를 보고 선택했으면 한다. 여유가 된다면 암베르성을 방문할 수 있지만 하루 정도 거쳐간다면 암베르성을 다녀올 여유가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다른 도시에 비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나도 핑크시티라는 기대가 높아서였는지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고. 내 여행의 목적은 다양한 도시를 가보는 것이었기에 포함시켰고, 다른 곳에 비해 임팩트가 덜했을 뿐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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