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글쓰기 챌린지 Day 5 요리
나의 요리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게다가 그 시작은 자취요리였으니,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자취생의 요리는 항상 간단해야 했고, 안 먹으면 빨리 상해버리는 신선식품을 많이 쓸 수도 없었다.
미각에 예민한 미식가도 아니라서, 요리를 그렇게 잘하진 못한다. 레시피를 보고 곧잘 따라 하곤 하지만, 내게 요리란 그렇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분야는 아니다.
그러다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만든 요리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쁨이고 하나의 재능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누군가에게 맛있고,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한다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베풂이 아닐까 해서다. 특히나 한국사람들은, 언제 한번 밥 먹자는 것을 인사로 대신할 정도니 말이다.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요리.
처음 떠오르는 ‘누군가’는 엄마였다.
엄마의 생일상을 여러 번 차려본 적이 있지만, 생일상이 아닌, 맛있는 요리로 한 끼를 대접해 드린 적은 없다. 변명하자면, 스무 살 이후로 타지에서 따로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그런 기회도 많이 없었다.
엄마는 요리를 잘하신다. 내겐 ‘엄마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매번 본가로 내려갈 때면 엄마에게 주문을 넣고는 한다. 그러면 엄마는 항상 맛있는 요리를 해주시곤 했다. 나에겐 엄마밥이 다정함이고, 고향 그 자체다.
그런 엄마께 어떤 음식을 해드려야 하는지 생각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요리. 그러다 엄마랑 나랑, 같이 좋아하는 나물비빔밥이 떠올랐다. 엄마의 나물밥. 애호박, 가지, 콩나물, 시금치 혹은 부추, 채소 하나하나 볶거나 데쳐서, 그리고 양념을 해서 만든 나물들. 물론 엄마의 손맛을 따라잡긴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매번 집에 갈 때마다 엄마가 부엌에만 있는 것이 싫었다. 덕분에 끼니마다 맛있는 요리를 편하게 먹었지만, 엄마가 너무 음식만 하시는 것 같아서. 주말에 집에 갈 때면 엄마가 요리하시느라 나 때문에 쉬지 못하는 것 같아서. 괜히 집밥을 먹기 싫다고도 해보고, 외식을 하자고 조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집밥을 먹고 싶어 엄마를 조른다. 요즘은 그냥 엄마의 집밥이 먹고 싶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심은 밖에서 사 먹고, 퇴근하고 난 저녁은 시간이 늦어져 집에서 요리를 잘하지 않는다. 주말에는 외출을 하는 날도 있어서, 집에 반찬을 만들어두기도 어렵다. 채소를 사놓아도 막상 다 먹지 못해서 상할 때도 많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집밥’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또 정성이 필요한지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엄마의 그늘 아래서 매번 따뜻한 밥, 여러 가지 반찬들을 먹었던 그 한 끼가 그립다. 어떻게 엄마는 그 새벽부터 아침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었을까. 그 정성과 사랑이 담긴 한 끼란 밖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소박한 한 끼지만, 무엇보다 정성이 들어간 요리로 엄마께 대접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