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어떤 시점부터였을까.
길을 지나다가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과 말들을 보면서 판단하기를 그친 것은.
그리고 동시에,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문장,
"저 인생은 또 어떤 무게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이것이 반복되기 시작한 것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반복이 강해졌던 시점은 알고 있다.
작년 초,
나는 내 인생에 '절대' 있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한 가지 일을 겪었다.
그리고 그 이후 나의 인생의 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은 그 많은 부분 중 하나다.
"난 아기를 갖고 싶지 않아."
나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남편의 몸에 닿았다가 그대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지는 게 보였던 첫 순간.
그 순간 당황한 것은 비단 남편뿐만이 아니었다.
딩크(DINK)족이 주위에 심심치 않게 한 두 커플씩 생겨나는 시대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꽤 가까운 친구 커플도, 사촌동생네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들의 결심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냐고?
당연하지. 당연하다.
하지만 사실은 그전부터였던 것 같다.
이미 알고 지낸 지 십여 년이 훌쩍 지난 절친들이 나란히 아들을 낳고 키우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지도 벌써 수년이다.
친구를 만나러 가려면 아이들도 함께 만나곤 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목도하는 육아의 현장이란.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싶게 친구들은 곧잘 해내곤 한 그 '육아'의 난이도가 옆에서 바라보는 나에겐 한없이 높아 보였기에 안 그래도 없던 마음이 더 수그러들었던 나였다.
하지만 나의 잘못, 이 있다면.
결혼 전에 이 부분을 논의하지 않았음을 너무나도 늦게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 우리 관계의 다음 step.. 단계라고 생각해."
남편이 나에게 되돌려 준 한 마디에 마땅히 대꾸할 만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근 일 년 간의 시간을 보낸 후 마침내 나는 포기했다. 그리고 내 인생에 '절대' 있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임신과 출산을 겪었다.
그렇게 마주한 한 아이.
수술대 위에서 갓 태어나 포대에 둘러싸여 내게 건네진 아이를 처음 봤던 순간,
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쳤구나."였다.
그리고 그 사고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하루하루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변화로 채워져 가고 있다.
그 변화를 나누고 싶다.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고, 낳기를 두려워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