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가운데 돌을 던지는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으며

by Ben Frost

반납 기한 하루 남기고 책을 후다닥 보는 게 습관이 된 걸까 싶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예약해 두어 연장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이 베스트셀러를 다시 만나는 게 당분간 어려울 듯싶어 후다닥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나를 멈칫, 결국 책을 덮고 한동안 끄적거림을 하게 만들고, 다시 책을 폈다가 또 멈칫, 끄적거림을 반복하게 하는 책이었다.


나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만족할 만한 독서의 경험을 선사해 주는 책이어서 읽는 내내 흥미롭고 행복했다.


이제 책의 2/3 정도를 읽었고, 나머지를 읽는 동안 나의 감상이 조금 변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간만에 이렇게 마음 가운데 쿵 하고 돌을 던지는 책을 만난 기쁨이 참 좋다.


이미 책을 펴기 전에 대략의 소개 문구를 들어 알고 있었기에 얼마나 무거운 이야기일까 싶어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대출 기한 임박이라는 위기 아래에서 펴 본 책은, 음… 그렇게 무겁게 서술하고 있지는 않았다. 무거우면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고 마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더없이 다행이었다.


게다가 미술관 이야기라니.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만큼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러니를 가진 사람인지라, 미술관 이야기라면 일단 돗자리를 펴고 살펴보는 편이다. 게다가 역사에 아주 관심이 있었을 무렵 대영박물관에 갔다가 미라 사진만 50장 넘게(당시는 필름카메라여서 한국에 돌아와서 죄다 인쇄했었는데… 뽑는 족족 미라 사진들밖에 없어 나중에 얼마나 후회했던지) 찍을 정도로 고대 유적들에도 흥미가 있는 편이다. 그런 내게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정말 ‘찐’ 미술관 뒷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화이트칼라의 도시라 여겨지는 뉴욕에서 직원이 2천 명이 넘고, 그중 600여 명이 경비원인 이 미술관에서 몇 년간 경비원으로 생활해 온 젊은 청년의 이야기라니.


게다가 그 청년은 사실 화이트칼라로 살아가는 삶의 한 자락에 있다가, ‘표지’에 나오듯 스스로 숨어버린 사람이었다.


그 와중에 이 에세이는 실제 사실을 근간으로 ‘상실’이라는 주제를 기저에 깔고 흘러간다. 그리하여 죽음과 삶이라는 닿을 수 없는 두 개의 관념 사이를 관통하는 미술관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기도 하고.


그러나 저자는 결코 자신의 경험을 독자에게 관철시키지 않는다. 계속해서 상기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과정을 이야기하고, 그 끝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 격렬한 애도의 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삶의 중심에 구멍을 냈던 상실감보다 그 구멍을 메운 잡다한 걱정거리들을 더 많이 생각한다. 아마도 그게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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