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권하지 못하게 된 이유

by Ben Frost

‘결혼은 미친 짓이다’,
당시 다소 파격적이다 못해 파괴적으로 다가왔던 영화의 제목과, 어느 정도의 선정성이 반영된 듯한 포스터와 달리 당시 영화는 꽤 호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를 봤었는지, 인상적인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같은 것들은 내게 남아 있지 않으나, 저 제목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여전히 기억난다. 맞지, 맞아 라며 긍정을 넘어 무한 긍정이었던 것이.


찾아보니 영화의 개봉은 내가 아직 중학생 때였을 무렵이었는데, 돌이켜보니 나는 이미 중학생 때 저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커 갈수록 그 생각은 사실 더 강화되는 쪽으로 굳어졌다. 가까이는 부모님부터 친척들, 나이 차 많이 나는 사촌들, 거기에 풍문으로 듣게 되는 친구 부모님들까지. 내가 접할 수 있는 결혼의 형태는 꽤 많았다. 이성에 관심이 많은 나이대를 지나고 있었고,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에서 접하는 ‘사랑’의 완성은 결혼으로 늘 끝나곤 했었으니. 그 뒷이야기를 상상하기 위해 현실 속에서 근거를 찾아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저녁, 시어머님께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육아보다 결혼을 추천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나의 말에 어머님은 그 말은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인 거냐고 다시 되물으셨는데,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이 대답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난이도를 따질 때 결혼보다 육아의 난이도를 훨씬 높게 평가했다. 결혼은 마음먹으면 할 수 있지만, 육아는 마음조차 못 먹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결혼을 선택하고 진행하면서 들었던 두려움과, 임신·출산·육아를 앞두고 들었던 두려움의 정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아이가 태어난 이후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이 이거였다.


“생각보다 할 만한데?”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때를 조금 지나 이제는 제법 자라 사람답게 구는 한국 나이 다섯 살의 아이와 함께 지내는 요즘이다. 이쯤이 되어 결혼과 육아를 돌이켜보며 내가 하게 된 증언이 저와 같은 것이다.


나는 나를 만난 지 근 40년 즈음되어 간다. 가치관이 형성될 때까지의 기간, 호르몬의 지배 아래 널뛰며 암흑 속에 지내던 기간, 온갖 새로운 것들 속에서 중심을 지키느라 힘들었던 기간이 나의 20대까지의 시간이었고, 이후 30대는 결혼 이후의 삶이었다. 나는 아직도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참 그럴듯했다 싶은 이유가 그래서인 듯하다. MBTI가 예전의 별자리나 혈액형처럼 자신을 대표적으로 소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을 다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구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간단한 혹은 복잡한 문항에 최대한 나답게 답을 해서 나오는 결과가 나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살펴보고, 그것을 나를 소개하는 하나의 지표로 삼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는 것 등 스스로를 바로 알고자 하는 욕구가 분명 존재하는 듯싶었다.


그런 차원에서 결혼은, 그저 한 사람을 만나는 것뿐인데 비유하자면 한 문명을 만나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한 사람, 그리고 그 뒤의 가족, 가족의 가족, 친구 등 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파생되는 관계가 정말 많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이혼만 하지 않는다면) 고정적인 인연들이기에 흘려보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어렵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느낀 또 다른 어려운 점이라면,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갈등이야 충분히 예측되는 부분이지만, 상황적으로 만나게 되는 문제들을 ‘함께’ 만나기에 단독으로 풀어 나갈 수 없음에서 오는 갈등이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요즘 나는 주례 없는 결혼식에서까지도 대개 낭독되는 각자의 다짐, 이를테면 아플 때나 기쁠 때나 늘 함께 하겠다와 같은 말들이 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가를 때때로 떠올려 보곤 한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결혼은 쉬이 추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말에는 응당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흔히 어르신들이 미혼인 남녀를 만나면 “에이,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라고 이야기하시는 것을 볼 때마다 생경한 느낌이 든다. 나는 나중에 조금의 원망이라도 들을까 봐 함부로 못 하는 말인데, 어르신들과 같은 나이가 되면 또 다른 느낌이려나 싶긴 하다만.


멋모를 때 할 수 있는 것이 결혼이다 싶다가도, 늦은 나이에 짝을 만나 결혼을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또 그건 아닌가 싶기도 하여,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고 나도 끽해야 9년 차일뿐인데 싶으면 아직도 생각이 바뀔 일이 많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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