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 같은 일

4화: 지나간 일은 잘 마무리하고 화이팅 해보기

by Diana H

유산은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설령 태어났더라도 약했을 수 있는 아이였기에, 떠나보내는 일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유산 이후 자궁이 오히려 정리되어 다음 임신이 더 잘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의외로 주변에는 유산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말하지 않을 뿐이었다. 아이를 갖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고, 그래서 아이를 갖는 일은 더더욱 축복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나는 다시 마음과 몸의 안정을 취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유산은 출산과 마찬가지로 엄마의 몸에 큰 무리가 간다고 했다. 나는 일주일 정도 집에서 푹 쉬었다.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 남편은, 내가 평소 장을 보던 현대백화점 지하 식품관에 가서 미역국 재료를 30만 원어치나 사 와 정성껏 요리를 해주었다. 너무 감동이었고, 미안했고, 고마웠다. 그때는 몰랐지만, 남편 역시 많이 상처받고 속상해했던 것 같다. 한 달쯤 지났을까. 집 앞 야키토리 집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남편은 갑자기 크게 울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 아팠다.


유산이 내 잘못 같았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아닐까.
몸을 함부로 쓴 건 아닐까.
일을 무리하게 한 건 아닐까.
아이가 찾아온 것에 충분히 감사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디 가서 말도 못 했다.
괜히 민망했고, 너무 속상했고,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유산은 그런 일이 아니라고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특히 엄마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라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라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씩 활력을 되찾았고, 나는 남편과 함께 그의 출장지인 싱가포르로 향했다.


이제는, 내 잘못이 아니었던 일을 내 잘못처럼 품고 있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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