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싱가포르 여행
남편은 출장 일정 때문에 일을 해야 했고, 나는 혼자 싱가포르를 만끽했다.
걱정이 많은 성격의 남편은 혼자 다녀도 괜찮겠냐며, 어디를 가는지, 왜 가는지, 거긴 또 어디냐며 질문이 많았다.
나는 코로나 이후 미국에 가지 않은 지 오래되어서, 문득 ‘미국식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마침 싱가포르에 베리스 부트캠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너무 반가워 하루에 두 번 들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트레드밀과 근력운동을 결합한 약 60분짜리 고강도 수업으로, 한 클래스에 6만 원 정도로 꽤 비싼 편이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보다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듯한 영국인, 미국인들이 주로 보였다. 나는 구글맵을 보며 혼자 열심히 찾아다녔다.
싱가포르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전 세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거의 다 가봤는데, 싱가포르 유니버설은 스무 살 때 한 번 와보고 정확히 10년 만에 다시 찾는 것이었다.
싱가포르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라 혼자 돌아다니는 데 큰 부담도 없었고, 호텔 바로 앞에는 일본 백화점도 있었다. 명품 부티크는 물론이고, 쇼핑몰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는 원래 ‘사는 재미’보다는 ‘돌아다니며 보는 재미’가 더 큰 사람이라, 미술관이 많지 않다는 점만 빼면 싱가포르는 남편이 일하는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꽤 좋은 도시였다.
혼자 지내다가 출장 일정이 끝난 남편과 함께 베리스 부트캠프 (Barry's Boot Camp _ 약 60분간 트레드밀 머신과 덤벨로 근력운동을 hybrid형식으로 하는 스튜디오 베이스 운동) 수업도 듣고, 일본 백화점 지하 슈퍼에서 말차 과자도 사며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즐겁게 보냈다. 마지막 날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는데, 그날따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비가 많이 와서 좋았던 점은 사람은 적었다. 놀이공원에서 파는 기념품이나 비옷을 늘 돈 낭비라고 생각하던 나였지만, 남편의 설득에 결국 유아용 우산 하나를 샀다. 그 우산을 함께 쓰고 비를 맞으며 깔깔대고 웃다가, 사람 없으니 줄도 없고 해서 몇 가지 놀이기구를 더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지금도 그날은 남편과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유산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마음 깊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몸도, 마음도 함께 리프레시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해 회사에 복귀했을 때, 대표님이 물으셨다.
“피곤하지 않아요?”
이상하게도 정말 거짓말처럼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컨디션이 너무,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