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ycapucines: 가방 위에 번역된 동시대 미술 (첫 해)
Louis Vuitton이 2019년 시작한 Artycapucines 프로젝트는 단순한 아티스트 협업 제품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루이비통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백인 카푸신 백 Capucines bag을 하나의 캔버스처럼 활용하여,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조형 언어를 럭셔리 오브제로 번역하는 실험이었다. 루이비통은 첫 회차에 Sam Falls, Urs Fischer, Nicholas Hlobo, Alex Israel, Jonas Wood, Tschabalala Self 여섯 명의 작가를 초청했다. 이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미술적 언어를 지니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들이었다. 루이비통은 이 협업을 통해 가방을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조형적 사고가 응축된 하나의 이동 가능한 오브제로 제시하고자 했다.
샘 폴스 Sam Falls는 자연의 시간과 흔적을 작품 제작 과정에 직접 개입시키는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다. 그는 햇빛, 식물, 물, 그림자와 같은 자연 요소를 캔버스 위에 남겨 색이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노출되는” 방식의 작업을 한다. 작가는 숲이 울창한 미국 버몬트에서 성장하며 가까이에 있는 자연환경의 영향을 깊이 받았고, Reed College와 ICP-Bard MFA 과정을 거치며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탐구했다. 그의 작품은 Hammer Museum, MOCA Cleveland 등 주요 기관에서 전시되며 사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환경적 설치에 가까워 비평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경매 시장에서는 수만 달러대의 비교적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공개 경매 최고가는 약 5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비통은 그의 자연 기반 작업을 자수와 텍스타일 표면으로 번역해 Capucines 백에 적용했다. 이는 자연의 흔적을 가죽 공예 위에 재현한다는 점에서 폴스의 작업 세계와 루이비통 장인 기술의 접점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우르스 피셔 Urs Fischer는 여섯 명의 작가 가운데서도 가장 확고한 국제적 명성을 지닌 작가다. 197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피셔는 조각, 설치, 사진, 디지털 이미지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사물이 변형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탐구해 왔다. 특히 초가 녹으며 형태가 사라지는 조각이나 일상 오브제를 기괴하게 확대한 설치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 《Lamp/Bear》는 경매에서 약 680만 달러에 거래되며 높은 시장 가치를 입증했다. 루이비통과의 Artycapucines 협업에서 피셔는 채소와 과일과 유기적 형태를 장식 요소로 활용하여 가방을 하나의 작은 조각 작품처럼 변형시켰다.
이후 루이비통은 2021년 피셔와 더 큰 규모의 LV x UF 컬렉션까지 진행하며 대형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하였다. 즉 루이비통은 그를 단발성 참여 작가가 아니라, 브랜드 오브제를 예술 오브제로 재정의할 수 있는 조각가로 본 것이다. 그 결과 그는 “미술시장 스타”를 넘어 "브랜드 세계관까지 장악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 확장되었다. 즉 피셔는 루이비통이 택한 작가라기보다, 루이비통이 장기적으로 함께 전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몇 안 되는 블루칩 작가로 아직도 왕성히 활동 중이다.
니콜라스 로보 Nicholas Hlobo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조각가로, 리본과 가죽, 고무, 텍스타일을 결합해 유기적 형태의 조각을 만드는 작가다. 그는 1975년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사회 변화의 시기 속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봉합과 절개, 유기적 성장 형태를 통해 신체와 젠더, 그리고 식민주의 이후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국제 비엔날레와 주요 기관 전시에 참여하며 비평적으로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경매 시장에서는 약 10만 달러 이하의 비교적 제한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루이비통과의 협업에서 로보는 가방 내부에서 꽃처럼 자라나는 형태와 직조적 장식을 적용해 그의 조각 언어를 가죽 공예로 번역했다. 이는 가방을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보이게 만드는 독특한 접근이었다.
알렉스 이스라엘 Alex Israel은 로스앤젤레스 문화와 이미지 산업을 탐구하는 작가로, 할리우드와 서핑 문화, 대중 이미지 생산 시스템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1982년생인 그는 하늘 배경을 활용한 “Sky Backdrop” 회화 시리즈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작품은 경매에서 1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작업은 자연 풍경을 재현하기보다는 영화 세트처럼 제작된 풍경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가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는지를 드러낸다.
Artycapucines 프로젝트에서 그는 서핑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과 거울·빗 기능을 결합한 장식을 적용해 가방을 일종의 휴대 가능한 자기 연출 도구로 만들었다. 클래식한 가방 구조 위에 야자수와 서핑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팝적인 요소를 더한 이 협업 이후에도 그는 2022년에는 City of Stars 향수, 2024년에는 Ocean BLVD x Alex Israel 프로젝트까지 이어가며 브랜드와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나스 우드 Jonas Wood는 일상적 사물을 강렬한 삭면과 패턴으로 재구성하는 회화 작가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77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우드는 실내 공간, 식물, 스포츠 오브제 등을 평면화된 형태로 그리며 독특한 시각 언어를 구축했다.
싱그러운 식물과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가 결합된 그의 회화는 친숙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색채와 구성이 매우 구조적으로 계산되어 있어 동시대 회화의 중요한 흐름을 대표한다. 2021년 그의 작품 《Two Tables with Floral Pattern》은 Christie’s에서 약 651만 달러에 거래되며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루이비통은 우드의 회화적 패턴을 자수와 염색 기법을 통해 가방 표면에 구현하여 그의 평면 회화를 입체적 오브제로 변환했다. 이후 루이비통은 우드와 별도의 텍스타일 협업도 진행했다. 협업 전의 우드는 이미 주요 컬렉터와 갤러리가 주목한 강한 시장 작가였다. 2019년 협업 후에 위에서 언급한 2021년 대형 경매기록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동시대 회화 시장의 대표적 승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루이비통은 아직 가격이 완전히 폭발하기 직전의 우드의 잠재력과 예술적 가치를 정확히 포착했고, 이후 그는 미술시장과 럭셔리 브랜드 세계 모두에서 통용되는 작가가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동시대 작가이다.
마지막으로 트샤발랄라 셀프 Tschabalala Self는 흑인 여성의 몸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회화 작가다. 그는 캔버스 위에 페인팅과 텍스타일 콜라주를 결합해 강렬한 색채와 과장된 신체 형상을 만들어낸다. Yale School of Art에서 MFA를 받은 이후 그는 빠르게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았으며 경매 최고가는 약 56만 달러 수준이다. 그녀의 작업은 흑인 여성의 몸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소비되고 규정되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한다. Artycapucines 프로젝트에서 그녀는 패치워크와 콜라주 방식을 가방 디자인에 적용해 회화와 패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여섯 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지역과 배경에서 다양한 미술적 언어를 대표하지만, 루이비통이 그들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자연과 시간의 흔적을 다루는 작가, 조각적 오브제를 만드는 작가, 정체성과 정치성을 탐구하는 작가, 도시 이미지 문화를 해석하는 작가, 패턴 회화를 발전시킨 작가, 그리고 몸과 사회적 서사를 다루는 작가까지 이들은 모두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상징한다.
루이비통은 이들의 작업을 Capucines 백이라는 장인적 오브제 위에 번역함으로써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Artycapucines는 단순히 유명 작가가 디자인한 가방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조형 언어가 하나의 럭셔리 오브제로 압축된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