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기술과 금속/유리 공예의 만남 2020년 Artycapucines
2019년 첫 프로젝트를 통해 루이비통은 가방이 단순한 패션 상품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조형 언어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다음 해인 2020년, 루이비통은 두 번째 Artycapucines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이 실험을 더욱 확장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Beatriz Milhazes, Henry Taylor, Zhao Zhao, Jean-Michel Othoniel, Josh Smith, Liu Wei 여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과 미술적 전통을 대표하는 작가들이었으며, 회화·조각·설치·개념미술 등 서로 다른 매체적 언어를 가방이라는 오브제 위에 번역했다.
2020년 두 번째 협업 작가들 중 처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작가는 브라질 작가 베아트리즈 밀하제스 Beatriz Milhazes는 강렬한 색채와 장식적 패턴을 결합한 회화로 국제 미술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1960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밀하제스는 사회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뒤 브라질의 대표적인 미술 교육 기관인 Parque Lage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의 회화는 브라질 카니발의 색채와 리듬, 바로크 장식 전통, 그리고 기하학적 추상을 결합한 독특한 시각 언어로 특징지어진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색채와 패턴을 직접 그리기보다는 콜라주와 전사(transference) 기법을 활용해 이미지를 층위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밀하제스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국제 시장에서 강한 위치를 확보한 작가였다.
그녀의 작품 《Meu Limão》은 Sotheby’s 경매에서 약 210만 달러에 거래되며 당시 생존 여성 작가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대 중 하나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장 성과와 함께 그녀는 Guggenheim Museum, Pérez Art Museum Miami 등 주요 기관에서 전시되며 비평적 평가 역시 확고히 구축했다. 루이비통과의 Artycapucines 협업에서 밀하제스는 자신의 회화 작품을 기반으로 Capucines 백을 재구성했다.
이 작품은 18종의 가죽을 동일한 두께로 가공한 뒤 마르케트리 기법으로 결합해 kaleidoscope와 같은 패턴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금박과 에나멜, 실리콘 요소까지 결합되어 가방은 마치 회화 작품의 표면처럼 다층적인 질감을 갖게 되었다. 밀하제스의 협업은 루이비통 장인 기술과 현대 회화의 장식적 추상이 결합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작가 헨리 테일러 Henry Taylor는 인간의 삶과 역사적 경험을 중심으로 한 회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1958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한때 정신병원에서 psychiatric technician으로 일했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후 Oxnard College와 캘리포니아의 CalArts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그의 작업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테일러의 회화는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서사를 담는다. 그의 작품은 흑인 공동체의 역사와 개인적 기억, 정치적 사건 등을 동시에 포착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2017년 Whitney Biennial과 2019년 Venice Biennale를 통해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Taylor는 빠른 붓질과 즉흥적 구성을 통해 인물을 묘사하지만, 그 안에는 미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가 깊이 반영되어 있다. 시장에서도 그의 위상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대표작 《From Congo to the Capital, and Black Again》은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의 아비뇽의 아씨들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Sotheby’s 경매에서 약 240만 달러에 거래되며 그의 시장 가치를 보여주었다. 피카소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아프리카 조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오랫동안 식민주의적 시선과 문화 차용에 대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테일러는 바로 이 지점을 다시 뒤집는다. 그는 피카소의 다섯 여성 누드 대신 흑인 여성의 인물들을 화면에 배치하고, 그림의 제목을 “콩고에서 수도로, 그리고 다시 흑인으로”라고 붙였다. 이 작품은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서구 미술사가 어떻게 아프리카 문화에서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 기원을 지워왔는지에 대한 비판적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Sotheby’s 역시 이 작품을 “서구 미술사 정전에 대한 대담한 재해석”으로 설명했다.
루이비통 카푸신 가방에 테일러는 자신의 회화 《A Young Master》를 기반으로 백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가죽 위에 레이저 프린트와 마르케트리 기법을 결합해 제작되었으며, 인물 회화가 가방이라는 물질적 오브제로 전환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중국 작가 자오 자오 Zhao Zhao는 중국 동시대 미술의 포스트-80세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1982년 중국 신장에서 태어난 그는 신장예술학원과 베이징 영화학원에서 공부했으며, 초기에는 중국의 아이코닉한 아티스트인 아이 웨이웨이 Ai Weiwei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며 국제 미술계와 연결되었다. 자오의 작업은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권력 구조를 탐구한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 시리즈인 “Constellation”은 깨진 유리 파편을 이용해 별자리처럼 배열된 설치 작업으로, 우연과 파괴, 질서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시장에서는 그의 작품 《Constellation》이 약 12만 달러에 거래되며 작품 가격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Artycapucines 협업에서 자오는 자신의 작업 세계를 반영한 추상적 패턴과 조형 구조를 가방 디자인에 적용했다. 이는 중국 동시대 미술의 실험적 언어가 럭셔리 오브제 위에 구현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의 대표 작가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작품의 주인공인 장 미셸 오또니엘 Jean-Michel Othoniel은 유리와 금속을 활용한 조각 작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96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1990년대 말부터 Murano 유리 공예 장인들과 협업하여 거대한 구슬 형태의 조각을 제작해 왔으며, 이러한 작업은 건축 공간과 도시 풍경 속에서 설치되며 강한 시각적 상징성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은 파리, 도쿄, 서울 등 여러 도시 중 특히 베르사유 궁전이나 파리의 전철역 등 공공 공간에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빛과 색, 반사와 공간을 활용하는 조각 언어로 동시대 미술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오또니엘의 작업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 중 하나는 2000년 파리 지하철 Palais-Royal – Musée du Louvre 역 입구에 설치된 작품 Kiosque des Noctambules이다. 이 작품은 거대한 유리 구슬 구조로 만들어진 공공 조각으로, 도시 공간 속에서 빛과 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오또니엘은 2015년 베르사유 궁전에서 대규모 전시를 개최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호암 미술관, 국제 갤러리, 아트 페어, 그리고 컬렉터들의 집에서 종종 그의 작업을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공공 공간과 미술관을 넘나들며, 조각과 건축, 장식의 경계를 흐린다.
Artycapucines 프로젝트에서 그는 자신의 유리구슬 조각을 연상시키는 구조를 가방 디자인에 적용해 Capucines 백을 하나의 작은 조각 작품처럼 재구성했다. 오또니엘의 작업이 가진 “빛과 반사”의 조각적 특성이 가죽이라는 물질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물질적 대비를 만들어내었다. 그의 유리 구슬은 빛을 반사하고 주변 환경을 비추는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표면 효과가 Capucines 가방의 매끄러운 가죽과 만나면서 조각과 패션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빛을 반사하며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작은 설치 작품처럼 기능한다. 또한 루이비통의 전통적 공예기법과 빛을 가장 잘 반사시키는 현대미술 거장과의 환상적인 협업 관계를 강조해 보여준다. 오또니엘의 작업은 항상 장인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Murano 유리 장인들과의 협업은 그의 작품 제작 과정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며, 이는 루이비통이 가진 가죽 공예 전통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즉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예술가의 디자인을 적용하는 협업이 아니라, 두 종류의 장인적 기술—유리 공예와 가죽 공예—가 결합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작가 조쉬 스미스는 회화의 반복성과 즉흥성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1976년 테네시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며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미스는 종종 자신의 이름을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그리는 작업을 통해 회화의 자의성과 작가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의 회화는 표현주의적 붓질과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 든다. 스미스의 작품은 경매에서 수십만 달러 수준의 가격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Artycapucines 협업에서 그는 자신의 회화적 언어를 가방 디자인에 적용해 강렬한 색채와 붓질의 흔적을 Capucines 백 위에 구현했다. 가방의 내부에는 시므시의 작품 Palm #3 (2019)이 프린트되어 있다. 이 그림은 강렬한 색채의 야자수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회화로, 뉴욕의 갤러리 Emo Jungle에서 열린 작가의 첫 개인전에서 소개되며 주목받았다. 스미스는 이 이미지를 가방 안감에 적용함으로써, 외부와 내부가 서로 다른 회화적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즉 가방의 외부는 텍스트 중심의 작업을, 내부는 색채 중심의 회화를 담는 구조로 설계된 셈이다. 나무 손잡이와 열 개의 은색 스테이플은 캔버스를 프레임에 고정할 때 사용하는 철심을 연상시키며, 가방의 외부 가장자리는 화가의 캔버스 구조를 모방한다. 즉 그의 Capucines 가방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캔버스를 연상시키는 작은 회화 오브제로 변환된다.
중국 작가 리우 웨이 Liu Wei는 건축적 구조와 도시 공간을 탐구하는 설치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사회 변화 속에서 등장한 세대의 작가다. 웨이는 철, 목재, 합판, 산업 재료 등을 사용해 도시 구조를 연상시키는 대형 설치 작품을 제작한다. 그의 작업은 중국 현대 도시의 혼란과 질서를 동시에 보여주며, 건축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시각 언어를 형성한다.
특히 그의 대표적인 작업인 “Purple Air” 시리즈는 금속 판과 구조물을 조합해 거대한 도시의 단면처럼 보이는 조각을 만들어내며 국제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널리 소개되었다.
Louis Vuitton의 Artycapucines 프로젝트에서 웨이는 이러한 건축적 조형 언어를 Capucines 가방이라는 작은 오브제에 압축했다. 그는 가방 표면을 전통적인 가죽 장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금속 패널과 기하학적 구조가 결합된 표면으로 설계했다. 이 패널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반사와 그림자가 달라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웨이의 조각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시의 파편화된 건축 구조를 연상시킨다. 가방의 표면은 마치 금속으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 조각처럼 보이며, 패널의 각도와 결합 방식은 실제 건축 구조를 축소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결과적으로 Capucines 가방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건축적 조각을 축소한 현대미술 오브제처럼 기능한다.
이 협업이 특별하게 평가되는 이유는 루이비통의 장인 기술과 현대 조각의 물질성이 직접적으로 결합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Capucines 가방은 본래 부드러운 가죽 구조를 강조하는 디자인이지만, 웨이의 버전에서는 금속 패널과 구조적 요소가 결합되며 전혀 다른 물질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가죽 공예와 금속 조형이 동시에 드러나는 이 구조는 공예와 현대미술이 만나는 지점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웨이는 동시대 중국 미술에서 도시화와 산업화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작업은 종종 거대한 도시 풍경을 추상적인 조형 구조로 변환하는데, Artycapucines 가방 역시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였다. 금속 패널로 이루어진 가방 표면은 마치 현대 도시의 건물 파사드처럼 보이며, 이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도시와 구조의 미학을 작은 오브제 안에 압축한 것이다. 결국 웨이의 Artycapucines 가방은 단순한 협업 제품이 아니라 건축, 조각, 공예가 하나의 오브제로 결합된 작품으로 해석된다. 금속과 가죽, 기하학적 구조와 장인 기술이 만나는 이 가방은 Artycapucines 프로젝트가 단순한 패션 협업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조형 언어를 럭셔리 공예로 번역하는 실험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2020년 Artycapucines 프로젝트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하나의 럭셔리 오브제 위에 압축한 실험이었다. 브라질의 장식적 추상 회화, 미국의 사회적 인물 회화, 중국의 개념적 설치 작업, 프랑스의 시적 조각, 뉴욕 회화의 즉흥성, 그리고 도시 건축적 조형 언어까지 서로 다른 미술적 전통이 Capucines 백이라는 하나의 구조 위에 결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