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ehind Luxury - 프롤로그

2025.06.20

by Diana H

럭셔리 브랜드 속, 우리가 매일 스치는 현대미술 이야기


누구나 좋아하는 브랜드 하나쯤은 갖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향의 비누로 손을 씻고, 집을 나설 때 내가 혹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골라준 향수를 뿌리고, 길을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나 사물에 몇 초 동안 시선이 머무는 순간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잠시 쉬고 싶어 들어간 매장에서 설렘이 훅 올라오던 경험까지— 브랜드, 그중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는 멀리 있는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곳곳에 녹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셀럽이 선택해서, 제품의 디테일이 마음에 들어서, SNS 광고에 계속 떠서, 필요할 때 문득 떠올라서, 브랜드의 역사나 철학을 찾아보니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혹은 그냥 예뻐서. 아니면 그 브랜드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닮았다고 느껴져서. 어떤 사람은 그 브랜드를 갖는 순간 “나도 이제 이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에르메스, 샤넬, 디올 같은 럭셔리 브랜드 이름은 아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도 “좋아하는 현대미술 작가 있어요?”라는 질문에는 갑자기 말을 멈춘다. 사실 그런 대화를 일상에서 나누는 경우도 거의 없고. 좋아하는 브랜드로 나를 설명하는 것은 익숙해졌지만, 좋아하는 현대미술 작가로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사람은 한국에서는 아직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어쩌면 아주 단순하다.


백화점과 SNS에서 쉽게 마주치는 럭셔리 브랜드는 ‘내 삶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존재’인데, 현대미술은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하고 관심을 기울여야만 조금씩 보이기 때문이다. 익숙함의 차이가 심리적 거리감의 차이를 만든다. 우리는 매일 입는 옷, 드는 가방, 지나가는 광고 속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소비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이미 오랫동안 하나의 문화,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하지만 현대미술 앞에서는 여전히 낯설다. 전시장에 가면 거의 자동으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이게 왜, 아니 어떻게 예술이라는 거지?”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나만 이해 못하면 어떡하나, 괜히 주눅 들기도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사랑해온 그 럭셔리 브랜드들이 사실은 현대미술의 가장 오래된 팬이라는 점이다. 까르띠에, 루이 비통, 디올,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제품만 만드는 곳이 아니다. 그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미술관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당연하게 이야기하고, 아티스트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업하고, 심지어 직접 미술관을 세우고 운영해왔다. 그리고 예술의 언어를 브랜드의 언어로 번역해온 아주 중요한 연결자들이다.


우리가 “예쁘다”라고 지나쳤던 그 순간들 속에 이미 현대미술이 깊숙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현대미술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들에게, ‘브랜드’라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창을 통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 한다.


브랜드와 예술이 만나는 순간, 한 제품과 한 전시가 이어지는 지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미학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미술은 더 이상 ‘알 수 없는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늘 우리 삶 곁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던 또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를 유튜브, 브런치, 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분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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