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까르띠에 - 헤리티지에서 문화로 (2)

하이 주얼러를 넘어 문화 플랫폼으로 2

by Diana H

하이 주얼리 – 데일리 주얼리 – 워치의 균형 잡힌 매출 구조


럭셔리 시장이 불안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 변동, 가치관의 변화, 세대교체가 일어날 때 대부분의 브랜드는 특정 제품군 혹은 특정 고객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 집중된 구조는, 시장의 방향이 조금만 달라져도 브랜드의 존재감이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까르띠에는 예외에 가깝다. 그들은 제품 하나의 성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전하는 ‘경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Cartier jewelry @ Bonhams. Fine Jewellery, New Bond Street, 9 Dec 2010 - Eloge de l'Art par Alain Truong.jpg Cartier high jewelry (출처: Bonhams)


까르띠에의 하이 주얼리는 단지 고가 제품군이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학·기술·헤리티지의 정점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하이 주얼리를 보기 위해 마련되는 프라이빗 살롱, 아카이브 전시, VIP 이벤트는 구매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작동한다. 이 영역은 매출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까르띠에라는 브랜드가 어떤 심미적 기준을 갖고 있으며 어떤 세계관을 제시하는지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iFDM.jpg Cartier 매장 (출처: IFDM)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데일리 주얼리는 까르띠에가 고객의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데일리 제품이 하이 주얼리의 축소판이나 단순 대중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까르띠에는 데일리 주얼리를 통해 브랜드의 핵심 미학을 실용성 속에서 다시 번역한다. 이 구조 덕분에 소비자는 비교적 쉽게 브랜드의 세계관을 ‘몸으로 느끼고’ 일상 속에서 까르띠에라는 감각을 정착시킨다.


워치 분야는 까르띠에가 매우 전략적으로 접근해 온 영역이다. 탱크(Tank), 산토스(Santos), 발롱 블루(Ballon Bleu)는 단순 시계가 아니라 브랜드의 시간성과 조형성을 보여주는 오브제이다. 워치는 주얼리보다 훨씬 다른 구매층을 끌어들이며 남성 소비자, 젊은 컬렉터, 기계식 시계 애호가들이 까르띠에의 세계로 들어오는 또 다른 관문이 된다. 이렇게 세 영역은 서로 독립된 부문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세 개의 진입로로 작동한다.


Snapinsta.app_464719903_885882740305203_2353302863377479925_n_1080.jpg Cartier's Full Pave Jewelry Watches (출처: Harper's Bazaar Arabia)


까르띠에는 각 제품군을 단순히 “다양한 카테고리”로 운영하지 않는다. 각 영역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정교한 경험 구조를 설계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이 주얼리는 단순한 고가 장신구가 아니라, 브랜드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미학적 이상과 문화·역사·예술적 정체성이 응축된 하나의 ‘세계관’이자 조형적 선언이다. 까르띠에의 데일리 주얼리는 하이 주얼리에서 정립된 세계관과 상징을 일상의 착용 경험으로 전환함으로써, 브랜드의 이상을 ‘소유’가 아닌 ‘경험’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까르띠에의 워치는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라기보다, 브랜드의 미학과 역사, 조형적 질서를 시간의 흐름 속에 정착시키는 또 하나의 세계관 확장 장치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경험은 고객의 감정·일상·시간감각을 모두 아우르며 결국 소비자가 브랜드와 오랜 기간 머무르게 만드는 구조를 완성한다. 이 구조는 소비자를 “더 소비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기보다 브랜드라는 하나의 세계 안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소비를 유도하면서도 강요하거나 조작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까르띠에는 고객을 단기적 구매자로 보지 않고, 장기적 관계를 맺을 동반자로 인식한다.


Pineas-High-Jewellery-necklace-pink-gold-emeralds-coral-diamonds_CRH7001001.jpg Cartier High Jewelry Necklace (출처: Vogue Singapore)


파인 주얼리와 워치라는 두 축을 동시에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린 브랜드는 극히 드물다. 까르띠에가 특별한 이유는 그 전략이 판매가 아니라 경험과 미학의 일관성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경험의 층위 덕분에 까르띠에는 유럽, 미국, 아시아, 중동 어디에서든 시장 상황에 거의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을 보여준다. 즉, 브랜드가 지역이나 경제의 흐름보다 더 강력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까르띠에는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를 설계했다. 그리고 그 세계는 하이 주얼리의 권위, 데일리 주얼리의 일상성, 워치의 시간성이라는 세 가지 다른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고객층에게 다층적으로 전달된다. 이는 “더 소비하게 만드는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그 세계 안에서 오래 머무르게 되는 브랜드 경험의 구조적 완성도이다. 까르띠에는 그래서 단순한 하우스가 아닌, 감각·시간·관계가 축적되는 ‘문화적 생태계’로 기능하는 브랜드이다.


아이콘 중심의 스토리텔링 — 감정 구조를 자극하는 캠페인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글로벌 캠페인 문구들은 모두 이 아이콘들이 가진 감정적 의미를 전면에 드러낸다.


“Love is a choice.”

“What’s your flamme?”

“How far would you go for Love?”


이 문구들은 특정 국가나 언어권에 종속되지 않는다. 사랑, 열정, 선택, 독립성 같은 보편적 감정은 어느 문화권에서도 본능적으로 이해되는 감정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까르띠에의 메시지는 번역이 필요하지 않다. 그 문장들은 각자의 삶에서 경험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관계 속에서의 ‘선택’이라는 인간적 감정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는 힘을 지닌다.


부모가 자식에게 인생의 교훈과 함께 시계를 물려주는 행위,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의 징표로 선택되는 웨딩 밴드,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낸 스스로에게 보내는 격려로서의 팬더 워치, 사랑을 속삭이지만 서로를 조금은 구속하겠다는 애교스러우면서 유희적 상징으로 착용하는 러브 브레이슬릿까지—이 모든 순간에서 까르띠에의 아이콘은 개인의 삶과 결합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큰 의미와 가치를 획득한다.


이러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에게 “까르띠에를 구매하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각 아이콘이 상징하는 감정의 세계로 소비자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만들어낸 감정의 언어가 고객의 정체성과 맞닿는 순간, 그 제품은 단순한 보석을 넘어 ‘나를 표현하는 기호(記號)’로 변모한다.


결국 까르띠에가 구축한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단순한 구매 행위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의 삶 속에서 정체성이 형성되고 기억이 축적되는 과정으로까지 확장된다. 까르띠에는 “예쁘기 때문에 선택되는 주얼리”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어떤 길을 걸어온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아이콘”이 된다.


이것이 까르띠에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이며, 브랜드의 아이콘이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기능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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