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2장 : 루이비통 재단 전시 (4)

2021-22년 모로조프 컬렉션

by Diana H

한 형제의 안목이 현대미술의 기원이 되기까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개최한 《La Collection Morozov: Icônes de l’art moderne》는 단순히 위대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아니었다. 이 전시는 “누가 현대미술을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예술가나 국가가 아닌 한 개인인 모로조프 형제의 취향과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묻는 자리였다. 루이비통 재단은 이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이 어떻게 태동하고 공공의 유산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컬렉션이라는 구조를 통해 서술한다.


모로조프 컬렉션의 중심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산업 자본가 가문 출신인 미하일 모로조프와 이반 모로조프 형제가 있다. 이들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프랑스 근대미술이 형성되던 결정적 시기에 파리를 오가며 작품을 수집했다. 모로조프 형제가 소장한 작품들은 모네, 르누아르, 드가로 대표되는 인상주의에서 출발해, 세잔과 고갱을 거쳐, 보나르·뷔야르·발로통, 그리고 마티스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근대회화의 핵심 흐름을 거의 누락 없이 담아낸다.


Exposition_La_collection_Morozov_-_icônes_de_l’art_moderne_-_Fondation_Louis_Vuitton_à_Paris_-_Septembre_2021_-_51521532188.jpg Portrait of Ivan Abramovitch Morozov (출처: culturezvous)


그러나 모로조프 컬렉션의 진정한 가치는 ‘누구의 작품을 가졌는가’보다, 어떻게 선택했는가에 있다. 모로조프 형제, 특히 컬렉션을 실질적으로 구축한 이반 모로조프는 유행이나 충격적인 실험을 추구한다기보다, 한 작가의 양식이 형성되고 정제되는 과정을 꾸준히 추적하고 존중한 결과이다. 그리하여, 이 컬렉션은 개인의 집에 걸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하나의 미술관처럼 구조와 균형, 연대기적 완결성을 갖추게 된다. 이는 모로조프 컬렉션이 처음부터 ‘사적인 취미’가 아니라, 공공 미술관의 논리를 내포한 개인 컬렉션이었음을 보여준다. 루이비통 재단이 이 컬렉션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전시는 재단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세 가지 방향—현대미술의 기원에 대한 탐구, 컬렉션의 공공성, 그리고 미술사 서술 방식에 대한 개입—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재단은 이 전시를 통해 특정 작가의 천재성을 조명하기보다, 현대미술이 형성되는 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은 모두 러시아 국립 미술관—에르미타주 미술관, 푸시킨 국립미술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소장품 일부이다. 이 작품들은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국유화되어, 한 세기 넘게 공공 기관의 관리와 연구 속에서 보존되어 왔다. 루이비통 재단은 이 방대한 소장품 가운데, 모로조프 컬렉션의 성격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작품들을 선별해 파리로 불러왔다. 이는 단순한 대여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 국가의 유산이 되고, 다시 국제적 공공 무대에서 재해석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71HXm9lK7DL._AC_UF894,1000_QL80_.jpg La Collection Morozov: Icônes de l’art moderne (출처: Amazon UK)


이 전시에서 유독 각광받은 작품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지닌다. 세잔의 회화는 재현을 넘어 구조와 질서를 탐구하며 현대회화의 사고방식을 바꾸었고, 마티스의 장식 회화는 색채와 공간을 감각적으로 조직함으로써 이후 추상미술의 토대를 제공했다. 보나르와 뷔야르는 일상과 사적인 공간을 회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였고, 고갱은 서구 미술의 시선을 외부로 이동시켰다. 이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가 ‘현대미술’이라 부르는 사고방식이 이미 20세기 초에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루이비통 재단은 이 작가들을 ‘역사적 거장’으로 전시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동시대 미술의 사고방식을 가능하게 만든 출발점으로 제시되었다. 이는 재단이 현대미술을 단순히 새롭고 급진적인 것으로 정의하지 않고, 사고의 전환이 축적되어 형성된 결과로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다시 등장한다. 왜 루이비통 재단은 특정 작가의 회고전이 아니라, 모로조프 형제의 컬렉션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이 전시가 예술가 개인의 내적 서사를 넘어, 미술사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 회고전이 창작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컬렉션 전시는 선택과 축적, 책임의 과정을 드러낸다. 모로조프 컬렉션은 개인의 재력과 취향이 어떻게 하나의 미술관이 되고, 제도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결국 이 컬렉션을 통해 루이비통 재단이 말하고자 한 것은 명확하다. 현대미술은 예술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국가만으로 보존되지도 않았다. 그 사이에는 안목과 책임을 가진 개인들, 그리고 그 선택을 공공의 가치로 전환한 제도가 존재했다. 이 전시는 과거의 컬렉션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소유하고, 보존하며, 공공의 가치로 공유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모로조프 컬렉션은 단순한 ‘부유한 형제의 취향’을 넘어, 현대미술과 공공 문화의 기원을 설명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이제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거대한 전환의 출발점에 서 있었던 인물은 누구였는가. 그들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선택했으며, 그 선택은 어떻게 오늘날의 미술사를 바꾸었는가. 이제, 모로조프 형제와 그들이 남긴 컬렉션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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