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2장 : 루이비통 재단 전시 (7)

신디 셔먼: 이미지가 정체성을 만드는 시대의 초상

by Diana H

루이비통 재단이 선택한 동시대 미술의 핵심 인물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얼굴을 마주한다. 스마트폰 화면 속 셀카, 광고 이미지, 인스타그램 피드, 쇼윈도에 세워진 마네킹까지. 오늘날 얼굴은 더 이상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창이라기보다, 사회가 생산하고 유통하는 하나의 시각적 코드에 가깝다.


신디 셔먼은 40여 년 전 이미 이 구조를 간파했다. 그녀는 얼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는 정체성 역시 이미지의 산물임을 예술로 드러낸 작가다. 동시대 미술에서 자화상의 개념을 가장 급진적으로 재정의한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셔먼의 작업은 결코 자전적 고백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촬영하지만, 그 목적은 자기 노출이 아니라 이미지 생산의 메커니즘을 해부하는 데 있다.


셔먼에게 중요한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이미지는 어떻게 인간을 만들어내는가”이다.


W1siZiIsIjQ1MDA4NCJdLFsicCIsImNvbnZlcnQiLCItcXVhbGl0eSA5MCAtcmVzaXplIDIwMDB4MTQ0MFx1MDAzZSJdXQ.jpg?sha=f61dadd7fcaf1a8f 신디 셔먼 작품 (출처: artnet)


그녀의 배경을 되돌아 가보면, 1954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셔먼은 뉴욕주 버펄로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다. 뉴욕하면 흔히들 우리가 떠오르는 화려한 맨하탄인 뉴욕 시티가 아닌 미국 동부의 큰 주인 뉴욕 주 안에서도 조금은 도시와 시골 그 사이인 sub-urban인 버펄로 시티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셈이다. 초기에 그녀는 회화를 전공했으나, 1970년대 후반 페미니즘 미술 담론과 대중매체 이미지가 급격히 확장되던 시점에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자신의 문제의식을 가장 정확히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른다. 그녀가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영화, 텔레비전, 잡지 광고가 대중의 시각적 사고를 지배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셔먼은 바로 그 이미지 생산 시스템 내부로 침투해 이를 해체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급진적이면서 진정으로 동시대의 문제를 예술로 승화한 작가이지 않나 싶다.


vue-dinstallation-de-lexposition-cindy-sherman-une-retrospective-1975-2020-fondation-louis-vuitton-paris-3_.jpg 루이비통 재단의 신디 셔먼 전시 (출처: arter)


셔먼의 작업 방식은 철저히 연출된 사진에 기반한다. 작가는 모델, 연출자, 분장가, 스타일리스트, 촬영자 역할을 모두 혼자 수행한다. 가발, 메이크업, 의상, 소품, 때로는 인공 보형물까지 동원해 특정 인물을 ‘연기’하고, 카메라 앞에 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진짜 신디 셔먼’이 드러나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진짜’라고 믿어지는 이미지가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는가이다. 그녀의 사진 속 인물들은 실재하지 않지만, 관객에게는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로 인식된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해온 영화 속 여성상, 사회적 역할, 계급적 표정들이 이미 시각적 코드로 내면화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제작된 《Untitled Film Stills》 연작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흑백 사진 속에서 셔먼은 1950~60년대 할리우드 영화나 유럽 예술영화의 여성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장면들은 실제 영화에서 발췌된 것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정교하게 연출된 허구다. 관객은 사진을 보며 자연스럽게 서사를 상상하지만, 그 서사는 결국 자신이 이미 내면화한 시각 문화의 축적된 기억에 의해 구성된다. 셔먼은 이 과정을 통해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이미지를 비판하는 대신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 그 구조를 노출시키는 방식은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louis-vuitton--Louis_Vuitton_CREATIVE_STORIES_CS_5_VISUAL9.jpg From the Ritz to the Rubble (출처: Fashionphantasmagoria)


이후 그녀는 패션 이미지, 광고 사진, 미술사적 초상, 상류층 여성, 광대(clown) 시리즈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가 소비하는 아름다움과 권력, 계급, 노화, 불안, 공포의 얼굴을 탐구했다. 특히 1980~90년대 이후의 작품에서는 인물들이 점점 더 과장되고 불편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소비사회가 요구하는 ‘보기 좋은 얼굴’의 이면에 자리한 불안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전략으로 읽힌다. 셔먼의 사진은 매혹을 제공하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시각적 규범을 낯설게 만든다.


그녀의 작업은 주요 제도권 미술관에서도 일관되게 핵심적 위치를 차지해왔다. 2006년 파리의 Jeu de Paume 회고전은 유럽 내 그녀의 위상을 공고히 했고, 2012년 뉴욕 Museum of Modern Art의 대규모 회고전은 셔먼을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인물로 재확인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0년 파리 Fondation Louis Vuitton에서 개최된 《Cindy Sherman at the Fondation Louis Vuitton》 전시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1975년부터 2020년까지 약 170여 점을 아우른 이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재단의 정체성과 긴밀히 맞물린 기획이었다.


66426_cindy_sherman_untitled6022019_original.jpg Fondation Louis Vuitton 전시 중 Cindy Sherman 작품 (출처: Fondation Louis Vuitton)


2020년 루이비통 재단에서 개최된 《Cindy Sherman at the Fondation Louis Vuitton》 전시는 1975년부터 2020년까지의 작품 170여 점을 아우르며, 작가의 전 생애 작업을 종합적으로 조망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재단의 정체성과 긴밀하게 맞물린 기획이었다. 루이비통 재단은 스스로를 단순한 기업 미술관이 아닌 컬렉션 기반의 공공 문화 기관으로 규정해왔으며, ‘초상’과 ‘이미지’라는 주제는 재단 컬렉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셔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재단의 문제의식을 가장 설득력 있게 구현할 수 있는 작가였다. 특히 같은 시기에 병행된 《Crossing Views》 전시는 셔먼의 작업을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아, 재단 소장품 속 다양한 초상 개념을 재배치했다. 이로써 셔먼은 전시의 주인공이자, 동시에 재단 컬렉션을 다시 읽게 만드는 큐레이션의 렌즈로 기능했다. 루이비통 재단이 셔먼을 선택한 이유는 그녀의 명성 때문이 아니라, 동시대 시각문화와 정체성 문제를 가장 구조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재단은 자신을 기업 홍보 공간이 아닌, 컬렉션을 기반으로 한 공공 문화 기관으로 규정해왔다. 재단 컬렉션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초상’과 ‘이미지’다. 셔먼은 이 주제를 가장 구조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작가였다. 동시기에 병행된 《Crossing Views》 전시는 셔먼의 작업을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아, 재단 소장품 속 다양한 초상 개념을 재배치했다. 이로써 셔먼은 단지 전시의 주인공에 머무르지 않고, 재단 컬렉션을 새롭게 읽게 만드는 큐레이션의 렌즈로 기능했다. 루이비통 재단이 그녀를 선택한 이유는 명성이나 시장성 때문이 아니라, 동시대 시각 문화와 정체성의 문제를 가장 정교하게 사유하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325715-800w.jpg Louis Vuitton 160th Monogram Anniversary Fall 2014 by Johnny Dufort: Creative Story on Cindy Sherman


이 선택은 파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재단의 ‘Hors-les-murs’ 프로그램을 통해 베이징을 시작으로 서울 Espace Louis Vuitton Seoul에서도 《신디셔먼: 온스테이지 - 파트 2 (Cindy Sherman: On Stage – Part II)》가 소개되었다. 2023년 프리즈 서울 기간 동안 메종 루이비통에서 열린 전시와 컬렉터 대상 행사들은 예술과 패션, 사교의 장을 결합하며 셔먼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는 단순한 해외 순회전이 아니라, 루이비통이 예술을 글로벌 문화 담론의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략적 확장이었다.


결국 신디 셔먼이 동시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녀는 이미지가 인간을 설명하는 시대를 넘어, 이미지가 인간을 만들어내는 시대를 가장 정확하게 시각화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재단과 서울에서의 선택은 셔먼이 단지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가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얼굴과 정체성의 구조를 성찰하게 만드는 핵심 언어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20230712000743_0.jpg 한국에서의 신디 셔먼 루이비통 전시 (출처: 헤럴드코리아)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왜 동시대 미술과 깊이 연결되는지에 대한 해답이 드러난다. 이미지의 시대를 이해하는 것은 곧 브랜드의 시대를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장의 얼굴을 본다. 셀카, 광고, 인스타그램, 쇼윈도 속 마네킹까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은 이미 40년 전, 이 얼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예술로 폭로한 작가다. 신디 셔먼은 동시대 미술에서 ‘자화상’을 가장 근본적으로 재정의한 작가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자신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촬영하는 자전적 사진이 아니다.


결국 신디 셔먼이 동시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녀는 이미지가 인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인간을 만들어내는 시대를 가장 정확하게 시각화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재단과 서울 전시에서의 선택은, 셔먼이 단지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이미지의 구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동시대 미술의 핵심 언어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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