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마음 쓰는 법을 배우러 왔어 (2)
‘Thank you. Have a nice day.’
한참만에 목소리를 열며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낯선 대륙에 발을 내딛는다. 익숙한 곳에서 10시간을 날아왔기에 분명 낯설었어야 하는데 의외로 반가움이란 마음이 떠오른다.
기내에서 한참을 오들오들 떨어서일까. 달궈진 땅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기운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이 낯선 곳의 첫인상이 좋다. 그나저나 그저 따뜻한 기운에 반갑다니. 그래서 마음에 든다니. 어쩌면 나는 ‘단순’한 사람이려나.
짐은 고등학교 시절 매고 다닌 배낭 하나가 전부다. 위탁수화물을 찾지 않아도 돼서 입국수속을 마치자마자 공항에서 빠져나온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는데, 여행은 원래 불확실함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유심이 인식되지 않는다. 식은땀을 훔치며 30여분을 씨름한 후 결국 새로운 유심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 발거음을 옮기는 순간 통신기호가 뜬다.
브리즈번 시내로 가려면 열차를 타야 한다. 두리번거리며 열차 승강장을 찾는다. 기차모양 아이콘을 따라 걷다 보니 승강장이 나온다. 미리 예매해 둔 승차표를 직원에게 보여준다. 종착역인지 열차가 대기 중이다.
열차 문이 열리지 않아 어정쩡하니 서있는데 직원이 가만히 열림 버튼을 가리킨다. 스스로 문을 열기. 호주만의 방식인가 보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문화를 접했다.
열차가 출발한다. 나지막한 목소리의 방송이 흘러나온다. 십수 년 배웠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영어 방송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광활한 풀밭. 태어나서 이토록 넓고 평평한 풀밭을 본일이 없다.
세로로 짧게 수억 번 붓질을 했을 녹색 땅과, 넓은 붓을 든 채 가로로 두세 번 왕복했을 파란 하늘이 대비되어 현실감각을 떨어트린다.
새삼 깨닫는다. ‘맞다, 나 바다를 건너왔지.’ 이국적인 느낌보다도 반가움을 먼저 만나게 한 나라. 이곳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