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언어, 그리고 도전 (1)
어릴 적부터 여행을 좋아했다. TV나 책에서 보던 낯선 풍경과 언어,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항상 흥미로웠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면 언어 장벽 때문에 깊이 있는 경험을 하기가 어려웠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현지인과 소통하고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여행을 꿈꿨지만, 언어가 부족하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경험에 그칠 뿐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특히 작년 여름, 베트남 다낭을 여행하면서 더욱 커졌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베트남어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여행이 훨씬 풍성해졌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여행을 위해 외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고, 나라와 언어를 고민한 끝에 일본어와 중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일본은 비교적 가까운 나라였고, 문화적으로도 친숙한 요소가 많았다. 애니메이션과 일본 드라마를 즐겨보던 나는 자연스럽게 일본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오래전에 외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다시 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다음에는 기초 문법을 익히면서 간단한 인사말과 일상 표현을 배워나갔다. 일본어 학습이 본격적으로 흥미로워진 것은 레벨테스트를 통과하여 회화 학원에 등록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였다. 비록 직장 때문에 토요일만 다닐 수 있었고, 할 줄 아는 표현도 거의 없었지만 새로운 언어로 듣고 말하는 경험은 설렘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다른 언어에 비하여 쉬울 줄 알았던 일본어는 다양한 동사변형과 존댓말 표현을 구사하기 위해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게다가 학원의 작문 숙제와 단어 시험과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JLPT 시험 때문에 지치는 순간들도 있기는 했지만 여행에서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동기부여가 되었다.
중국어는 일본어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어릴 적에 잠시 중국어를 배웠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어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점, 그리고 중국의 넓은 문화적 스펙트럼이 나를 매료시켰다.
중국어는 일본어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성조가 있어서 발음을 정확히 익히는 것이 중요했고,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다 보니 초반에는 특히 듣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자와 병음과 성조를 모두 함께 외우며 발음이 점점 익숙해지고, 기본적인 문장 구조를 배우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어의 또 다른 매력이자 어려움은 한자였다. 한자를 거의 모르던 나는 그나마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익힌 한자 덕분에 중국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중국어 한자는 일본어 한자와 다소 차이가 있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그러나 익숙해질수록 언어 자체의 논리적인 구조가 보였고, HSK 4급 시험을 준비하며 학습하는 과정이 점점 즐거워졌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우면서 나는 점점 더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배운 언어를 현지에서 직접 활용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교재로 공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 영화, 유튜브 등을 활용해 실생활 표현을 익히고자 했다.
또한,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말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일본어의 정중한 표현 방식과 중국어의 직설적인 문장 구조를 비교하면서, 언어가 곧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나는 직접 일본과 중국과 대만으로 떠나, 그동안 배운 언어를 실전에서 사용해 볼 예정이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