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후쿠오카 일본어 (2)
후쿠오카에서의 첫날, 호텔에 도착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나는 밤에 마실 물이 더 필요해서 호텔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 일본어로 물을 요청해 보았다.
“すみません、お水をふたついただけますか?” (스미마셍, 오미즈 오 후타츠 이타다케마스카?)
그런데 직원이 "Excuse me?"라고 영어로 되물었다. 내가 일본어로 물어본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잠시 당황했지만, 영어로 다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Can I have two more bottles of water?"
직원은 영어로 알겠다고 하고 곧바로 물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한편으로는 편안하게 해결됐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일본어로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갔다. 조식은 양식과 일본식, 우동 세트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일본식 조식은 항상 기대가 크지만, 나는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이 있었다. 새우와 고등어 알레르기가 있는데, 마침 생선 요리가 나온다고 되어 있어서 미리 직원에게 이를 알려야 했다.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일본어로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고등어가 일본어로 무엇인지 몰라서 영어로 소통하려 했다. 그러나 서빙을 하는 직원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일본어로 소통을 시도했다. 번역 어플로 고등어를 쳐서 보여줬지만, 일본어로는 조금 다른 표현이 되는 것 같았다.
“すみません、アレルギーがあります。” (스미마셍, 아레루기-가 아리마스.)
라고 일본어로 말하며, 나는 다시 한 번 고등어를 설명하려 했지만 직원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 직원이 번역 어플로 “サバ” (사바, 고등어)라는 단어를 보여줬고, 나는 고등어가 맞다는 걸 확인했다. 결국, 나는 고등어 대신 다른 음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일본어로 소통하려는 내 시도는 완전히 성공하지 않았지만, 노력 덕분에 고등어 알레르기를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 일본어 실력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일본어로 소통하고자 했던 의도는 어렴풋이 알았겠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얼마나 더 능숙하게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일본 직원은 나의 일본어에 영어로 응대를 했고,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일본 직원과 소통할 때는 파파고를 사용해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조금 하락하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일본어로 소통하고자 했다. 그래서 호텔 체크아웃 시간보다 늦은 비행기 일정으로 시간이 남아 짐 두 개를 호텔에 잠시 맡기려 했을 때 편한 영어가 아닌 다시 서툰 일본어로 문의하고자 체크아웃 상황을 미리 연습했다.
짐을 가지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연습을 계속하며 드디어 호텔 프런트 앞에 다다랐을 때 떨리는 마음으로 짐 두개를 맡길 수 있는지 일본어로 물어봤다.
"すみません、この荷物を預かってもらえますか?" (스미마셍, 코노 니모츠 오 아즈캇테모라에마스카?)
그런데 직원은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곧바로 영어로 대답했다.
"You want to leave your luggage?"
어쩌면 내 외국인 같은 발음을 듣고 이해를 확실히 못했거나 반사적으로 영어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호텔 입장에서는 고객이 편하게 느낄 언어로 대응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일본어를 배우고 직접 사용해보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일본 여행을 하며 여러 번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종종 이런 일이 있었다. 특히 호텔이나 관광지에서는 직원들이 외국인에게 영어로 응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지에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익숙한 언어로 대응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친절한 배려인 것은 알지만, 내 입장에서는 일본어로 끝까지 대화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일본어를 배운지 얼마 안되었지만 자신감이 생겼던 오사카 여행과는 대조적으로 더 향상된 일본어 실력을 가지고 갔던 후쿠오카 여행에서 오히려 부족한 일본어 실력을 느꼈다. 일본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순히 언어를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행지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음 여행 때는 좀 더 능숙하게, 좀 더 자신 있게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나는 다시 일본어 공부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