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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도 못 찾은 스시집

편안한 후쿠오카 일본어 (1)

by 나담


후쿠오카는 오사카에 이어 내가 두 번째로 방문한 일본의 도시였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비행시간이 짧고,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한결 편안하게 느껴졌다.


오사카에서의 경험 덕분에 이번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여행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일본어를 배우고 있어서인지 언어에 대한 부담도 훨씬 덜했던 것 같다. 몇 마디라도 일본어를 직접 쓰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훨씬 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느껴졌다.


첫째 날 저녁, 문득 오사카에서 맛본 스시가 떠올랐다. 그때의 만족스러운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꼭 스시집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번엔 하카타역 근처에 있는 가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일본에서 스시를 먹는 즐거움은 어느 도시에서든 특별하니까. 오사카에서의 경험이 워낙 좋았던 터라 후쿠오카의 스시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하카타역에 도착하고 나서, 그 기대는 점점 조급함으로 바뀌었다.


생각보다 길이 너무 복잡했다. 건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고, 특히 층수가 여러 개인 건물에서는 구글 지도가 제대로 위치를 잡아주지 않았다. 가게가 몇 층에 있는지조차 알기 힘들었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점점 불안해졌고, 한참을 돌고 돌아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한국에서도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 일이 쉽지 않은 사람이다. 하물며 낯선 나라, 복잡한 하카타역에서 일본어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건 꽤 큰 도전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헤맬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


마침 편의점 앞을 지나가던 중, 안에서 정리 중이던 직원에게 다가갔다.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사실 처음엔 급한 마음에 한국어로 된 지도앱을 보여주며 물어봐서, 상대가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당황했었다. 그래서 다시 천천히 일본어로 말을 정리해서 물었다.


“すみません、すし酒場 さしすはどこですか?ここから近いですか?” (스미마셍, 스시사카바 사시스와 도코 데스카? 코코카라 치카이 데스카?)

직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あ、すし酒場 さしすですか?すぐ前ですよ。” (아, 시스사카바 사시스데스카? 스구 마에 데스요)


설명을 듣고보니 방금까지 한참 헤맸던 그 거리, 바로 그곳이 내가 찾던 스시집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이없고 웃기기도 했지만, 덕분에 일본어로 질문하고 대답을 들으며 소통했던 경험이 더 크게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왠지 고마운 마음에 그 편의점에 들러서 먹고 싶던 하이츄도 사왔다.


이번 여행에서 일본어를 더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었던 건 큰 수확이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덕분에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었고, 나 자신도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았다. 그동안 공부한 일본어가 이런 식으로 실제 상황에서 바로바로 쓰이니까, 정말 신기하고 뿌듯했다. 일본어로 길을 묻고, 소통이 되고, 이해하고 이해받는 그 순간이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장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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