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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USJ 오픈런 성공 비결

활기찬 오사카 일본어 (3)

by 나담


오사카에 도착해서 처음 부딪힌 건 바로 지하철이었다. 도시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미로 같을 줄은 몰랐다. 알록달록 얽혀 있는 노선도는 보기만 해도 어지러웠고, 환승도 많아서 시작부터 정신이 쏙 빠졌다. 구글맵을 보며 따라갔지만 이상하게 방향이 엇갈렸고, 결국 일본어로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すみません、◯◯はどこですか?” (스미마셍, ◯◯와 도코 데스카?)
라는 말을 써먹어봤다. 대답을 알아듣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안심하고 걸을 수 있었다.


다음 날은 드디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USJ에 가는 날이었다. 한국에서 오픈런 티켓을 미리 사 둔 덕분에 기대감은 더 컸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또다시 방향이 헷갈렸다.
‘이게 맞나…?’
불안한 마음에 플랫폼에 서 있던 역무원에게
“USJに行く電車はこれですか?” (유에스제이 니 이쿠 덴샤와 고레 데스카?)
라고 물어보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오픈런! 그런데 USJ 입구를 찾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블로그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철저히 준비했는데도 현장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다들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지만 그게 맞는 방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줄에 섰다가도 괜히 불안해서 근처 안내원에게 다시 물었다.

“ここはオープンランの入口ですか?” (코코와 오-푼란노 이리구치 데스카?)

그분은 맞다고 했지만,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어서 한 번 더 확인했다.

“本当にオープンランの入口はここですか?” (혼토-니 오-푼란노 이리구치와 코코 데스카?)

아뿔싸! 내가 서 있던 줄은 오픈런이 아니라 일반 입장 줄이었다. 부랴부랴 다른 줄로 이동했고, 하마터면 공들여 준비한 티켓이 무용지물이 될 뻔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번역 어플에서 알려주는 표현과는 다르게 일본에서 오픈런은 '開店ダッシュ' 라고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소통의 오류가 있었지만 서툰 일본어일지라도 계속 시도한 덕분에 결국에는 제대로된 줄을 찾을 수 있었다.


겨우겨우 입구를 찾아 들어가고 나서야, 드디어 USJ에 온 진짜 목적지, '마리오 월드' 오픈런에 성공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꿈에 그리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일단 간단히 주변을 둘러본 뒤, ‘쿠파의 도전’ 어트랙션에 줄을 섰다. 그리고 들려오는 일본어 안내방송. 전부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일부분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괜히 뿌듯했다. ‘일본어 공부하길 정말 잘했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쿠파의 도전장’을 타고 신나게 나온 후, 마리오 월드 안에 있는 카페에도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여긴 라인 앱으로 예약해야만 입장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또다시 실전 일본어 시간이 찾아왔다.
“予約をしたいんですが…” (요야쿠오 시타인데스가…)
라고 말하며 앱을 열었고,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무사히 예약을 마쳤다. 안으로 들어가서 시원한 주스와 커피, 그리고 따끈한 스프를 주문했다.
“コーヒーとオレンジジュースとスープをください。” (코-히- 토 오렌지쥬-스 토 스-푸 오 쿠다사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주문이 통했고, 직원이 웃으며 응대해줄 때 정말 뿌듯했다.


그날 오사카는 유난히 더웠고, 하루 종일 땀범벅이었지만 모든 순간이 다 보람찼다. 복잡한 지하철, 헤맸던 입구, 그리고 실전 일본어까지. 하루 종일 모험 같았던 오사카에서의 하루는,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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