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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백을 찾아서, 일본어 초보의 오사카 쇼핑 도전기

활기찬 오사카 일본어 (2)

by 나담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 꼭 사고 싶었던 가방이 있었다. 일본 브랜드 바오바오(BAOBAO)의 하얀색 크로스백. 일본에 오기 전부터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보며 마음에 품었던 아이템이었다. 오사카라면 매장도 많고 종류도 다양할 것 같아 기대가 컸다. 그래서 오사카 중심가에 있는 한큐백화점으로 향했다.


한큐백화점에 도착하자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오바오 매장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내가 원하던 하얀색 크로스백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점원에게 물어볼까 고민했다. 일본어를 배운 지 이제 겨우 한 달. 과연 내가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설 수는 없었다.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문장을 떠올리며 스스로 다짐했다.
“白いクロスバッグはありますか?(시로이 쿠로스밧구와 아리마스카?)”

조심스럽게 점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다행히 내 말을 잘 이해한 점원은 친절하게 말했다.
“すみません、今はありません。(스미마셍, 쿄와 아리마셍.)”

아쉽게도 내가 찾는 가방은 없었지만, 그래도 직접 일본어로 물어보고 답을 들었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다. 한 마디를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기에, 그 짧은 대화가 나에게는 큰 성취였다.


그날은 그냥 한큐백화점을 나섰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혹시 다른 매장에 있을까 싶어 계속 검색했고, 킨테쓰백화점에도 바오바오 매장이 있다는 정보를 찾았다. 마침 USJ에서 놀다 돌아오는 길에 킨테쓰백화점이 있어, 지친 몸이었지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킨테쓰백화점에 들어서니 한큐백화점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조금 더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 덕분인지, 이번에는 처음보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웠다. 다시 바오바오 매장을 찾아 들어섰다. 이번에도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문장을 몇 번 되뇌며, 조심스럽지만 자신 있게 점원에게 말을 건넸다.


“小さいクロスバッグはありますか?(치이사이 쿠로스밧구와 아리마스카?)”

점원은 환하게 웃으며 “はい、ございます!(하이, 고자이마스!)”라고 답했다. 그 순간, 마음속 깊이 기쁨이 퍼졌다. 이번에는 정말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점원은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 검정색 크로스백을 가져왔다. 디자인은 내가 찾던 바로 그 스타일이었지만, 색이 달랐다.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他の色はありますか?(호카노 이로와 아리마스카?)”

점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 가지 색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찾던 하얀색 크로스백이 눈앞에 나타났다.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持ってみてもいいですか?(못떼 미테모 이이데스카?)”
점원은 바로 “どうぞ!(도-조!)”라며 가방을 건네주었다.

가방을 손에 들고 거울 앞에 서 보았다. 직접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마침내 원하던 가방을 찾았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これをください。(고레오 쿠다사이.)”
그렇게 말하며 결제를 마쳤다.


손에 하얀 크로스백을 들고 킨테쓰백화점을 나서는 순간, 단순히 물건을 산 기쁨을 넘어선 감정이 밀려왔다. 일본어로 묻고, 대답을 듣고, 내가 원하는 것을 직접 찾아냈다는 성취감이 더 컸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가방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며 생각했다.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책에서 배운 단어와 문장이 실제로 통하고, 내 말을 이해해 준다는 사실이 참 뿌듯했다.


이번 경험 덕분에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이 더 커졌다. 다음에는 더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어라는 벽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벽을 내 힘으로 넘었다는 성취감이, 오사카에서 손에 넣은 하얀 크로스백 안에 함께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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