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다물기 좋은 시간, <<맡겨진 소녀>>(클레어 키건, 2010)
얼마 동안 맡아달라고 하지?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으면 안 되나?
그렇게 말하면 돼? 아빠가 말했다. (p.15)
엄마는 할 일이 산더미다. 우리들, 버터 만들기, 저녁 식사, 씻기고 깨워서 성당이나 학교에 갈 채비시키기, 송아지 이유식 먹이기, 맡을 갈고 일굴 일꾼 부르기, 돈 아껴 쓰기, 알람 맞추기. 하지만 이 집은 다르다. 여기에는 여유가, 생각할 시간이 있다. 어쩌면 여윳돈도 있을지 모른다.(p.19)
욕조 물이 차오르자 흰 욕실이 어딘가 변해서 눈앞을 가린다. 전부 다 보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p.23)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p. 28)
밖으로 나가서 작별인사를 하고 나자 밀드러드 아주머니는 내가 겨우 따라잡을 만한 속도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질문이 시작된다. 호기심에 통째로 잡아먹힌 사람 같다. 질문 하나에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다음 질문이 날아온다. “너한테 어느 방을 내주던? 킨셀라 씨가 너한테 돈을 줬니? 얼마나? 아주머니가 밤에 술을 마시니? 아저씨는? 사람들이 카드놀이 하러 자주 오니? 누가 왔었는데? 그 남자들은 뭐 때문에 자선 복권을 팔았어? 너 묵주기도는 하니? 아주머니가 페이스트리에 버터를 넣니, 마가린을 넣니? 개는 어디서 자고? 냉동고를 꽉 찼어? 아주머니가 돈을 아끼니, 펑펑 쓰니? 옷장에 아직도 그 애 옷이 걸려 있어?”(pp. 62~63)
“참 조용하네요, 얘는.”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죠. 이런 애들이 많으면 좋을 텐에요.” 아저씨가 말한다. (p. 67)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p. 70)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p.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