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심사 결과, 불합격입니다."
스피커폰 너머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번이 몇 번째 탈락인지 세는 것도 지쳤다.
28살, 대학 졸업 후 5년째 계약직만 전전하다 지난달 재계약 탈락. 통장 잔고 12만원. 그리고 온라인 바카라로 만든 빚 2170만원. 1000만원을 투자했지만 폭락해버린 잡코인 150만원어치.
"형, 이자라도 좀 넣어줘. 다음 달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사채업자의 문자는 하루에도 열 통씩 왔다. 업자는 처음엔 '형'이라고 불렀고, 몇일 후 호칭은 ‘새끼’로 바뀌었다.
그날 밤, 나는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고수익 알바' 게시물을 클릭했다.
[급구] 해외 고객관리 직원 모집
- 근무지: 캄보디아 프놈펜
- 급여: 월 600만원 (숙식 제공)
- 경력 무관, 즉시 출국 가능자 우대
- 선입금 없음, 출국 비용 회사 부담
```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했다. 답장은 5분 만에 왔다.
"내일 강남에서 면접 가능하세요?"
강남역 근처 허름한 오피스텔 3층. '글로벌HR컨설팅'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었다.
면접관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양복을 입었지만 넥타이는 느슨했고, 손목에는 금시계가 번쩍였다.
"지원 동기가 뭐예요?"
"...빚이 있어서요. 빨리 갚고 싶습니다."
남자가 픽 웃었다.
"솔직하네. 좋아요. 그런 사람이 일을 잘해요. 업무는 간단해요. 고객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카지노 사이트 회원 유치하는 거예요. 그 외에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일을 할 수도 있어요. 일종의 펀드매니저 같은거죠. 실적만 내면 인센티브도 쏠쏠하고."
"리딩방이요? 불법 아닌가요?"
"캄보디아에선 합법이에요. 잡아갈 사람 없고, 그냥 돈 벌고 한국 돌아오시면 아무 일도 없어요. 민재씨가 거기서 무슨 일 했는지 아무도 모르니 걱정 마세요. 얼른 빚 갚고 새 출발 하셔야죠."
계약서에는 '현지 법인 정규직 채용'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