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9개월째
우리 팀 실적: 21억 3천만원
김동욱이 부매니저로 승진했다.
꼬미가 전체 회의를 소집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40대 중반, 말라깽이에 안경을 썼다. 평범해 보였지만, 눈빛은 뱀 같았다.
"1팀 김동욱, 승진 축하한다. 그리고 1팀 후임 팀장은..."
꼬미가 나를 봤다.
"김민재. 네가 맡아."
박수 소리. 하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시기와 경계가 섞여있었다.
"김민재, 나와."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9개월 만에 팀장. 빠른 편이야. 기대하겠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 다음 주 화요일에 프놈펜 본부 회의 있어. 같이 가자."
심장이 빨리 뛰었다.
프놈펜.
탈출.
팀장 전용 구역은 5층에 있었다. 팀장 5명이 각자 독방을 썼다.
내 방에는 노트북이 있었다. 물론 감시용 소프트웨어가 깔려있었지만.
밤 11시, 나는 노트북을 켰다. 화면 구석에 작은 카메라 불빛이 깜빡였다.
나는 업무 보고서를 작성하는 척했다. 실제로는 VPN 우회 경로를 찾고 있었다.
3일 후, 나는 해외 NGO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해외동포긴급구조연대"
익명 제보 게시판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글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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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캄보디아 범죄조직 감금 피해자
위치: 시아누크빌 남부 30km 지점, 웬치 화합물
감금 인원: 약 200명 (한국인)
조직명: 알 수 없음 (중국계 조직)
상황: 보이스피싱 강요, 탈출 불가
도움 요청
올리기 전에 멈칫했다.
이게 들키면 죽는다.
하지만 올리지 않으면 여기서 평생 살아야 한다.
나는 엔터를 눌렀다.
다음 주 화요일.
프놈펜 행 차량 앞에 팀장 5명이 모였다.
김동욱 부매니저가 체크리스트를 확인했다.
"여권은 본부에서 보관한다. 회의 끝나고 식사 2시간 있고, 그 후 바로 복귀. 이탈 시도는 생각도 하지 마. 작년에 시도한 팀장 하나 있었는데, 가족까지 다 죽었어."
15인승 밴. 팀장 5명, 무장 경비 3명, 운전기사 1명.
차는 오전 9시에 출발했다.
나는 창밖을 봤다. 4시간 만에 보는 외부 세상. 나무들, 하늘,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사람들.
이게 마지막 기회다.
프놈펜 도착. 오후 1시.
본부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10층짜리 빌딩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IT 회사 같았다.
8층 회의실.
중국인 간부들이 앉아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웬치 총책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회의는 중국어로 진행됐다. 통역이 옆에서 속삭였다.
"이번 분기 실적 보고..."
나는 듣는 척했다. 실제로는 창밖을 봤다.
8층. 뛰어내릴 순 없다.
비상구. CCTV가 있다.
화장실. 창문이 있을까?
회의는 1시간 동안 계속됐다.
"회의 끝. 이제 식사 가자."
한식당 "서울관". 프놈펜 시내 한복판.
우리는 2층 단독 룸에 앉았다. 경비 3명은 계단 입구에 섰다.
"편하게 먹어. 2시간 있으니까."
김동욱이 소주를 따랐다.
나는 화장실 위치를 확인했다. 복도 끝. 창문이 보였다.
30분 후, 나는 일어났다.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어, 가."
복도를 걸어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화장실 문을 열었다. 3개의 칸. 맨 끝 칸의 창문.
나는 칸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변기 위에 올라가 창문을 열었다.
3층 높이. 아래는 좁은 골목.
뛰어내릴 수 있다.
지금이다.
손을 창틀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