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째
전체 집회.
200명이 1층 대강당에 모였다.
꼬미가 단상에 올라섰다.
"오늘부터 웬치 한국인 총괄은 김민재다."
박수. 하지만 두려움이 섞인 박수였다.
나는 단상에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다봤다.
200개의 얼굴.
어떤 얼굴은 희망을, 어떤 얼굴은 절망을, 어떤 얼굴은 증오를 담고 있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인사. 더 할 말이 없었다.
집회가 끝나고, 꼬미가 나를 불렀다.
"민재야, 총괄 사무실은 6층이야. 이제 네 영역이지."
6층. 처음 올라가보는 곳.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다른 세계였다.
대리석 바닥. 가죽 소파. 통유리 창문. 물론 철창은 여전했지만.
"이게 네 방이야."
30평 규모의 사무실. 책상, 회의 테이블, 침대까지 딸린.
"그리고 이거."
꼬미가 노트북을 건넸다. 최신형.
"모든 CCTV 접근 권한 있어. 조직원 전체 모니터링 가능. 그리고 이거."
검은 권총. 각진 총신이었다. 글록이다.
"진짜 총알 들어있어. 긴급 상황 시 사용."
나는 권총을 받았다. 묵직했다.
"한 달에 한 번, 본부 회의 참석. 그때 총책님을 뵐 거야."
"총책님은 어떤 분이신지..."
"직접 보면 알아. 근데 한 가지만 기억해. 총책님은 절대적이야. 거역하면 죽어. 나도, 현웅이도, 너도."
그날 밤, 나는 6층 사무실에서 CCTV를 확인했다.
전체 80대의 카메라. 건물 구석구석.
1층 경비실. 무기고가 보였다. AK소총 20정, 권총 30정, 수류탄 10개.
2층 주방. 요리사 3명. 모두 현지인.
3층 숙소. 일반 작업자 160명.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4층 사무실. 80개의 책상. 24시간 교대 근무.
5층 팀장실. 5개 방. 모두 불이 꺼져있었다.
그리고 7층.
카메라가 없었다.
나는 권한 리스트를 확인했다.
"7층 - 접근 불가. 총책 전용 구역."
노크 소리.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현웅이 들어왔다. 손에 샴페인 두 병.
"축하해, 총괄."
"형도 축하드려요. 본부 발령."
"건배할까?"
우리는 샴페인을 따라 마셨다.
"민재야, 솔직히 놀랐어. 네가 여기까지 올라올 줄."
"형이 가르쳐줬잖아요."
"그래. 근데 넌 나보다 더 빨리 배웠어. 16개월. 보통은 3년 걸리거든."
현웅이 창밖을 봤다.
"근데 말이야, 민재야."
"네."
"넌 아직도 탈출 생각하고 있지?"
나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
"안 하고 있어요."
"거짓말. 네 눈빛 보면 알아. 나도 예전에 그랬거든."
"형도요?"
"응. 처음 1년은 나도 탈출만 생각했어. 근데 깨달았지. 탈출은 해답이 아니야. 여기서 올라가는 게 해답이야."
현웅이 나를 봤다.
"민재야, 다음 주 본부 회의 때 총책님 보게 될 거야. 그때 네 생각이 바뀔걸."
"무슨 뜻이에요?"
"직접 봐. 말로는 설명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