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창문 없는 방>
어느 날, 여자는 창문 없는 방에 살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 방을 찾게 된 때는 11월 중턱을 빠져나갈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가로수로 심어놓은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색 바랜 잎사귀들을 떨구어 낼 때였다. 그녀는 이미 거리마다 수북이 쌓이기 시작한 죽은 나뭇잎들을 요리조리 피해 디뎌가며 길을 걸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저 위에서 바삭바삭 마른 갈색의 커다란 잎사귀들이 그녀의 어깨를 무심하게 툭- 툭- 치면서 낙하했다.
혼자 살아보기로 결심했는데 좀처럼 마땅한 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꽤 오랫동안 발품을 팔고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다닐 때도 있었고 이 도시에 한 몸을 내려놓을만한 곳이 있나 하고 혼자 다닌 적도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일 때는 꽤 유용하기는 했지만 또한 꽤 시끄러웠다는 것이고 그녀 혼자일 때는 조용한 가운데 좀처럼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방을 찾아낸 중개인이 그녀에게 전화를 해 왔다.
"내가 기가 막힌 방을 하나 찾아다 놨어요. 아가씨도 분명 좋아할 거야. 암, 그렇고말고. 다만 하나 흠이 있기는 하다만 그래도 이 가격에 평수도 잘 빠졌고 구조도 괜찮고- "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그녀가 중개인에게 주문해 놓았던 사항들은 다름 아니라 첫째 조용할 것, 둘째 동네가 안전할 것, 셋째 생활 편의시설이 인접해 있을 것, 그리고 넷째 부엌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 중개인이 골라낸 방이 설사 창문 없는 방이었다 하더라도 저 위의 요구 사항에 위배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조용했고 안전했으며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동네였으며 심지어, 아주 근접한 역세권은 아니었어도 대체로 교통이 편리했으며 부엌은 안쪽으로 들어앉아서 미닫이문으로 침실 쪽 마루와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고 단걸음에 중개사무소로 달려간 그녀는 중개인과 함께 집을 보러 다녀왔다. 딸깍하고 문고리를 돌려 현관문을 열자 정갈한 현관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문에는 아래쪽에 작게 동그란 구멍이 나 있었고 덮개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어 우유나 신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두고 있었다. 벽지는 은은한 광택이 도는 연한 청자 색이었다. 전체적으로 얌전했다.
중개인은 방의 장점을 쉼 없이 늘어놓았다. 욕실에도 보수공사를 싹 다 마쳐서 별 다섯 개까지는 아니어도 네 개짜리 준 비즈니스호텔 급이라느니 다소 그 특유의 허풍 섞은 말로 칭찬하기 바빴다.
욕실도 부엌도 깨끗했다. 그녀는 수돗물을 틀어보았다. 쏴아- 물살이 힘차게 나오는 것을 보니 겨울에도 동파되는 일은 적을 것 같았다. 방에는 더블사이즈 침대와 작은 협탁이 있었고 나머지 가구는 그녀가 쓰던 것들을 들이면 되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직 그 집에 창문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