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창문 없는 방>
"그런데 이 집에 욕실로는 창이 나 있는데 방에 창문이 없어요.
그게 참 희한해서 나도 집주인에게 물어봤는데 이 방만 구조가 이렇게 틀어져 앉느라 창문을 못 뺐다더라고. 예전에는 사진 찍는 사람이 작업실로 써서 암실이라 오히려 창문이 없는 편이 더 나았다고는 하는데 아가씨는 가정집으로 쓸 거니까 창문이 있어야는 쓰겠는디... 이걸 공사를 하면 입주일이 뒤로 좀 미뤄지겠지만 그래도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닐 거요."
중개인이 창문을 뚫을 만한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오른쪽 벽면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자도 같이 따라서 그쪽 벽면을 보았다. 말끔한 벽은 청자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청자색 평화를 깨뜨리고 싶지 않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니요. 공사 안 해도 돼요. 안 할래요. 굳이 없어도... 창문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살아보다가 정 불편하면 그때 다시 말씀드릴게요."
그녀가 말하자 중개인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말했다.
"아가씨도 이 방이 마음에 드는갑네. 하기사 이 집이 조명이 좋아서 채광은 좋을 테야. 환기시설을 대신 잘해놔서 환기 면에서는 나쁘지 않을거구만. 그래도 창문이 하나 작게라도 있어야 쓰지 않겠는가?"
그녀는 잠시 상상해 보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매일 아침 그녀의 얼굴을 건드리는 것을. 그녀는 햇볕을 잠시 동안 보고 싶지 않았다. 눈이 부시니까 마음도 같이 부서질 것 같았으니까. 창문이 욕실에는 있다니까 곰팡이가 슬지는 않을 것이라고 얼른 덧붙여 대답해주었다. 다만 정말로 정말로,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서 태양빛을 마주할 자신이 그 무렵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래도 집주인을 내가 한 번 만나 봤는데, 사람이요, 교양이 있드만. 경우가 있어요. 가정집으로 쓸거시고, 젊은 아가씨 살 거라고 내가 말했더니 창문이 필요해지면 다시 상의하라고 합디다. 외출하고 그러면 환풍기 틀어놔요. 그리고...." 중개인은 정말이지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더 이상 그의 말이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여자가 그 모든 말을 종식시키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니요, 아니요- 다 괜찮습니다. 창문이 없기 때문에 커튼도 필요 없어요. 저는 정말로 이대로 괜찮습니다. 여기로 할게요. 언제쯤 들어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