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창문 없는 방>
여자는-
그냥 그렇게 ‘여자’이다.
여자.
나도 될 수 있고 너도 될 수 있고 그녀도 될 수 있고 그들도 될 수 있는, 그래서 그렇게 '여자'이다.
그런 여자가 한 명 있는데, 글쎄 그 여자는 어느 날 그렇게 덩그러니 창문이 없는 방에 세 들어왔다.
여자는 이사 날에 맞추어 가족들과 함께 살던 집 자신의 방에 있던 가구들을 살뜰하게 챙기고 필요한 짐들을 잘 꾸려두었다. 그녀는 혼자 힘으로 한 번 살아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이사도 혼자 힘으로 해 보기로 했다. 부러 아버지도 걱정 많은 어머니도 딱따구리 깍쟁이 언니도 이사하는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처음부터 제대로 못 박아 두었다. 하면서 내심 여자는 가출을 감행하는 중이었다. 벌써 오래도록 여자는 가족들과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않고 생활한 지 오래였다. 처음에는 여자의 건강이 좋지 않아 진 것을 이유로 가족들이 여자의 독립을 반대하였으나 어쩌면 여자를 내보내 주는 조건으로 여자와 다시 말을 트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으로 협상은 동결되었다.
짐은 젊은 여자가 들어가는 집 치고는 그리 화려한 편은 아니었다. 옷장, 책상 겸 식탁으로 쓸 알맞은 크기의 테이블, 의자, 서랍장, 그리고 그녀의 작은 화장대, 그 화장대에 딸린 전신 거울.
다만 책꽂이만 따로 그녀가 미리 줄자로 재 갔던 대로 자투리 공간에 넣을 크기로 새로 맞추었다. 전기톱으로 나무판을 자르고 못질을 하고 깎고 다듬는 일을 하는 그녀의 언니가 이사 선물로 만들어 준 튼실하고 군더더기 없는 책꽂이다.
옷가지도 검소하다. 여자의 옷들은 우선 집에서 다가올 겨울 동안 입을 것들만 먼저 가져와서 그럴 수도 있겠지마는 가짓수도 요란하게 많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따스하고 채도가 높지 않은 색깔의 단정한 옷들 위주였다.
여자가 가지고 온 대부분의 물건들이 그러했다.
수수하고 점잖았다.
여자도 그 물건들을 닮아 꾸밈없이 단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