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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Feb 17. 2017

<삼삼한 이야기>그 열다섯 번째 단추

졸업에 대한 세 가지 단상 


졸업의 무의미에 대하여. 


#1. 이상한 나라의 현실



OO대학교 정도면 우리 회사에 필요하겠네


회사 면접을 보고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재밌었던 말이었다. 그들은 내 안에 어떤 내용물이 담겼는지도 모른 채, 나를 대학 이름으로 규정지었다. 이로써 나는 4년제 대학 졸업이라는 하나의 무기를 얻은 셈이었다. 별로 자랑하고 싶지 않은 무기.               



 

#2. 이상한 나라의 기회



다행히 이상한 나라에도 기회는 있다. 열 번 실패하면 한 번 줄까 말까한 기회들. 그 기회를 잡으면 된다. 그리고 그 기회들은 태도에 따라 주어진다. 내가 얼마 전까지 일했던 출판사 교정 일은 1일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다 일을 꼼꼼히 한다며 장기 근무를 해달라는 부탁이 왔고 또 열심히 일했더니, 콘텐츠 팀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작년에 인턴으로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3개월의 인턴 기간이 끝났지만 내년에도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감사한 제안을 받았었다. 최저 시급을 받고 일하기로 했던 아르바이트에서 아무런 상의없이 시급을 올려줬던 일도 3번 정도 있었다. 친구와 참여했던 발표 대회에서 상을 받지 못했지만 심사위원의 눈에 들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를 얻은 적도 있다. 


물론, 항상 호의가 가득한 사람들이 기회 보따리를 들고 찾아오는 건 아니다. 비상식적이고 치사한 나라에서는 화나고 눈물나는 일들이 훨씬 많다. 아무런 연고없이 시작한 서울살이에서 좀처럼 기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찾아온 크고 작은 기회때문에 나는 태도가 지닌 엄청난 힘을 믿는다.  




#3. 이상한 나라의 이상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이상'의 정의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으므로 저런 고귀한 '이상'을 추구하려면 정상적인 방법말고 비탈길을 타보는 것도 좋다. 말 그대로 이상해져야 한다. 공채 모집이 없었지만 회사에 찾아가 일을 하고 싶다고 면접을 보고 정직원이 된 나의 친구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하게 기회를 얻는다.   


쟤 왜 오바해?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네. 궁금한 것도 많다.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우리. 하지만 이러한 '이상한 태도'는 4년제 대학 졸업장이라는 무기보다 더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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