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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딤돌 Sep 12. 2024

현란한 포장과 실망감

   

(격조 있는 포장은 감동을 배가시킨다  네이버)

  

   나는 건강을 위해 식용 마(麻) 뿌리를 구입하고 있는데 포장을 뜯어내면 내용물이 손상되어 있한다. 판매자의 내용물 보호 조치가 미비하거나 다루는 이가 거칠어서 그럴 것이다. 속 상한다. 명절에 즈음해 받는 선물을 보면 겉은 화려하고 요란한 포장으로 그럴싸해 보이지만 정작 내용물은 아쉬운 경우가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상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이 경우에 어울린다.


  이력도 과대포장을 한다. 나의 사회 경험상 명함 앞뒤에 여백이 없을 정도로 이런저런 직책이 가득 찼던 사람치고 진짜배기인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 타인의 이목을 끌기 위한 과시 본능의 전형인 셈이다. 수많은 감투 중 지역사회 선도위원이란 분이 오히려 준법정신이 희박한 경우도 보았다. 거기에다 그들은 으스대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존경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결혼에서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소통하고 난 후 맺어진 경우라면 다행이다. 결혼정보회사 등 소위 중개를 통해 짝을 찾는 경우에, 과도한 포장이 당사자를 유혹하기 쉽다. 서로가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헛바람을 잔뜩 넣는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넣은 바람은 언젠가 는 빠지게 되어있다. ‘물론 그 정도는 으레 감안하고 거래를 한다면 현명하다.’ 그래도 포장이 많으면 서로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면접에서도 발견된다. 의사표현을 잘하는 건 분명한 강점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내면의 마음가짐과 겉으로 드러낸 표시가 불일치할 때다. 즉, 말만 번지르르 한 사람을 선택하면 십중팔구 실패다. ‘내공이 깊은 자는 조용히 필요한 말만 또박또박하는 사람이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 말솜씨보다는 눈동자가 밝고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동료로 선택했고 오류도 적었다.


   과도한 친절도 문제다. 이런 유형의 과대포장은 주로 서비스 업계에서 볼 수 있다. 필요이상으로 친절을 베풀면 받는 사람이 오히려 불편하다. 물론, 겉으로 친절한 모습을 표출해야만 하는 감정노동자도 죽을 맛 일게다. 차라리 직원과 고객 간의 자연스러운 관계가 더 바람직해 보인다. 친절이 넘치면 블랙컨슈머들이 약점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모두 과도한 포장을 걷어내고 조금 솔직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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