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산책길 주변에서 낯선 식물을 발견했다. 야생 난처럼 생긴 것 같긴 한데 한철만 사는 건지 다년생 인지조차도 몰랐다. 그러나 요즈음은 대세가 되어 제법 큰 군락을 여기저기에서 이루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도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촬영을 하여 알아보니 맥문동(麥門冬)이라고 나온다. ‘보리맥 자에- 문 문- 겨울 동이라!’ 무슨 뜻일까? 농촌에서 보리농사를 경험한 적이 있는 나는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보리는 늦가을에 파종하여 어린싹이 튼 상태에서 한겨울을 보낸다. 겨울철에는 땅이 건조하여 흙이 들뜨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보리 뿌리가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 경우 동사(凍死) 방지를 위하여 여린 보리 순을 밟아주어야만 한다. 아마도 땅밖으로 드러난 보리 뿌리와 비슷해 보여 맥문동이라 하지 않았나 싶다.(전적으로 개인 의견이다)
맥문동에 대해 자세히 읽어보니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나무 그늘 아래서 주로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꽃말은 겸손, 인내이며 꽃색이 보랏빛을 띤다. 뿌리는 한약재로 사용되는데 강장제 및 마른기침, 열이 나고 답답할 때 효과가 있다고 되어있다. 성질이 차므로 볶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과자, 술, 죽, 차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원래는 남도지방 따뜻한 곳에서 자랐는데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인해 경기 강원까지 퍼졌다. 그늘에서 잘 자라다 보니 태양 빛이 필요한 화초 관리의 번거로움을 대체하는 면도 있어 보인다. 개체들이 빽빽하게 서식하므로 잡초가 들어설 여지가 없게 되어 빌딩이나 아파트 화단에도 많이 심고 있다. 관상용, 약재용 등 다방면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맥문동 축제를 홍보하고 있다. <꿈꾸는 맥문동>이란 시도 있어 찬찬히 음미해 보았다. 사계절 푸른빛을 띠며 살아가는데 특히 엄동설한을 힘들게 견뎌내는 모습이 시인의 눈엔 많이 애처로웠나 보다. 시인은 맥문동이 애쓰며 자리를 지키는 이유를 이렇게 묘사했다. “오늘도 가슴앓이 하는 사람들 삭혀주고 달래줄 꿈 키우며...” 사람들 중에도 맥문동 같은 꿈을 가진 이가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