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

by 디딤돌

맡은 바 역할을 조금 낮잡아 표현할 때 쓰는 용어다. 우리 사회는 누구 할 것 없이 본분을 망각하고 마땅히 수행해야 할 노릇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들 품위를 저버리고 <내로남불>의 수렁에 빠져 극한 대립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어수선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목을 맞은 건지도 모르겠다.


우선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까지 포용하고 대화에 기초하여 국민 통합을 주도하기는커녕, 극단적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태도를 일관하다 오늘날의 참사를 자초했다. 대통령이란 막중한 자리를 악용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펼쳐보려는 헛된 망상만을 설계했으니 재앙이라는 표현 외엔 적당한 용어가 없다.


비상시국에서도 국회의원, 국무위원, 이해집단들은 소속단체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저울질하느라 바쁘다. 국민의 눈높이쯤은 안중에도 없다. 주장하는 논리마저 뒤죽박죽 하여 자신들 스스로도 혀가 꼬일 정도다. 권력과 돈이 좋은 줄 알지만 너무 나갔다. 소수 군인 외엔 양심선언이란 말을 들을 수 없다.


과히 정치, 언론 분야에선 율사들의 전성시대다. 말하기 좋아하는 집단이고 국민의 삶의 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좌우 진영을 떠나 객관적인 의견을 내는 경우도 보지만 대부분은 동일 사안을 두고서도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견해를 피력한다. 최대 기득권 집단으로서 선전선동에 능한 불쾌한 엘리트들로 비친다.


나이가 들어도 품격에 따라 부르는 용어가 다르다. 지혜가 모자라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경우 그들을 통칭하여 노인이라 한다. 반대로 풍부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에겐 어른이라 칭한다. 순리를 아는 사람은 항상 겸손하다. 스스로 뒷방에 앉는다는 말은 후배에게 기회를 준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날씨가 차다. 건강을 위해서 편한 곳에 앉아 세상을 관조하길 부탁드린다.


역할이란 좋은 말을 두고서 왜 노릇이란 단어를 쓸까? 무언가 답답하고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에 스스로를 낮추는 수단인 것 같다. 전직 대통령 중에는 “대통령 노릇” 해 먹기 힘들다고까지 말했다. 지도자 노릇, 어른 노릇, 부모 노릇, 국민 노릇 어디 하나 쉬운 게 없다.


어느 시인의 글 중 일부다. 시국이 혼란함은 “내가 백성 노릇을 잘 못하고 있는 탓은 아닌가?”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노릇을 역할로 격상하려면 국민이 먼저 깨어나야 함은 불문가지다. 관성적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하면 신마저 구원의 손길을 주저할 것이다. 혼란스러움이 연기처럼 사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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