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목을 어느 쇼핑몰 선전 문구 중에서 보았다. 문해력(굳이 “리터러시”라 쓰는 사람도 있다)이 뛰어난 사람은 금방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동안 생각을 해야 했다. 간절기? 환절기와 비슷한 말이겠지. 아웃터? outer일까? 영어에서 이 단어는 형용사로만 사용되는데? 콩글리쉬로는 아마도 겉옷을 의미하겠지? 아, 철이 바뀌는 즈음에 겉에 입는 옷을 의미하는구나.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는 한자의미와 영어를 모르면 뜻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나은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삼국 중에서 요즈음 그나마 우리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이유는 우수한 한글을 가진 덕분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낮은 이유도 위대한 한글에 있을 것이다. 표의문자인 한자는 새로운 것이 출현할 때마다 글자를 만들어야 한다. “간체자”를 따로 만들어 그나마 고충을 줄이려고 발버둥을 친다. 일본어는 모음이 충분하지 않아 다양한 발음을 하기 어렵고 외래어 표기를 위해 “가타가나”란 문자까지 별도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한자세대가 아닌 젊은이들에게는 문해력(文解力)이란 단어도 간절기(間節期)처럼 어려운 말일 수 있다. 문해력을 ‘글을 읽은 후 뜻을 알아챌 수 있는 힘’이라고 길게 설명하면 되겠지만 어딘지 효율성이 떨어져 보인다. 한글 전용을 위해서는 순우리말 찾기에 적지 않은 시간, 노고와 비용이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여 흐르는 뜻을 이해하기 위해선 상용한자 정도는 익히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영어에 투자하는 열정에서 조금만 덜어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팔만대장경은 대단한 유산이다. 여기에는 “다라니경”(陀羅尼經)이란 설명이 붙어있다. 뜻을 찾아보니 산스크리트어, 즉 범문(梵文. 인도의 고대어)으로 된 경전을 번역하지 않고 음(音)을 그대로 가져와 외는 경전이라고 한다. 여기서 살짝 궁금해진다. 부처님 말씀을 독송하되 무슨 뜻인지는 모르고 한다는 것 아닌가? 알파벳 발음기호를 알기 때문에 영어 문장을 읽기는 하지만 단어를 모를 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영어단어를 별도로 찾아봐야 뜻을 알듯이 한글을 읽되 뜻을 모르면 사전을 찾고 관련 한자의미를 파악하는 건 당연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영어권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누가 아는가? 한자권이 세상을 이끄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때는 거꾸로 알파벳을 사용하는 이들이 한자를 배우기 위해 고생 좀 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교육이 미친 영향이 첫째가 아닐까 한다. 우수한 한글과 한자의 병용, 영어교육에 많은 노력을 한 결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상대화에서는 가급적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글을 쓰거나 학문을 연구하고 국제교류를 담당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한자를 많이 알수록 도움이 될 것 같다. 영어도 절반이상이 외래어를 받아들여 형성되었다고 한다. 우리 역시 주위의 상호 간판을 둘러보라. 한자나 영어로만 된 간판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자는 중국에서 고안되었을 뿐이다. 선조들은 한자에 여러 장점이 있어 도입했던 것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한때 한글 전용학자들이 맹위를 떨치던 적도 있었다. 한자를 배격하자는 취지였다. 순우리말로 재미있는 표현 예시가 있다. 전화기를 “번개딸딸이” 위를 “밥통”이라고 부르자고 주장했다. 나는 거북하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한자는 가장 적은 문자로 많은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좋은 점은 최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쇼핑몰 관계자가 제목을 이렇게 표현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간절기 대신 익숙한 환절기로, 아웃터 대신 겉옷으로. “환절기 겉옷” 대 방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