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정국부터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불안하여 잠을 설쳤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인간만 아니라 동물마저 본능적으로 이걸 싫어한다. 그래서 다니던 길만 다닌다. 회전문 인사도 마찬가지다. 사전 검증이 되지 않은 인사를 발탁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비슷한 사례를 더 들어보겠다.
실험참가자가 100% 확률로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걸 미리 알면 차라리 공포가 덜한데, 확률이 50%(반반) 일 경우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비슷한 경우로서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의사가 차라리 무슨 암입니다. 아니면 정상입니다. 하면 좋을 텐데 조직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하면 좌불안석이 된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내가 군 생활 하던 시절만 해도 불법적인 구타(일본 영향을 받은 용어 같은데 ‘빠따’를 친다고 했다)가 많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났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매 맞는 순번을 기다리는 도중 동료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엄청난 고통이다. 서로 먼저 구타당하려고 자청을 했다. 어처구니없는 건 매 맞는 자세에서도 겸허함을 유지해야 한다. 때리는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거나 몸을 잘 못 뒤틀면 꼬리뼈 부분이나 위험부위를 가격 당하여 고생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불확실성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야 리스크를 산정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 결정전까지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고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는(환율상승) 현상을 보인 이유다. 고급정보를 관장하는 어느 관료는 비상시국 중임에도 미국채권을 사는 여유를 보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확률이 높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부동산 재개발정보를 돈을 주고 산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경우에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하는가? 개발 착수 확률이 높은 정보일수록 비싸다.
주식의 경우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주식을 매입하기도 하지만 배당금 받을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배당성향이나 배당률이 중요한데 매년 배당실적이 들쭉날쭉 한다면 투자대상으로 좋은 주식이 될 수 없다. 배당률이 어느 정도 균일해야 예비주주의 선택을 받는다. 그래서 기업도 많이 버는 해에는 흉년을 대비해 이익금 중의 일부를 차곡차곡 쟁여 놓는다. (배당평균적립금) 모두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이다.
일기예보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기상청이 동네북 신세가 되기 쉽다. 첨단 컴퓨터를 새로 도입하고 기상자료 분석전문가의 예측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불확실성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것이다. 예보가 실제와 엇비슷해야지 편차가 크면 관계자 전화통에서는 불이 날지도 모른다. 길거리 우산 장수는 예보가 틀릴 경우 낭패를 보게 된다. 일기상태가 생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선거를 해야만 한다. 지도자를 잘 못 뽑으면 또다시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 매번 경험하는 일이지만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 자체가 훌륭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멀쩡했던 사람도 여의도에 발을 디뎠다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그렇다고 국민이 직접정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키지 않지만 대리인을 뽑아야만 한다. 차악(次惡)을 선택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지만 민주주의보다 더 나은 시스템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딱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자신과 집단이 만든 프레임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다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하거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자는 고운 입자만 걸러내는 체를 이용하여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정치인의 순도를 높여야 한다. 얘기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하거나 지켜보는 건 커다란 고통이다. 반야심경에서는 자기 고집(我執)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새겨야 할 금언金言이다. 이상한 지도자를 선택하면 또 불면의 밤은 어김없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