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하늘을 날아다니는 헬리콥터를 보고서 우리 동네 개구쟁이들은 '잠자리비행기'라고 불렀다. 나에게 이러한 낭만적인 감정은 오래 이어질 수 없었다. 군복무 시 훈련과정에서 지켜본 UH-1H라는 기동형 헬기의 굉음과, 프로펠러에서 쏟아내는 폭풍 때문에 잠자리란 귀여운 형상은 나의 뇌리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자세를 낮추고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저 멀리 날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강대교 남단 방향 흑석동에서 살고 있다. 넘어지면 닿을만한 거리인 한강 중간쯤에 '노들섬' 헬기 이착륙장이 있다. 군장성들이 용산에서 회의가 있을 때 이용할 것이라고 추측만 했다. 12.3 사태 이후 긴박한 시국인 관계로 한동안 한강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사태 발생 후 세 달 만에 다시 헬리콥터 비행 소리를 들었다. 계엄군을 실은 헬기가 국회의사당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영상에서 수차례 보았으므로,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작년 여름 무렵부터 유난히 노들 섬 헬기착륙장이 붐볐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대통령과 군 장성들이 시국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계엄관계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화와 타협이 싫으면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토마스 모어의 구상처럼 자기들 방식만의 '유토피아'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비행은 정상적인 상황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뉴스를 보고 잠자리비행기가 재출현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포천에서 발생한 공군의 민가 오폭사건 때문에 용산 군 지휘부가 떠들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KF-16 조종사의 과실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는 '만반의 대비태세'란 말이 무색하다. 기사 댓글에 폐부를 찌르는 지적도 있었다. "설마 전투기 몰면서 카톡 보는 건 아니겠지?"
계엄을 위해서 또는 사고수습에 급급하여 비행하는 헬기와, 진정한 국가안보를 위해 정상적으로 비행하는 헬기는 본질이 다르다. 권력을 맹종하는 일그러진 자들을 위한 비행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군기강 해이에 따른 대책회의도 처음부터 발생할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공군은 이번 실수를 통하여 통렬히 반성하고 창공의 방패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