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by 디딤돌

북아메리카 서부지역 개척시대의 총잡이, 황야의 무법자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덤프트럭이다.

체구가 크기 때문인지 신경질적으로 울어대는 소리는 인간 청각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다.

'탱크사촌'을 조종하는 자는 뒤가 마려운지 급하다고 위협운전을 한다. 만약 브레이크가 변심하면 소형차는 큰 덩치에 깔려 오징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무법자들을 피해 방어운전을 해야만 한다. 내리막길에서, 뒤따라오는 괴물을 백미러로 훔쳐보면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

그들의 죄는 반 밖에 없다. 잇속 때문에 거친 행동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그들은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일등공신이라서 지은 죄가 일부 경감된다.

그늘이 또 있다. 도로 파괴범이다. 승용차 수천 대가 지나가는 것보다, 단지 한번 지나가는 덤프 차량이 도로에 주는 부담이 오히려 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이 세금을 어느 정도 내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짐작건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도로파손 복구비는 누가 부담하는가? 공사 관련 시행사나 시공사가 다 내는가? 도보이용자라고 해서 세금을 깎아준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애먼 사람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도로 파괴자들은 물귀신이나 다름없다.

공공재는 국민 모두의 재산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새삼 떠올리게 하지 말라. 덤프 조종자들이여 난폭운전은 전쟁이 일어나면 하기 바란다. 지금은 평화로운 시기이니 정속 주행하라! 당신이 화가 날수록 도로는 피부가 거덜 나고 사람은 겁이 나고 귀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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