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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착각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부질없는 일에 인생을 낭비’한 사례들에 대해 돌아보면 ‘그렇지!’ 하며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1. 재능 없는 아이에게 무리한 교육을 시키는 행위
자식을 키우다 보면 자신의 어린 자녀가 천재인 줄 안다. (당연하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므로) 말과 글을 습득하는 과정을 보며 경탄을 금하지 못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일반 어린이라면 그 정도는 평균이다.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이상 아이의 고유한 장점을 발견하여 도움을 주는 것이 최선이다. 안 되는 아이에게 능력 밖을 요구하면 부모라는 미명아래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재는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일찍이 중세시대의 페르시아 문인이 말하였다. “ 평범한 이를 천재로 만들려는 노력은 돔(둥근) 지붕 위에 호두를 얹으려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2. 좋은 사람으로 살겠다는 생각
자신을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서 이미지를 남기고 싶은 게 우리의 바람이다. 세상 인구수만큼 개성도 다양하다. 바람직한 사람도 있으나 인간적이지 못하고 멋대로 생겨먹은 이들도 다수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게 가능할까? 어림없다.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아무에게나 무조건 참고 잘하다가는 가식적이 되거나 울화병만 얻는다.
3. 걱정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 착각
이 걱정이란 친구가 문제다. 불가(佛家)에서는 이를 완화 내지는 뛰어넘기 위해 수많은 명언과 교훈을 설파해 왔다. 불필요한 걱정이 많은 사람을 “지혜가 부족하다.” “어리석다.”라고 가르친다. 오지 않은 미래를 근심하는 행위를 “가불 해서 걱정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이라고 얘기했다. 걱정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엉뚱한 곳에 다 쓰고 나면 남은 여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걱정이 되거든 몸으로 행동하자! 수많은 근심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는 경우란 거의 없다. 걱정거리만큼 비례해서 잔잔한 행운도 적지 않다.
4. 살아생전 불효자가 부모 사후 떠들썩한 장례와 분묘를 호화롭게 설치하는 일
라디오를 청취하다 보면 작고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의 절절한 사연을 듣는다. 다시 환생해 온다면 천하의 제일가는 효자라도 될 것처럼 말한다. 그럴 가능성은 낮다. 백발백중 예전처럼 할 것이다. 효도의 출발은 의무감, 보는 눈 때문에 하는 게 아니고 깊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존경심과 연민이 밑바탕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효도행위 또한 경험이 필요하다. 즉 ‘해 본 자가 한다.’ 장례식장에 근조 화환이 물결을 이룬다. 심지어 세울 자리가 없어 리본만 잘라 벽에 붙여 놓는다. 장지는 호화롭게 장식하여 가문이 그럴싸함을 과시한다. 죽은 이는 이런 절차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살아생전 차가운 자신의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아주기를 원했다.
5. 남의 시선에 맞추어 사는 것
"그놈의 남들 눈 때문에" 방식의 체면치레는 양날의 검이다. 너무 부족하면 추하게 되고 과하면 실속 없다. 적당하면 좋은데 그게 쉽지 않다. 남을 의식하는 쪽으로 기운다. 이럴 경우 진정한 나는 뒤로 숨고 가면을 쓴 가짜 내가 본모습인 것처럼 상대는 인식하게 된다. ‘저거 봐! 시원하게 지갑 열잖아!’ 그 말에 순간은 으쓱해졌지만 집에 돌아와 누워 천장을 보면 공허한 마음이 스쳐간다. ‘음... 다음 달 용돈까지 가불 해서 지출했군!’
6. 지나간 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
“만약은 없다” 고 그렇게 말하건만... 과거의 쓰라림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되새김질하는 동물처럼 잊을만하면 다시 꺼내 씹는다. 후회는 필요 없고 교훈을 얻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신이 “망각”을 선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를 잊지 않으면 우리의 뇌는 과부하에 걸려 탈진하게 된다. 인간은 어느 경우에서나 만족하기 어려운 존재다. 지금 상태가 최적일 수도 있다.
7. 모든 사람이 나 같을 것이라는 믿음
공감은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알아준다 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받아들이면 착각이다. 방향이 같으면 우선 상대를 편하게 느낀다. 마음의 우군인 셈이다. 문제는 항상성의 여부다. 어림없는 일이다. 누구나 유 불리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나 자신부터 상대에게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기 어렵다. 다름을 인정해야 세상 보는 눈이 부드러워진다.
8. 명예와 재물을 얻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
세속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고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인생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할지 몰라도 깊게 들어가면 반드시 그림자가 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 적지 않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갖기 어렵다. 소위 기회비용이다. 성공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했다면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일 순 없으니 내가 그렇지 못하다고 하여 실망할 일은 더욱 아니다.
9. 떠난 이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미련
젊은 시절 이런 얘기를 들었다. “남자는 부메랑, 여자는 끈 떨어진 연” 성차별의 의미가 아니고 ‘성별 특성’을 말하는데, 나도 동의한다. 이 말을 해석해 보면 여성은 문제가 없다.(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 떠난 사람을 부메랑처럼 돌이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문제다. 한 번 떠나간 이성은 돌아오지 않는 게 맞다.
헤어질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과 시간을 보냈는가! 쉽게 돌아오는 이가 있다면 그는 필연적으로 또 떠날 것이다. 세간에 “떠나는 인연 잡지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말라” 고 한다. 수행자처럼 해탈의 경지에 이르면 할 수 있는 말이다. 보통 사람인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갈 일이 없도록 사전에 노력하는 것이 이별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